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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과 불평등한 경제 현실을 연구해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지난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를 책임지게 되면서 그의 전공인 경제 분야의 정책에 대해 특히 관심이 쏠린다. 

이에 3년의 집필 기간 끝에 출판됐던 장 실장의 저서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 초판 24쇄, 2015)를 통해 장 실장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봤다. 별도의 표기가 없는 경우 장 실장의 주장과 분석, 인용 문구는 모두 <한국 자본주의>에서 발췌한 것이다. - 기자 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재계의 검찰 역할을 맡게 됐다면, 장하성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을 다루는 정책 컨트롤타워의 책임자로서 보다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장 실장은 정치의 역할과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현실 경제학자'다. 장 실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현실적인 수단은 정책이다. 그리고 정책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지향점, 가치, 목적에 의해서 선택하는 것이지 정책 그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다" ('장하성 "현실 모르는 한국 좌파, 게으르고 무책임해"', 2014년 12월 29일 자 <한국일보>)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참모로서 현실적인 수단인 '정책'을 직접 구상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장 실장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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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의 청사진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

장 실장은 <한국 자본주의>에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한국인들이 바라는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적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함께 잘사는 것'은 곧 분배의 문제다. 체제의 결함으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만 성장의 혜택을 누린다면,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 실장이 말하는 '정의'는 "첫째,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절차와 과정에서의 공정함이 보장되는 절차적인 정의와, 둘째,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함께 잘살 수 있도록 하는 분배의 정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 실장은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① 함께 잘사는 것이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
②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해낼 구체적인 정책 마련
③ 그러한 정책들을 실제로 시행할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와 실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전제 아래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장 실장의 부가적인 설명이다. 또한, 정책설계에 앞서 ▲시장의 영역과 공공부문의 경계 재정립 ▲시장과 정부의 역할 구분 원칙 마련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들 중 장 실장이 우선적으로 강조한 것은 분배정책이다. "분배 정책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경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위기의 대한민국,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다' 토크콘서트가 4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위기의 대한민국,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다' 토크콘서트가 4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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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표' 소득 불평등ㆍ양극화 해소 정책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 등에 관한 '장하성 표' 정책들을 보면 보다 구체적인 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실장은 소득 불평등ㆍ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의 이익 중 가계로 분배되는 몫을 늘리고, 임금 격차를 줄이며,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 문제의 경우 소유 구조와 투명성ㆍ책임성 없는 경영행태의 개선을 강조했다.

소득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초과 내부유보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개정 ▲소득세 누진 강화 ▲법인세 개혁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장 실장이 제시한 '초과 내부유보세'는 기업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보한 이익(내부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업의 이익은 통상 "임금이나 배당으로 분배하거나  기업 내부에 유보"하는 방식으로 처분된다. 따라서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임금과 배당을 늘리면 가계의 몫이 그만큼 증가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실장에 따르면 "한국은 2001년까지 적정 유보 소득을 초과한 이익 유보에 대해서 과세하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그는 초과 유보에 대한 과세뿐만이 아니라 배당하지 않은 것을 배당한 몫으로 간주해 주주에게 개인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도 시행됐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장 실장이 내놓은 비정규직 해소 방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인 2년의 기간을 '동일 노동자의 근무 기간'이 아니라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2년 미만의 근로계약을 맺거나 2년이 되기 전에 다른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 실장의 의견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되는 2년의 기간을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바꾸면 상시적 업무의 경우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처음 2년은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누구를 고용하든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의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만료돼도 어차피 정규직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채용보다는 2년간 숙련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장 실장의 분석이다.

장 실장은 또 소득세의 누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위 10% 계층의 누진세율 인상을 제안하며, 10억 원 이상의 초고소득자에 대해 50%의 최고 세율을 적용하는 예시를 들었다. 법인세의 경우 초대기업에 현재의 22%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200억 원 이상의 이익에 대한 현행 누진단계를 세분화해 누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3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3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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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격수' 장하성의 재벌개혁 실탄은?

장 실장이 꼽은 한국 고유의 재벌문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재벌들의 그룹 소유 구조다. 그의 진단은 이렇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재벌 문제의 근원적인 출발점인 소유 구조의 개선을 하지 않으면서 공정거래 정책이나 동반성장위원회 활동과 같은 곁가지 정책만으로는 지금의 재벌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550p)

핵심은 순환출자다. 그룹 내 계열사끼리 서로 주식을 보유하는 출자 구조의 목적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장 실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비업무용 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하거나, 보유하려거든 아예 일정 수준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지주회사 제도 ▲내부 회사 제도 ▲계열사 주식 의무 매수 제도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지주회사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업무용 계열사 주식만을 보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주회사 구조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자회사가 손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형태다. 이 구조에서는 계열사의 주식 보유가 모두 '업무용'이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계열사 간 비업무용 주식 보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장 실장이 꼽은 대표적인 지주회사 구조는 LG그룹이다.

'내부 회사 제도'는 "계열사 주식을 100% 소유함으로써 계열사를 완전히 내부화"하는 방안이다. 장 실장은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 주식을 전액 소유해 내부화한 사례가 있다며 현실성 있는 정책임을 강조했다.

'계열사 주식 의무 매수 제도'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확보의 목적으로 주식을 소유할 경우 의무적으로 '50%+1주'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재벌 그룹은 당장 특정한 계열사의 주식을 여러 계열사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어느 한 계열사로 집중시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들은 사업 연관성이 없는 다른 계열사 주식들을 처분하게 되고 대신,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는 게 장 실장의 예상이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사업 연관성이 높은 소집단으로 묶이고, 계열사 간 소유-지배 관계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소유 구조 문제 다음으로 장 실장이 꼽은 재벌개혁 과제는 재벌들의 경영 행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투명성·책임성 낮은 경영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다. 이와 관련해 장 실장은 '집중투표제'와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5.18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5.18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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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넘어간 권력, 되찾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 중)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모두 재벌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2005년 5월 16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대책회의 중)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장 실장은 지난 21일 춘추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를 현실에서 실천해 볼 기회라고 생각해 이 직책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한 의지와 확실한 구상을 갖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 그는 시장으로 넘어간 권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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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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