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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정부 각성하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 구호 붙이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정부 각성하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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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여야 협치를 무시한 인사청문 후보자 임명강행에 대한 대응 등 정국 현안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가 시작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개최되는 중요한 회의인 만큼 의원님들께서 반드시 참석해주길 바랍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13일 오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의총 소집 문자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따른 날선 대응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를 부적격 후보로 규정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해왔다.

청와대의 임명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 장관이나 기관장은 국무총리 등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조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던 국회 정무위원회의 경우, 1차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7일)에 이어, 문 대통령이 이후 다시 요청한 2차 채택 시한(12일) 때도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정치적 후폭풍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권한대행의 문자 메시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이번 사태를 '독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일자리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과 이날 국회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 등을 통해 국회와의 '협치'를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정국이 빠르게 경색되는 셈이다.  

한국당 "문재인 정부에 어떠한 협조도 하기 어려워졌다"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한국당이다. 정우택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향후 국회 일정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매우 유감스러움을 넘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폭거"라며 "제1야당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엄중한 역할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오늘 상임위원장 오찬은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쇼 정치의 결정판이 드러난 것"이라며 "제가 어제 대통령 국회 방문 때 예우를 다 하면서도 차담회는 가지 않았던 것, 한국당이 (이날)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런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진정성 없이 말로만 하는 협치 쇼에 들러리 서지 않기 위해서였다"고도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향후 국회 일정 파행 가능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청와대로 돌렸다. 정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면 청와대 오찬뿐 아니라 추경이든 정부조직법이든 다음 과제를 얼마든지 논의해갈 수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김상조를 밀어붙이기식으로 임명 강행한 것은 야당을 한쪽으로 어르면서 한쪽으로는 뺨을 때린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높은 지지여론에 눈이 어두워 소위 촛불민심만 좇느라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대통령 스스로 협치 의사를 포기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떠한 협조도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식이라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결코 원하지 않았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향후 이어질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관련 청문보고서 채택 그리고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야 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문제, 일자리 추경 심사나 정부조직개편 관련 논의 등에 대해 확실히 제동을 걸겠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대여투쟁 수위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정 권한대행은 "원하지 않았던 길의 수위가 어느 수준까지냐"는 질문에 "내일(14일) 의총을 통해 대응수위나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바른정당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오신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이런 문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오만한 질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향후 국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상응하는 논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국당이 의총을 통해 국회 일정 보이콧을 강행할 경우, 바른정당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한국당도 협치의 의미 되새겨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청문회장 나온 '재벌저격수'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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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보수여당의 대여투쟁 첫 시험대는 14일 예정된 행정자치부 김부겸·해양수산부 김영춘·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이날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내일(14일) 청문회에 대해 "문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인사청문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조영희 대변인 브리핑)"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청문회 당일 오전 의총을 소집해 사실상 파행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청문회 지연 개최는 물론, 불참에 따른 파행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김부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우, 유재중 한국당 의원이 사회권을 가진 위원장으로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이 현 상황에 대해 이들 보수야당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은 향후 국회 파행 여부의 '변수'로 보인다. 특히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앞서 한국당·바른정당과 함께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에 대해 '공동전선'을 펼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한국당·바른정당과의 '공동전선'에서는 이탈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협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라며 현 상황의 책임을 한국당에게도 돌렸다.

김상조 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도 남아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당 지도부는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내정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동영 등 일부 당내 의원들은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을 넘겼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청와대의 임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보수야당을 겨냥해 "유일하게 (김상조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당뿐으로, 경제개혁과 국민의 열망에 상관없는 명분을 만들어 파행을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태그:#김상조, #문재인, #정우택, #자유한국당,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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