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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와 포스트잇이었다. 이 행렬은 자발적이었고 거대했다. 누가 붙이라고, 찾아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깃발 든 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원회(53개 참여단체로 구성, 2016년 6월 2일 발족, 이하 시민대책위)가 만들어지기도 전이었다.

노동자들이 한 해에 1800여 명씩 죽어 나가는 한국에서 '노동자 한 명 사망했을 뿐'인 문제가 시민들의 가슴을 흔들어댄 것은 바로 우리가 이제는 더 이상 불안전을 견디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행렬은 언론을 자극했고 다양한 시민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며 특히 서울시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시민대책위는 유족의 위임을 받고 서울시와 합의한 결과에 따라 시민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약 7개월에 걸쳐 활동을 수행했다. 여기에는 서울시, 양 공사, 원하청 노동조합, 시민조사위원 등이 함께 활동하면서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할 수 있는 권고안 58개를 제시하였고 서울시는 이를 개선계획으로 만들어냈다. 새로운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가 출현한 것이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에도 여전히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남아

 박원순 서울시장은 31일 오전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인 구의역을 방문해 역구내에 설치되어 있는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인 구의역을 방문해 역구내에 설치되어 있는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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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참사 10일이 지난 시점에 첫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사과했고, 즉각적으로 진상조사를 시작하겠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용역이 아닌 직영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파격적이었다. 이에 대한 기대는 사뭇 컸다. 6월 말 2008년, 2010년에 아웃소싱되었던 안전업무직(승강장 유지보수, 전동차 정비, 궤도 유지보수, 역 및 유실물센터, 구내운전) 분야가 직고용으로 전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단을 통해 만들어진 권고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개선계획을 제출하면서 개선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이제 시작된 것도 있고 아직 방향을 못 잡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책임 추궁에서 원인 규명으로'라는 권고는 여전히 현장 작업자에 과도한 처벌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를 조례로 만들자'는 요구도 통합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맡도록 하자는 입장과 대척하고 있다. 또한, 절반만 정규직이 된 안전업무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 문제는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직배치와 상호소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차별문제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5월 17일 서울시장과 함께한 1주기 점검 간담회에서 시장 또한 이 문제에 깊은 공감을 보이며 정규직화 로드맵을 만들 것을 주문하였다. 향후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안전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분야들이 아직 직고용되지 못하고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지상부에 급전을 하는 분야를 점검 보수하는 노동자, 에스컬레이터 및 엘리베이터 등 점검업무를 하는 노동자, 소방설비를 유지보수 하는 노동자, 조명 및 콘센트 설비관리 업무자, 그리고 청소노동자까지. 지하철의 시설은 대부분 승객안전과 관련이 되어 있고 특히 위험한 업무는 열차와 접촉할 수 있는 업무, 2만 2000V의 전기와 접촉할 수 있는 업무 등이다.

지속 가능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 필요

지난 연말 촛불의 행렬을 보며, 우리는 드디어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고 시민이 광장으로 나오게 되면 그 힘은 감히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던 날 시민들은 환호했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를 외쳤다. 이는 구의역 참사 대응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 시도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출현을 낳았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이루어졌다. 개선이 시작된 지 이제 반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다. 공공부문에서는 이용자이자 공공의 자산 소유자인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되어야 한다. 이 거버넌스가 안정화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조례를 통한 구축뿐이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조용했다. 똑같은 조건에서 2명이 사망한 스크린도어의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다행히 구의역 참사를 통해 4번째 죽음을 막자는 결기를 보여주고 함께 활동했던 것은 아름다운 일이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조직의 리더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변화하기 시작한 리더들과 현장의 격차는 클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해왔기 때문이다. 향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현장의 이견이 있을 것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할 경우 정규직이 역차별을 겪는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공사 고시'를 통해 입사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장의 인식을 '연대의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노동조합의 리더들이 열심히 뛰는 것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한인임 시민기자는 일과건강 사무처장입니다. 이 글은 일과건강 웹진에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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