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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8일 오후 5시 30분]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 과정에 관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실형에 처해졌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유도했다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이 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죄 혐의(형법)를 유죄로 판단, 그를 징역 2년 6개월에 처하고 법정구속했다.

2015년 5월 25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 0.35 비율로 합병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대주주 일가에는 유리하다는 논란을 낳았다.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도 안팎으로 검토한 결과 합병에 찬성하면 손해를 입는다고 봤다.

특검은 이때 문형표 전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들을 시켜 국민연금을 압박, 합병에 찬성하도록 만들었다고 기소했다. 국민연금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의 합병 찬반 여부를 정할 때 외부인사로 꾸려진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아래 전문위)'에서 결론을 낸 전례가 있었지만, 삼성물산 합병만큼은 기금운용본부 내부 직원들이 참여하는 투자위원회에서 판단했다. 특검은 이 과정을 모두 문 전 장관의 외압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8일 재판부는 특검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였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사안에 개입, 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직권 남용이며 그로 인해 국민연금 직원들이 합병 찬성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등을 했다는 얘기였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피고인 스스로 연금분야 전문가면서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초래한 점에서 비난받을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유리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조 부장판사는 홍 전 본부장의 판결을 설명하며 "피고인의 행위가 없었더라면 국민연금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로 국민연금은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대주주 일가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홍 전 본부장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유도한 결과 국민연금에 얼마나 손해를 끼쳤는지를 계산하긴 어렵다고 했다. 특검은 국민연금 리서치팀이 산정한 1대 0.46이란 합병비율을 근거로 국민연금 손해액이 1388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어느 정도의 합병 비율이 적절했는지를 정해서 1대 0.35라는 숫자와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 홍 전 본부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를 듣던 문형표 전 장관은 재판이 끝나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다 이날 판결로 법정구속된 홍완선 전 본부장은 울먹이며 교도관 안내에 따라 퇴장했다.


태그:#문형표, #삼성, #이재용,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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