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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로부터 사회적경제까지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정가람 대표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정가람 대표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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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드디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남편이 일반 영리기업을 떠나 사회적경제 분야로 온지 어언 4년. 그동안 아내는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는 남편과는 별도로 강동구 주민으로서 뮤지컬 작가라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를 넘나들으며 지역활동을 했는데, 드디어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옆에서 지켜 보건데 모든 협동조합이 그렇듯 아내의 협동조합 설립도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처음 마을공동체 커뮤니티 '마을극단 밥상'으로 시작했지만 그 지향과 관련하여 여러 부침들이 있었고, 그 구성원들 대부분이 엄마였던 만큼 시공간 제약도 많았다. 연습 좀 할 만 하면 칭얼대는 아이들과, 조합원들과 속 시원하게 이야기 좀 할 만 하면 언제 집에 오냐고 재촉하는 남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그 구성원들은 꿋꿋하게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되어 열심을 사업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협동조합의 이름은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이하 '아이야'). '나'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예술들판을 꿈꾸어서 '아이야'라고 했던가.

흔히들 사회적경제는 마을공동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한다.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혁신형 사업을 펼치고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재조직하는 지역화 전략인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대기업보다는 우리 동네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던 철수 아버지가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믿음. 따라서 마을공동체는 사회적경제의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의 시작이기도 하다. 마을의 필요와 열망이 모여 마을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록 이론적으로는 마을공동체에서 마을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 마을공동체의 사업들이 마을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 커뮤니티나 동호회 수준인 마을공동체가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차와 지식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웃들끼리 친하고, 취미 활동이 사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것으로 사업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 마을공동체에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이 나오기 어려울 수밖에.

그런데 아내가 그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냈다. 마을공동체부터 시작해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아이야는 현재 강동구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있어 매우 소중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마을기업의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마을에서 시작해서 마을의 필요와 열망을 안고 마을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협동조합으로서 지역의 롤모델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서 아이야 정가람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왜 하필 협동조합이었을까?

창립총회 4년만의 결실
▲ 창립총회 4년만의 결실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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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야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이도 키우고 제 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이 지역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단체를 꾸리게 되었어요."

- 문화예술 단체라고 하셨는데 왜 하필 기업이었나요? 동호회나 커뮤니티의 유형도 있는데.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저희가 공연을 취미로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공연을 하고, 연기를 하고 음악을 하고 돈을 벌던, 이게 직업이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취미와 직업은 구분하자고 했죠. 이제 아이들도 키울 만큼 다 키웠지만 다시 내 일을 하기 위해서 먼 현장으로 나가는 것 보다는 지역에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그런데 왜 하필 사회적경제, 그것도 협동조합의 형태인가요?
"지역에서 아이들을 계속 키우면서 직업으로서 우리의 능력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일반 극단의 경우는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 있는데 협동조합을 하면 사회적경제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 협동조합 간의 협동도 있고. 경쟁이 아니라 같이 간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리고 우선 폼이 나잖아요. 일반 극단 경우에는 다 같이 만드는 공연인데도 제작자와 저 밑의 코러스 간의 갭이 너무 크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연이니까, 이 작업 자체를 모두 함께 만들기를 원해서 협동조합으로 했어요. 수익도 평등하게 배분하고."

- 협동조합이 어렵지는 않나요?
"물론 쉽지는 않죠. 공연을 하되 그래도 큰 극장을 가야한다는 조합원도 있고, 그냥 동네에서 소소하게 하자는 조합원도 있고. 다행히 모두 공연 시스템을 10년 이상 겪어본 사람들이라 어쨌든 협의해서 결정하면 그 결정에 따라주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안무, 음악, 연기 파트를 해내요. 시스템을 따라주는 거죠."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뮤지컬 '똥꼬가 셋' 2017년 7월 1일에도 again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뮤지컬 '똥꼬가 셋' 2017년 7월 1일에도 again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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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의 힘

- 마을공동체를 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마을공동체가 힘이 되었나요?
"도움이 됐죠. 무엇보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충분히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그래도 우리가 다 큰 무대에 섰던 사람들로서 항상 공연은 대학로에서 하고, 극장에 들어가서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작은 도서관 무대에서 만족을 느꼈어요. 관객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고, 공연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어요. 결국 우리가 같은 마을 사람이기 때문이었죠."

