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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망 원인이 이제야 제대로 바로잡힌 셈입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며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온 이보라 인도주의 실천의사협회 사무국장의 글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015년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 서울대병원측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강의실에서 언론설명회를 열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이 기자들에게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 사인 '외인사'로 변경 지난 2015년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 서울대병원측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강의실에서 언론설명회를 열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이 기자들에게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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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못 바로잡는 데 무려 264일, 너무 오래 걸렸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전형적인 외인사의 사례다. 의사는 물론이고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의대생도 백남기 농민의 사망의 종류를 고르는 시험문제가 나오면 '외인사'를 정답으로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2016년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병사'라는 잘못된 진단서를 발급하고 '잘못된' 의견을 가진 백선하 교수를 존중한다고 주장해왔다. 드디어 어제(2017년 6월 15일) 공식적으로 이를 수정했다고 발표했는데, 고인이 사망한 지 무려 264일, 거의 9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더구나 이는 자발적인 정정이 아니다. 지난 1월 유가족이 사망진단서 수정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잘못된 사망진단서 작성을 지시한 백선하 교수와 잘못된 지시를 따른 전공의가 함께 근무하는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5월에야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서 '독특한' 입장을 가진 교수의 '잘못된' 주장을 '주치의의 고유권한'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어제 발표를 통해 서울대병원에서는 '잘못된' 교수의 지시를 '정정'하는 전공의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며, 병원 차원에서 이를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2. 늦었다는 것이 곧 정치적인 이유이다

만약 정권이 바뀌지 않았어도 어제 수정 발표를 했을까? 서울대병원은 유가족의 사망진단서 수정 및 위자료 청구 소송 때문에 신경외과 차원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을 따르기로 했고,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수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2016년 겨울 거대한 촛불시위가 없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유가족들의 소송에 대응하여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우리는 작년 국정감사 때 백선하 교수와 서창석 병원장의 주장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서울대는 특별조사위원회까지 열었지만 결국 잘못을 수정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를 수정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병원이 발급하는 사망진단서가 바뀌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졌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지난해 9월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지난해 9월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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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의사는 어디 갔나?

서울대병원은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직접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던 전공의가 이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전공의에게 잘못된 사망진단서 작성을 지시하고, 국정감사와 기자회견에서 의무기록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지병을 언급하고,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망했다며 유가족을 모욕했던 백선하 교수와 이를 비호했던 서창석 병원장의 책임은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4. 서울대병원은 의료계에 역사적인 오명을 남겼다

서울대병원은 의사의 진단이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역사적인 사례를 남겼다. 서울대병원은 의사와 병원이 한 사람의 사망원인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진단하고 또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서울대병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 또 대한민국 모든 의사와 의료계의 명예와 위신을 땅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역사적 오명을 씌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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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남기농민, #사망진단서, #외인사, #백선하, #서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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