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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목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0년 한 해외입양인의 결혼식장에서였다. 그는 나보다 7살 연상이자 기독교 목사였고 나는 퀘이커교도였지만 우리는 나이와 종교의 벽을 넘어 금방 마음이 통했다. 그 후 졸지에 내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쫓겨나서(관련기사) 두 아이의 가장으로 거리에서 '구직자' 신세로 있을 때 그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내게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런 김도현 목사가 지난 4월 24일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아시아 지역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 재능, 재원을 자발적으로 기부한 이를 찾아내 격려하는 상) 수상자(박애주의자 부문)로 선정됐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성직자' 중 한 분이다.

그는 해외입양인들의 인권문제를 마치 자기 자신의 문제인 듯 선뜻 나서는 분이다. 아마 해외입양인들의 자살을 가까이에서 '목격'한 것이 그에게 깊은 부채의식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는 해외입양인들에게 기독교의 교리를 설파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해외입양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늘 동분서주한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한 탓에 그는 몇 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4월 26일부터 김도현 목사와 국제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시아 필란트로피상' 시상식에서, 김도현 목사 부부 앞줄 가운데
 '아시아 필란트로피상' 시상식에서, 김도현 목사 부부 앞줄 가운데
ⓒ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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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아동양육체계 수립에 있어서 필수적 체계는 아니다"

- 먼저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 수상자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지난 2004년부터 <뿌리의집> 원장으로 해외입양문제 해결에 앞장서서 일하셨는데 해외입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평가하시는지?
"축하해주셨는데, 사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원래 감추어야만 할 것을 드러내는 방식 중의 하나가 상이다. 상은 일종의 포르노와 같은 것이다. 상에는 비속화의 기능과 인정의 기능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상을 받는 순간 그동안 살아온 삶의 부끄러움이 드러날 뿐 아니라, 설사 그동안의 해온 일에 깃든 아름다움이나 신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상을 통해 비속화되고 만다. 내가 흠모하고 따르는 예수님도 이 점을 아셨던 것 같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을 수락한 것은 뿌리의집의 입양 담론 혹은 아동인권적 관점에 기초해서 아동양육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사회적 인정일까 싶어서였다. 용서가 되겠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부끄럽다.

한국의 해외입양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평가하느냐고 물으셨는데, 담론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외입양은 한 국가공동체의 아동양육체계라고 하는 제도적 층위에서 보면 말단 지엽이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를 그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해외입양은 한 국가가 그 국가 내부의 아동양육체계 수립에 있어서 필수적 체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국의 경내에 출생한 아동에 대한 양육체계를 수립함에 있어서 해외입양의 불가피성이 하나의 상수처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 자체가 혁파되어야만 할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해외입양을 통해서라도 아동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관념이 이 땅의 아동양육체계 수립을 논의하는 장에서 오랫동안 주도적인 관념 권력의 하나로 작동해온 것이다. 해외입양이든 국내입양이든 입양은 결국 친생가족과의 결별에 내몰린 아동에 대한 양육체계의 한 지엽에 불과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친생가족 간의 결별은 비자발적인 혹은 사회적으로 강제된 결별일 가능성이 높고, 결별하는 양쪽 당사자들에게 일생을 바꾸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일이다. '인류애 깃든 입양'이라는 담론은 가족 결별의 아픔을 예방하고 친생가족양육 우선의 원칙을 제도적 층위에서 실현해가야 할 국가의 책무를 인식하는 일에 맹목이 되게 하는, 일종의 교란적 기능의 하나로 작동했다. 이런 관념의 정체를 드러내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입양담론의 논쟁 가운데서의 일종의 범주적 혼란이 있어왔는데, 사적 개인들에 의한 개별적 입양실천을 의미하는 입양이라는 용어와 국가의 공공적 제도의 층위에서 아동양육체계의 다양한 양육방식 중의 하나인 입양제도를 지시할 때 사용하는 입양이라는 용어를 범주적 구획을 명확히 전제하지 않은 채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소모적 논쟁에 빠져들고만 일이다. 뿌리의집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하기 어렵다.

어떤 사회든 사회는 개인들의 탁월성과 사회체계적 적합성 사이의 역동과 공론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해외입양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해리 홀트씨로 대표되는 탁월한 개인들의 헌신과 자애를 통해 이 땅의 요보호아동(미혼모 자녀 혹은 고아)들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 통계에 잡히는 숫자만으로도 국내외로 30만에 육박하는 입양가정들의 눈물겨운 사랑과 노고가 여기에 깃들어 있다.

뿌리의집의 담론이 문제 삼은 것은 이런 개인들의 탁월성의 층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아동양육에 있어서 사회체계적 적합성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사적 개인들의 실천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국가의 공공적 제도의 층위에서 논란을 촉발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마치 잘못 조준된 화살마냥, 개인적 층위의 탁월성에 대한 공격으로 오인되고 말았고, 결국 증오의 담론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 점이 가슴 아픈 일 중의 하나이다.

