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식물 읽어 주는 아빠> 책표지.
 <식물 읽어 주는 아빠> 책표지.
ⓒ 북멘토

관련사진보기

20년 넘는 결혼 생활 내내 1층 단독주택에서만 살았습니다. 게다가 3년을 제외하곤 서울을 막 벗어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전자파를 줄여준다는 산세베리아나 스투키와 같은 공기정화 식물들이 인기를 끌 때도, 몇 년 전 엄마들 사이에 다육이가 인기를 끌 때도 잠깐 관심만 뒀을 뿐, 키우고 싶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습니다.

대문을 나서면 풀이나 나무 등 수많은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데다가, 아파트나 빌라보다 공기 순환이 좋기 때문입니다.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밖에서 야생 그대로 자라는 식물들이라면 또 모를까. 턱없이 작은 화분에 자라는 식물 한그루가 전자파를 줄여주면 얼마나 줄여줄까? 공기 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고 그 효과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얼마 못 가 죽이곤 하는 죄책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꽃 파는 가게를 기웃거리면서 올해 봄 알로카시아와 떡갈잎고무나무, 기린선인장 등 10여 종이 넘는 식물들을 샀습니다. 그럼에도 조만간 아글라오네마와 보스턴고사리, 크로톤을 들여오자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20여 년 간의 고집이 왜 바뀌었냐고요? 지난해 봄 텃밭에 넣을 퇴비를 사러 양주화훼단지에 갔다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다육이들과 집 꾸미는데도 좋고 먼지까지 잡아먹는다는 틸란(시아)을 사서 키우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물들 덕분일까요? 혹한이 계속될 때면 며칠 동안 문을 거의 열지 않아 더러는 퀴퀴할 때도 있었는데, 지난 겨울엔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기분 좋아지게 하는 그런 공기를 자주 느꼈습니다. TV와 책을 좀 오랫동안 보면서 느끼곤 하던 피로감도 예전보다 적게 느꼈습니다.

게다가 화분 하나 살라치면 "만날 죽이면서 또 사?"라며 잔소리하던 남편이 지난해 봄에 들여와 키운 다육이들이 지난해 겨울 올망졸망 꽃을 보여준 이후 '저렇게 좋을까?' 싶을 정도로 식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남편의 그런 모습들이 행복해 보이고요. 무엇보다 잘 자라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주화훼단지 한 농원의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몰랐던 식물들의이름을 책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레옹이 들고 다닌 작은 화분 속 식물 아글라오네마도 있습니다.
 양주화훼단지 한 농원의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몰랐던 식물들의이름을 책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레옹이 들고 다닌 작은 화분 속 식물 아글라오네마도 있습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 영화 <레옹> 속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아보라면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화분을 들고 걸어가는 레옹의 모습입니다. 영화 내내 레옹이 갖고 있던 심리상태가 이 한 장면에 압축된 것 같다고 할까요? 아글라오네마는 영화 <레옹>에서 줄곧 레옹의 곁을 지킨 식물입니다. 레옹이 들고 다니던 작은 화분 속 식물이 바로 아글라오네마지요. - 122쪽.

-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청바지. 옛날에는 청바지의 푸른색을 내기위해 구문초 염료로 염색을 했다고 합니다. 골드러시 시대의 모기들은 구문초로 염색한 청바지 앞에서 U턴 했을까요? 아니면 직진했을까요? - 274쪽.

- 벤자민고무나무는 잎이 아래로 자라서 '음의 식물'. 안정감과 이완효과가 아주 그만! 침실에 두면 좋겠죠? - 283쪽.

