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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마치고 나오다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할머니가 오열하자 다가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마치고 나오다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할머니가 오열하자 다가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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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한테 큰절하며 호소했던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가 했던 말은 "청와대에 편지 보냈으니 꼭 읽어달라"였다.

'덕촌할매'로 불리던 손희경(81) 할머니가 19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기념식'을 마친 뒤, 문 대통령 앞에 엎드려 큰절하면서 호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손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이날 덕촌할매와 함께 '숭진댁 할매' 박윤순(81) 할머니의 장면이 담긴 사진이 퍼지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와 함께 누리꾼들은 "도대체 무슨 편지를 말하느냐"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덕촌할매'가 말한 편지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27명이 직접 써서 지난 13일 청와대에 전달한 것을 말한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 편지들은 지난 12년간 한국전력공사와 경찰 등 국가공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켜온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양심이며 또한 그 양심에 바탕한 절절한 요구"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6월 9일, 밀양 송전탑 반대 움막 농성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고, 이때 덕촌할매가 무릎을 꿇고 앉아 호소하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150세대는 한국전력의 보상을 거부하고, '송전탑 철거'를 위해 싸우고 있다.

밀앵대책위는 "밀양송전탑의 타당성과 경찰의 폭력, 한국전력의 마을공동체 분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 피해에 대한 실사",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에너지 3대 악법의 폐지 및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들은 "고리 지역의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건설중인 신고리 4호기를 시작으로, 특히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함으로써 밀양송전선로를 철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금 짓고 있는 신고리원전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고, 밀양 구간에 송전탑이 세워진 것이다.

주민들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한다면 송전탑을 철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덕촌할매'와 '숭진댁할매'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쓴 편지 전문이다.

'덕촌할매' 손희경 할머니 호소문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 '덕촌할매' 손희경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쓴 편지.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 '덕촌할매' 손희경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쓴 편지.
ⓒ 밀양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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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밀양 부북면 위양리에 사는 덕촌할매입니다. 한평생 농사만 지으며 자식 4명 성장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송전탑 반대 운동 하면서 너무도 억울하여 대통령님께 하소연 올립니다.


시내 목(욕)탕에 가면 돈 받고 반대운동 한다든지, 누구는 빨갱이라고 하고, 정말로 분하고 억울합니다. 저는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남한테 싫은 소리 안 들으며 살아 왔는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돈 좋아하지 않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그렇지만 고향 지킬려고 온갖 유혹도 뿌리치고 양심을 지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2014년 6월 8일 날, 대통령께서 127번(밀양 송전탑) 움막을 방문하신 것 기억하시나요. 그날 울면서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살려달라고. 그 때 무언가 도울 길을 찾겠다 하셨습니다. 이제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송전탑을 뽑아내는 것이 저 소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나(이) 많은 할매 소원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숭진댁 할매' 박윤순 할머니 호소문

밀양 '숭진댁할매' 박윤숙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쓴 편지.
 밀양 '숭진댁할매' 박윤숙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쓴 편지.
ⓒ 밀양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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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좋고 나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무(뭐)가 올(옳)고 무가 나쁜 것이(라)는 것을요. 나쁜 것은 무엇인가 하면요. 송전탑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 한전은 마을 돈잔치. 경찰이 무지막(지)하게 철거한 움막. 밀양시청 공무원의 마을 주민 이간 시키는 것 말이요.


올(옳)고 좋은 것은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것, 그리고 원전 짓는 것 중단하는 것, 그리고 원전 짓는 것 중단하는 것, 그리고 나쁜 짓하는 놈들 잡아넣는 것, 문재인 대통령님 재발 나쁜 것 확실히 조사하여 가슴에 매친(맺힌) 엉(응)어리 좀 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필요 없는 밀양 송전탑 뽑아 주십시오. 사랑합니더(다). 문재인 대통령님. 밀양 송진댁 할매.


태그:#문재인 대통령, #밀양 송전탑, #덕촌할매, #숭진댁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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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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