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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2013년 12월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 연합뉴스

한쪽에서는 고객 수가 급속도로 줄고 그 고객이 맡긴 돈도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고객이 맡긴 돈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과 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나의 진실을 두고 두 집단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관련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아닌 내부 자료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입수한 한국씨티은행 노조 쪽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5개월 동안 씨티은행에 1000만 원 이상 돈을 맡겼던 고객 약 3만3000명이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10억 원 이상 돈을 맡겼던 고객 300여 명이 이탈했고, 2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의 돈을 예치한 고객 2600여 명이 빠져나갔다. 또 1000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의 돈을 맡긴 고객 3만여 명이 이탈했다.

이와 함께 고객들이 맡긴 돈의 액수도 6000억 원 정도 줄었다. 이자가 거의 없고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9000억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3000억 원 가량 늘었고, 투자 상품의 경우 약 340억 원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이 담긴 내부 문건은 관련 부서를 통해 입수했으며, 은행장에게까지 보고가 된 사안이라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씨티은행, 일시 예금인 법인예금 합해 숫자 부풀리기?

 지난 8일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제공한 내부 문건. 고객 수는 줄어들고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정기예금, 투자 상품의 액수도 감소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8일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제공한 내부 문건. 고객 수는 줄어들고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정기예금, 투자 상품의 액수도 감소한 내용이 담겨있다. ⓒ 조선혜

또 이 같은 이탈 현상에 대해 노조 쪽은 은행이 지난달 16~17일 소비자들에게 보낸 폐점 관련 안내 문자메시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거래하고 있는 지점이 없어지기 전에 고객들이 예금을 빼 다른 은행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 영업점 수를 126곳에서 101곳을 없애고 25곳만 남겨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씨티은행은 고객 이탈 현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시입출금예금과 정기예금 잔액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1조6000억 원에서 올해 5월 말 기준 11조8000억 원으로 늘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5000만 원 이상 맡긴 고객 수는 변화가 없었고 그 이하 고객은 거래하지 않는 신탁 계좌 정리로 소폭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씨티은행의 해명에 노조는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놨다. 은행 쪽 자료는 개인 고객의 예금 액수에 법인 고객의 예금 액수까지 합한 것이라고 노조 쪽은 설명했다.

김호재 한국씨티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법인 대출이 많이 나갔다 싶으면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조금 더 주고 거액의 수신(예금)을 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큰 기업체 고객은 이러한 특별금리 등으로 언제든지 이동을 하기 때문에 일회성 요소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즉, 노조는 금방이라도 떠날 수 있는 법인 고객이 아닌 꾸준히 거래할 수 있는 개인 고객이 이탈하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 김 부위원장은 "은행에서 5000만 원 이하 거래 고객이 줄어든 것이 거래하지 않는 신탁계좌가 정리된 영향이라고 했는데, 이를 고려해 1000만 원 이상 돈을 맡긴 고객수만 계산했다"고 말했다. 거래하지 않던 고객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지점 축소 계획에 따라 기존 거래 고객이 빠져나갔다는 것이 노조 쪽의 생각이다.

은행 "예금 늘었다"... 세부 내역은 '공개 불가'

이런 노조 쪽 주장에 대해 허갑승 씨티은행 홍보팀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노조 자료가 어떤 기준에서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세부자료 공개를 요청하자 허 팀장은 "5월 기준 예금 11조8000억 원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또 노조 쪽 원본 자료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허 팀장은 "원래 공개되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 쪽 자료를 보내주셔도 그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만약 씨티은행 고객이 빠져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남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이탈한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이 유지되려면 사실 어떻게든 고객이 증가하는 것이 맞는데 줄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이 파산하거나 국내에서 철수하게 되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하는 기간연장 기회가 차단돼 곧바로 돈을 갚아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고객 이탈이 계속되면 씨티은행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데, 그전에 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하게 돼도 남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 국장은 "은행이 금융시장에 지점 축소 등으로 계속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어 예금 거래자도 불안해서... (예금을 빼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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