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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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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백발 투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꾸짖었다.

"유신잔당 우두머리인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되고 감옥까지 간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명진 스님 승적을 박탈해? 그건 안 된다는 얘기예요!"

백기완 소장은 꼿꼿하게 큰소리를 이어나갔다.

"불교계에서 그래도 발언권이 좀 있다는 사람이 좀 나서라는 말이야. 나서서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명진 스님의 승복을 다시 입혀드리는 그런 조촐한 절차를 가지길 바랍니다!"

백기완 소장과 자리를 함께 한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단을 비판하다 지난달 5일 종단에서 제적당했다. 조계종단은 지난해 11월 명진 스님이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관련 기사 : "촛불은 거대한 정화조이자 쓰나미, 광화문 촛불 바다 속에서 소름 돋았다").

명진스님이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오마이뉴스 기자 :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 (촛불 집회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지요?"

명진 스님 : "불교를 대표한다는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은 MB 때부터 '747 불교지원단'이라는 선거조직에 가담해 상임고문을 했습니다. 이명박 후보 선거운동을 한 거죠. 그 덕으로 문화재 보수라든지, 템플스테이 비용 등 막대한 국가 예산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권력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 보기에 바빴습니다. 자기 비서였던 최측근 인사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전형적인 '정교 유착'이죠. 정경유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라는 종정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행사에 초대하는 등 간접적으로 선거를 돕고 자기 측근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엘시티 착공식에 참석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썩은 조계종이 어떻게 박근혜를 비판하겠습니까."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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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진 스님의 이름은 승적에서 지워졌다. 승복을 입지 못한다. 다시 말해, 조계종에서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명진 스님은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고 있다.

명진 스님의 제적은 불교 내의 적폐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을 꾸린 사회 각계 원로 40여 명은 3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명진 스님 승적 박탈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평생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길을 걸어오신 명진 스님이 조계종 호계원에 의해서 '파정현사'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운명에 처했다. (중략) 승적 회복이나 조계종과의 싸움이 아니라, 파사현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뜻을 모으자는 것이다." - 김중배 전 MBC사장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믿음의 표현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그러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성숙한 인간, 성숙한 종교인이고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을 함께 확인하면서, 불교계의 책임 있는 분들의 바른 판단을 촉구한다." - 함세웅 신부

"조계종은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과거 유신잔당의 조직이나 박근혜 정부의 조직과 같은 구조다.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그 정당하다고 보이는 비판에 조계종 당국이 징계해서 승적을 박탈했기 때문에,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 - 최병모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편, 조계종 호계원은 명진 스님 징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30일 관련 입장을 밝혔다. 호계원은 명진 스님이 종단을 비방한 것뿐만 아니라, 봉은사 주지로 재직할 때 위법하게 사찰 재산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 쪽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명진 스님 쪽 관계자는 "(조계종 호계원은) 명진 스님이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명진 스님이 여기에 분노하고 있고, 명예훼손으로 조계종 호계원을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명진스님 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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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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