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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모친은 지난 2001년 자신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 후보자가 새천년민주당 초선 국회의원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모친은 지난 2005년 이 아파트의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4억1500만 원에 아파트를 팔았다. 처음 강남아파트를 신고한 가액이 1억7200만 원이었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4년 만에 무려 2억 원 이상의 큰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2006년도 재산신고 내역 중 일부. 2001년에 구입한 강남아파트를 4억1500만 원 주고 팔았다고 신고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2006년도 재산신고 내역 중 일부. 2001년에 구입한 강남아파트를 4억1500만 원 주고 팔았다고 신고돼 있다.
ⓒ 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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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7200만 원 주고 샀다가 4년 뒤 4억1500만 원에 팔아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이낙연 후보자의 모친은 2001년까지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에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후보자는 모친의 재산으로 2000년에는 '용덕리 892번지' 122㎡(약 40평, 대지)를, 2001년에는 전년도에 입력누락된 '용덕리 386번지' 347㎡(105평, 대지)와 '용덕리 427-19번지' 2000㎡(606평, 답), '용덕리 386번지' 81㎡(24.5평, 건물)를 신고했다. 대지와 답, 건물을 합친 신고가액은 총 2686만여 원이다.

그런데 2002년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에 모친 명의의 '강남아파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84.83㎡(25.7평) 규모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역삼우성아파트(아래 '도곡동 우성아파트')다. 도곡동 우성아파트는 지난 1986년 지어진 '강남아파트'로 현재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2002년 도곡동 우성아파트의 신고가액은 1억7200만 원이었고, 1억6000만 원의 '임대 채무'가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이는 이 후보자의 모친이 도곡동 우성아파트를 1억7200만 원에 사서 1억6000만 원에 임대했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는 도곡동 아파트를 '거주용'이라고 신고했고,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모친의 나이는 75세였다.   

모친의 도곡동 아파트는 이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신고한 재산목록에는 빠져 있었다. 하지만 2006년도 재산신고에서 다시 도곡동 아파트가 등장했다. 당시 도곡동 아파트의 임대계약을 해지했으며, 4억1500만 원에 매도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결국 이 후보자의 모친은 아파트를 산 지 4년 만에 2억4300만 원의 차익을 올렸다. 연평균 6075만 원의 부동산 수익을 얻은 셈이다.

이와 함께 모친의 예금도 농협 4374만여 원, 우체국 약 41만 원 등 총 4415만여 원이 늘었다. 이러한 모친의 예금은 그동안 신고한 재산목록에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예금 내역에 처음 올라온 4415만여 원이 도곡동 아파트 매각 대금의 일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낙연 총리 후보자, 청문회 준비 위해 사무실 출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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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2686만 원 모친이 1억7200만 원 강남아파트를 샀다?

이 후보자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자료를 보면, 모친은 2003년 전까지 주로 고향인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에 주소지를 두고 살았다. 그런데 2001년 도곡동 아파트를 산 직후에 수차례 주소지 이전(주민등록표상)이 이뤄졌다.

용덕리에 살던 모친은 2003년 4월 도곡동 아파트로 전입했다가 같은 해 9월 다시 용덕리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후 2004년 4월 도곡동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다음해(2005년) 2월 용덕리로 다시 돌아왔다. 2005년은 도곡동 아파트를 매각해 2억 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을 때다.

그런데 70대의 모친이 '어떤 자금'으로 강남 아파트를 샀느냐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 후보자가 도곡동 아파트를 재산목록으로 신고하기 전인 2000년과 2001년에 모친이 갖고 있던 재산은 토지와 건물을 합쳐 총 2686만여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모친이 도곡동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판 흔적도 없다.

이 후보자는 모친이 '거주용'으로 도곡동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전입 신고만 하고, 1억6000만 원에 아파트를 임대했다. 전입신고만 하고 도곡동 아파트에 모친이 거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주민등록표상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이 후보자의 동생인 하연씨(영광군청 공무원 출신)와 고향에서 살았다.

특히 도곡동 아파트를 매각한 뒤에 신고한 모친의 예금 재산이 아파트 매매 차익금에 못미치는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이 후보자가 2006년 신고한 모친의 예금에는 4415만여 원만 포함돼 있다. 이는 매매 차익금 2억43000만 원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다.

부동산 폭등하기 시작한 노무현 정부 때 매도

모친의 나이와 자금력, 비거주, 예금 내역 등을 헤아릴 때 이 후보자의 모친이 도곡동 아파트를 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의 가족 중에서 모친의 명의를 빌려 강남 부동산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남 아파트 값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크게 하락했다가 1999년부터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2000년 즈음에는 IMF 이전에 거래되던 부동산 값을 회복했고, 이 후보자의 모친이 도곡동 아파트를 샀던 2001년부터는 집값이 오르면서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2005년에 아파트를 판 점도 눈에 띈다.

이 후보자는 2000년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소속)에 당선된 즈음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동아아파트(99㎡, 30평)를 샀다. 2000년 7월 재산신고 당시 동아아파트의 가액은 2억5904만여 원이었고, 2017년 현재 신고가액은 6억7200만 원이다. 그의 모친은 이 후보자가 잠원동 동아아파트를 구입한 다음해인 2001년 1억7200만 원을 주고 도곡동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모친의 강남 아파트 구입건은 전혀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와 차명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는 "현재 확인중이고,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라고만 답변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시절이던 1990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 땅을 구입해 28년째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면적 450㎡(약 136.4평)의 평창동 땅은 2017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5억2110만 원이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13억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관련기사 :  이낙연, 공시지가 5억 평창동 땅 28년째 보유).


태그:#이낙연, #도곡동 아파트, #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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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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