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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금빛 모래강이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강으로 변했다.(위) 반면, 미국 엘와강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댐을 철거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금빛 모래강이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강으로 변했다.(위) 반면, 미국 엘와강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댐을 철거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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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4대강 사업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의 댐을 취재하고 돌아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종술입니다.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정권이 교체된다면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적폐가 4대강 사업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기에 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지난달 17일,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7박 9일간의 미국 취재 일정을 마쳤습니다. 귀국한 다음날 찾아간 금강은 바람을 타고 상류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축산 분뇨처럼 잿빛 물감을 풀어놓은 강물에 물고기들이 눈도 감지 못한 채 죽고 있었습니다. 강변을 가득 채웠던 금은모래는 시커먼 펄로 변했습니다. 얕은 물속에서는 시궁창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들이 춤을 추었습니다. 그 펄을 한 삽 펐더니 시뻘건 깔따구와 거머리가 꿈틀거렸습니다. 

금강에서 찍은 이 사진을 한번 보아주십시오. 

  23일 금강 공주보 상류 1km 지점의 강바닥 펄 속에 붉은 깔따구가 꿈틀꿈틀대고 있다. 붉은 깔따구는 환경부가 정한 수질 최하위 지표종이다.
 지난해 8월 23일 금강 공주보 상류 1km 지점의 강바닥 펄 속에 붉은 깔따구가 꿈틀꿈틀대고 있다. 붉은 깔따구는 환경부가 정한 수질 최하위 지표종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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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입니다. 환경부는 수질등급별 수생생물로 실지렁이, 깔따구, 나방애벌레, 거머리가 서식하는 수생태를 4급수로 지정해 놓았습니다.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 사용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지정해 놓았습니다. 환경부도 공인한 시궁창 금강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녹색 르네상스'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4대강 사업비는 22조 2천억 원입니다. 매년 5천억 원 가량의 유지관리비용을 지출하고도 해를 거듭할수록 수질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 득시글한 강물이 최근 홍성군, 예산군, 청양군, 서산시, 당진시, 보령시, 서천군, 태안군 등 충남 서북부 도민들의 식수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매일 금강에 나가 지켜봐야 하는 게 괴롭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당선이 확정되고 3일 만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정권 바뀌자마자 세상이 바뀌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교과서 폐기' 등 대통령 지시사항이 언론에 공개되자 주변에서 보인 반응입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4대강 때문에 숨이 막힙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손쓸 틈도 없습니다. 늦어질수록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생명은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래서입니다. 문 대통령님, 하루 빨리 4대강 16개의 수문이라도 먼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명박씨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갇힌 물이 썩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녹조라떼와 물고기 떼죽음... 지난 5년간 4대강이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16개 댐 해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사전 조사 작업, 국정조사 등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4대강의 숨통을 터주는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주변에서는 저를 '금강요정'이라고 부릅니다. 볼품없는 제겐 과분한 별명입니다. 지역 신문사를 접고, 재산까지 탕진하면서 4대강 사업의 민낯을 고발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금강에서 제가 발견한 초대형 메기입니다.

제가 '금강요정'으로 불리는 이유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된 1m 36.5cm에 이르는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된 1m 36.5cm에 이르는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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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로 잡은 게 아닙니다. 기념사진도 아닙니다.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난 2012년 10월 26일 오전 8시 40분께입니다. 충남 부여군 장한리 부근 금강변을 거닐 때였습니다. 강물에 떠 있는 폐준설선 인근에서 시커먼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사람 같아서 섬뜩했습니다. 강물 속에 뛰어 들어 확인을 했더니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136.5cm에 달하는 초대형 메기의 사체였습니다. 무게만 약 40kg였습니다. 강변에 사는 주민들은 '씨메기'라 불렀습니다. 이제 물고기 씨가 말랐다는 거지요. 강의 생명체들은 이렇게 죽으면서 4대강을 고발해왔습니다. 

그해 금강에선 생지옥이 따로 없는 대량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물고기떼죽음이 13일간 이어졌습니다. 물고기 사체가 금강을 뒤덮었습니다. 죽어간 생명이 피를 토하듯 게워 낸 되새김질에 강물은 누런 젓갈국물이 됐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던 저는 밤마다 가위에 눌렸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에 한 후배가 "김 기자야 말로 금강을 지키는 요정"이라며 위로해준 뒤부터 '금강요정'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가 미국 취재를 하기 직전에 찍은 아래 사진을 보고 네티즌들은 경악했습니다. 이 사진이 실린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강변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건강을 잃었다.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너구리가 인기척에 느리게 도망가고 있다.
 강변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건강을 잃었다.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너구리가 인기척에 느리게 도망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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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 연락해 주세요.'
'너무 미안해 눈물만 납니다.'
'끔찍하다. 혈세 수십조 원을 쏟아 부은 결과가 환경파괴냐.'
'4대강 청문회를 열고 이명박과 그 일당을 구속하라.'

지난 3월 24일 금강을 거닐다 찍은 사진입니다. 피부병에 걸렸는지, 털이 다 빠지고 쭈글쭈글한 가죽에 뼈만 앙상했지만 너구리였습니다. 먹먹했습니다.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쏘아 올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은 제게 아버지와 같은 곳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추억을 쌓은 강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서슬 퍼런 삽질에서 아버지의 강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끝까지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았습니다. 금강변 작은 소나무에 어머니를 모시며 다짐했습니다. 꼭 수문을 열어서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의 일원으로 미국의 댐을 취재하면서 제 다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은 공병대에 공식 등록된 댐만도 9만 개가 됩니다. 등록되지 않은 댐을 전부 합하면, 자그마치 250만 개로 추정됩니다. 이런 나라가 지난 30년간 1100여개의 댐을 허물었습니다.

'거대한 모래 삼각주'

지난 4월 9일 찾아간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에 위치한 엘와강 하구의 모습을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모래사장에 즐비한 나무들과 여기저기서 목청껏 소리를 내는 새들. 대자연의 신비를 목격했습니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2011년 엘와댐과 2014년 글라인스 캐니언 댐을 폭파한 결과 엘와강은 빠르게 생태계를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금강은 여전히 콘크리트에 갇혀 있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진 강물은 축산 분뇨처럼 잿빛입니다. 가까이 다가가기 겁날 정도입니다. 산란장소를 찾아 헤매던 붕어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죽었습니다. 죽은 물고기의 몸 속 살점은 구더기에 뜯겨 홀쭉합니다. 몸에서 흘러내린 누런 젓갈국물만 반짝거립니다.

죽음의 사체가 널린 강물엔 큰빗이끼벌레도 살지 못합니다. 강물에 손을 넣어 퍼올린 강모래는 시커먼 펄층입니다. 강물에 담군 몸에서는 붉은 반점이 생기고 온몸이 가려워서 잠을 자지 못할 지경입니다. 썩은 악취가 물귀신처럼 따라다닙니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거대한 물구덩이는 재앙입니다. 잠수부가 들어가지 않고서는 수문도 열리지 않는 세종보는 애물단지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녹조 제거비용을 언제까지나 혈세로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수문 개방과 해체 검토, 혈세 낭비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약속하셨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게 수문 개방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4대강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엘와강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댐을 철거하면서 생태계가 회복하고 있다. 반면, 금강은 오늘도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고 있다.
 엘와강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댐을 철거하면서 생태계가 회복하고 있다. 반면, 금강은 오늘도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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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