집에서 식물을 키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만큼 아는 식물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제게 산세베리아나 드라세나, 벤자민, 크로톤 등 시중에서 쉽게 구입해 키울 수 있는 40여 종의 원예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물 읽어주는 아빠>(북멘토 펴냄)는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어떤 식물을 잘 키우려면 그 식물의 원산지를 알아야 하고 원산지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열대지역에서는 크게 자라는 식물들이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해 작게 자라거나 원산지에서와 다른 생태 특징을 가지기도 하지만, 본래 성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책은 각 식물들의 원산지 이야기와 함께 그 식물과 관련된 역사나 풍습 등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아울러 물주기 등 원예식물들을 잘 키우는 방법들과 공기정화 효과 등처럼 혜택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꽃집에서 살 때는 이름을 알았는데 잊어버린 식물들 이름도 알게 되고, 식물을 번번이 죽이는 이유 등 원예식물 관련 참 많은 것들을 알게 해준 그런 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아이와 특정 식물을 키우면서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관찰하거나, 들려줄 수 있도록 길잡이 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둔 책입니다. 그래서 특정식물의 생태나 모습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들려줍니다.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지만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베고니아로 아이들 저마다 나름의 개성과 장점이 있으며 모범생만이 삶의 정답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커다란 잎사귀가 꽃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스파티필룸 편에서는 묵묵하게 지켜봐 주다가 아이들이 힘들 때 격려해주는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팬지를 통해 생각의 힘과 배움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줍니다. 햇빛에 따라 자신의 고유하고 다양한 색깔의 잎을 보여주는 크로톤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의 필요성을, 꽃 색깔이 바뀌는 란타나로 꿈은 몇 번이고 바뀔 수 있으며, 꿈이 없다고 주눅 들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는 등으로 말이지요.

'문득 우리 아이들의 모습 또한 이 식물들(주: 비슷해 보이나 엄연히 다른 호스타 종류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는 분명 자신만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성질이 있습니다. 산세베리아처럼 두툼한 잎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사랑초처럼 하늘하늘한 줄기를 갖고 태어난 아이도 있고, 백합처럼 홀로 화려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수국처럼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아이도….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 아빠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입니다. 산세베리아처럼 튼튼한 아이인지, 사랑초처럼 유연한 아이인지, 백합처럼 개성이 강한 아이인지, 수국처럼 조화로운 아이인지 꾸준히 지켜보는 거지요. 이것만 알면 그 다음은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 식물에게도 각자의 성질에 맞는 재배법이 있듯이 각 아이의 성질에 맞게 대해주면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대우를 받았을 때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을까요? - 198쪽.

그동안 집을 꾸미는데 도움이 된다거나, 전자파를 줄여주거나 공기정화에 좋은 식물로, 그리고 보기 좋아 별다른 생각 없이 알고 있던 식물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갖춰야 할 것들이나 부모 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줘야 하는 것들, 부모와 아이들 간 소통에 필요한 것과 식물을 연결시켜 주고 있어 매우 귀하게 와 닿습니다.

양주화훼단지 한 다육식물 전문점 부분 풍경입니다.
 양주화훼단지 한 다육식물 전문점 부분 풍경입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양주화훼단지에서.
 양주화훼단지에서.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은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등과 같은 각종 화학물질들로 오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생활 속 오염물질을 다룬 <집이 우리를 죽인다>(관련 기사: 환경오염, 우리 집은 안전하다? 천만에!)에서 '실내 공기의 오염도가 바깥공기보다 2~10배 넘다'고 읽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이 논의되지 않았던 2009년 나온 책입니다. 그렇다면 문명기기들이 훨씬 많아지고,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에는 그 오염도가 얼마나 높을까요?

건강한 공기를 선물해 주는 데다가 바라보는 재미까지 쏠쏠한 원예식물들을 키워 보기를 권합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예식물들과의 반려에 대해 자랑했더니 "예뻐서(공기정화 등에 좋다고 해서) 키우고 싶은데 얼마 못가 죽어버려 키우기가 겁난다(죄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더욱 알리고 싶은 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식물 읽어 주는 아빠>(이태용) | 도서출판 북멘토 | 2017-04-28 ㅣ정가 13,000원



식물 읽어 주는 아빠 - 가슴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가족, 반려식물 이야기

이태용 지음, 도서출판 북멘토(2017)


태그:#원예식물, #공기정화식물, #전자파에 좋은 식물, #이태용, #북멘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