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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에세이책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등을 출간한 이용한 작가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무책임한 '냥줍'(길고양이를 주워 집에 데려오는 일)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여기저기 보호소마다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귀엽게 일컫는 말) 입양 공고가 올라오고, SNS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냥줍 사진이 올라온다"라며 "엄마 고양이만큼 아깽이를 잘 키우는 보호자는 없다. 아깽이의 목숨과 미래를 평생 책임질 수 없다면 냥줍이란 이름으로, 구조란 명목으로 데려가지 마라"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페이스북에서 17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이용한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이용한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 이용한 작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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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 사이에서 '냥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양이 발정기인 봄철을 지나면서 생후 1~2개월쯤 된 새끼 고양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이 어미와 잠시 떨어져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덥석 데리고 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냥줍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로 냥줍러 또 냥줍했다" "예전에 오빠가 냥줍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엄마랑 있던 애였다" "냥줍했는데 여의치 않아 분양한다" "오늘 냥줍했는데 급하게 분양 보낸다" 등 봄철에 유독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

어미와 잘살고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건 '납치'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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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다며 일단 데리고 오는 행위는 고양이 입장에서 구조가 아닌 '납치'일 수 있다. 어미로부터 새끼를 빼앗아오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양이 구조가 측은지심과 더불어 고양이 습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은 매년 반복되는 무책임한 냥줍 문제를 두고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측은지심 때문"이라면서 "고양이는 모계사회다. 다른 포유류는 수놈이 음식을 물어다가 자식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어미가 사냥하러 자리를 비운다"라고 고양이만의 특수한 습성을 설명했다.

동물 시민단체들도 고양이를 별생각 없이 구조하는 일은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철민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내가 개입해서 구조하는 게 맞는지 등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셔야 하는데, 인간적 감수성이 앞선 일이라서 비난하기도 뭐하다"라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관계자도 "저희는 '무지로 인한 납치'라고 표현한다"라며 "실제로 사람들이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 와서 입양센터에 버려놓기도 한다. 출근해보면 조그만 박스에 고양이를 넣어두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라고 덧붙였다.

고양이 구조하기 전 이것만은 꼭 확인해야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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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고양이 납치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기 전에 몇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새끼 고양이를 어미가 돌보고 있는지 오랜 시간 관찰해야 한다. 김재영 회장은 "보편적으로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에게 두세 시간마다 젖을 먹인다"라며 "차가 다니는 공간이라든가 낙상할 위험이 있는 공간 등 위험하지 않다면 서너 시간 정도는 손대지 말고 지켜보면서 주변을 안전하게 해주는 게 낫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새끼 고양이의 털이 깨끗하고 눈이 초롱초롱하며 코가 붉은색을 띤 상태라면 어미가 잘 돌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헤르페스(herpes)나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는 새끼의 경우 어미가 있어도 얼굴이 지저분하고 털에 윤기가 없을 수도 있다, 지저분해 보이는 새끼더라도 어미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조를 고민할 때 새끼 고양이를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의 체취가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고양이는 냄새로 소통한다"라며 "사람이 만지게 되면 어미 고양이가 자기 새끼로 인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어미는 자기 새끼 아니니까 육아할 필요 없다고 느끼고 버리고 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양이를 구조하더라도 책임감 있게 돌볼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구철민 간사는 "젖먹이 고양이는 한두 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고 배변유도를 해줘야 한다"라며 "그럴 만한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태그:#냥줍, #고양이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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