- 마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어떻게 다른 건가요?
"밖에서 일을 할 때는 나와 일이 완전히 분리가 됐는데, 마을에서는 아니었어요. 동네에서 하다 보니 내가 하는 작업의 과정을 내 아이들이 보기도 하고, 관객과 배우가 나눠진 게 아니라 한 동네에서 다 같이 즐겁고. 공연을 하던 사람들이 아이를 키운다고 집에 있으면 자존감도 낮아지는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동네에서 나로서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여전히 무릎 나온 옷을 입고, 애들이랑 정신없이 다니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내가 내 일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죠. 그리고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내 아이를 방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컸고. 동네에서 사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안녕! 고덕주공아파트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또다른 프로젝트
▲ 안녕! 고덕주공아파트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또다른 프로젝트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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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아이야는 마을기업으로서 하는 역할이 무엇이죠?
"지역의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역의 숨겨진 공연시장과 관객을 발견할 거예요.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거죠. 나처럼 육아로 인해 잠시 쉬어야 했던 예술가들과 육아와 예술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연대한 예술공동체가 조직된다면 마을소극장, 마을출판사, 마을예술센터 등이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공연을 통해 지역의 경제도 살릴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무대세트나 소품 이런 것도 만들어야 하는데 외부에 늘 맡기던 선후배 대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에다 부탁하는 거죠. 그리고 공연은 지역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요. 이 거리를 공연을 통해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고, 거리의 이야기, 동네의 이야기도 만들고. 또 동네의 크고 작은 행사를 할 때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공연만한 게 없잖아요. 지역에서 뭔가 캠페인을 하고 뭔가를 알릴 때 그래서 사람들을 모아야 할 때 공연을 하는 거죠."

남녀노소 재미있어 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 아이야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찾아가는 맞춤 공연으로 모두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아이들과 함께 지역에서 어린이극을 몇 번 봤는데 가장 큰 불만은 아이들만 재미있지 엄마, 아빠는 재미없다는 거였어요.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도 재미있고 어른들도 재미있는 양질을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똥꼬가 셋' 공연 중
 '똥꼬가 셋' 공연 중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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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꼬 셋'을 빛낸 이들
 '똥꼬 셋'을 빛낸 이들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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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도 재미있고 어른들도 재미있는 공연이 가능한가요?
"그럼요. 그래서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이 옛 이야기와 판소리예요. 아이들 앞에서 변강쇠타령을 할 수는 없겠지만 판소리 다섯 마당을 다 훑고자 해요. 또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하지만 엄마로서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겪었던 감정들을 좀 정리해서 나눌 수 있는, 엄마들을 위한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햇님달님'에서 호랑이를 피하는 아이들 대신,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나가고 결국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그 엄마를 위한 공연을 엄마들에게 헌정하고 싶어요."

- 나에게 아이야란?
"아이야를 통해서 우리 조합원들이 고마워했던 것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 자체였어요. 우선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무대 서기가 불가능하거든요. 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연습하는 스케줄, 환경 자체가 불가능하죠. 재단에서는 대학로에 보육시설도 만들고 하지만 턱도 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우리가 아이야를 만들었을 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 선배들이 많이 응원해줬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마포나 구로처럼 강동에 문화재단이 없는 게 아쉬워요. 문화재단이 없으니까 관련 예산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보다는 다른 곳에 쓰이는 것 같고. 그래서 재단까지는 모르겠고 문화예술 단위들이 모여서 사회적협동조합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협동조합 간 협동이 되는 걸 보니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이야의 건투를 빈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창립총회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건투를 빈다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창립총회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건투를 빈다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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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