한 사회가 그 체계적 적합성을 구성해가는 과정에서 그 사회에 출현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내는 개인들의 탁월성에 깊이 빚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이런 개인적 탁월성이야말로 사회체계적 적합성을 찾아가는 일에 있어서 일종의 등불이자 디딤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양담론의 현장이 매우 예민한 터라, 참 많이 조심하면서 살고 있는데, 심지어 지금 말하고 있는 개인의 탁월성이라는 표현조차 어떤 분들에겐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개인의 탁월성과 사회체계적 적합성 사이의 역동에 대한 논의는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에게서 차용해온 개념이고, 입양담론에서 그동안 혼란을 야기했던 용어의 범주적 구획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시도해보는 일인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김도현 목사, 뿌리의집에서
 김도현 목사, 뿌리의집에서
ⓒ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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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본질은 복리이기 이전에 친생가족과의 결별"

- 목사님이 해외입양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는?
"지난 1993년, 그러니까 24년 전의 일이다. 스위스에서 목회하고 있을 때, 바젤에 살고 있던 23살의 한 한국계입양인 여성이 자살한 일을 겪으면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 여성은 죽기 전에 자신의 입양에 관한 저서와 방송 인터뷰를 남겨 놓았고, 나는 그것을 통해 해외입양에 어려 있는 아픔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후 스위스에 살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들과의 교제를 통해 입양의 본질이 복리이기 이전에 친생가족과의 결별이라는 점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고, 동시에 이 결별의 다른 당사자인 친생모의 아픔이 사실상 입양인들의 아픔과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찢김의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결별이 남기는 트라우마에 기초한 해외입양이 장구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점에 대한 의문과, 이런 결별을 방조하는 시스템에 다름 아닌 해외입양 옹호담론에 대한 의혹과, 나아가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체계적 적합성을 모색하는 일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능에 대한 일종의 분노 같은 것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2004년부터 지난 13년 동안 뿌리의집 일을 해오게 되었다."

-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시아 필란트로피상'은 무엇이고 그동안 주요 수상자분들에 대해 소개하면?
"사실, 이 질문은 제가 대답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제1회 수상자는 1970∼80년대 청계천 도시 빈민에게 7천500만 엔(약 8억 원)을 지원하는 등 50년간 한국을 위해 봉사한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님이셨고, 제2회 때는 30년간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어린이 교육지원 사업에 헌신해온 미얀마의 '따비에' 대표 마웅저님께서 수상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은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의 누리집과 홍보대행사의 누리집에 나와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면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사실 나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수상식 당일 수상소감에서도 심사위원회에서 실수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나는 개인적인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애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널리 사랑을 베풀고 실천하는 일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오히려 내 관심은 개인적인 층위에서의 자비와 사랑의 공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주변인의 가장자리까지를 아우르는 정의로운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지상에 함께 살고 있는 동료 인간들 중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사랑과 시혜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 즉 사회혁신에 있었다.

나는 시혜적 사랑이 불의한 사회적 시스템을 온존시키는 일종의 회피적이고 변명적인 행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애가 그런 의미의 사랑이라면 나는 박애주의자라는 이름의 상을 수상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안 일인데, 필란트로피(philanthropy)라는 단어에는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감정적인 연대의 지평을 가족과 사회와 민족의 지평을 넘어 인류공동체에까지 넓히는 일과, 사회체계를 재구성해서 이런 곤경에 내어 몰린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까지 포괄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뿌리의집>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나라도 이만큼 잘살게 되었으니까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입양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릴 종종 듣는다.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을 우리도 입양하자는 식의 구원서사에 대한 <뿌리의집>의 응답은 '아니다'이다. 그 땅에도 엄마들이 있고 그 땅의 엄마들 역시 그 사회 내부로부터 양육의 기회를 제공받는 대신 아이와의 강제 이별에 내몰려야 한다면, 그래서 비애와 트라우마에 내어 몰리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과의 연대이고 그 땅의 엄마들과 아이들도 결별의 고통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를 그 땅으로부터 뿌리 뽑아 우리 땅으로 데려와 키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만약 이런 <뿌리의집>의 입장이 진정한 박애주의로 정의될 수 있다면, 수상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해체를 막아주는 일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

- <뿌리의집>의 주요 활동은 무엇이고 목사님은 주로 해외입양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일을 하시는지?
"<뿌리의집>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네 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해외입양인들의 모국방문을 뒷바라지하는 비영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한국 사회 해외입양문제의 극복과 아동양육체계의 재구성을 위한 담론의 전개와 법제의 개혁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의 일이다. 셋째는 입양실천에 연루된 아동인권과 모성의 권익 문제를 다룬 책들을 출판하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이다. 넷째는 이런 뿌리의집의 활동을 학문적·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을 운영하는 아주 작은, 아직 태동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일이다.

뿌리의집에는 지난 13년 동안 연평균 약 300명의 해외입양인들이 머물다 갔다. 이들이 머문 총숙박수는 거의 4만 박에 이른다. 세계 각처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입양인들이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하나의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뿌리의집은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을 뒷바라지한다. 통·번역, 가족 찾기, 상담, 손전화, 은행구좌, 비자, 집구하기, 여행, 긴급지원 등등 그들이 한국생활 전반에 필요한 도움이 되기 위해 애쓴다. 뿌리의집의 핵심 기본사업이다.

시민단체로서 <뿌리의집>은 지난 2006년 제1회 입양의 날에 즈음하여 정부가 주창하기 시작한 국내입양 활성화 담론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원가족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가족의 해체를 막아주는 일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였어야 한다. 하지만 결별에 내몰릴 때는 팔짱 끼고 가만히 있다가 결별된 아동, 소위 요보호아동을 국내입양을 통해서 보호하자고 나서는 것을 정책으로 입안한 일은 사회체계의 적합성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우매 그 자체에 다름 아닌 정책이라는 점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 후 <뿌리의집>은 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층위에서 입양인들과 입양인 원가족들과 미혼양육모들과 시민사회와의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1년에는 '싱글맘의 날'을 제정해서 올해 7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입양기관이 더 이상 미혼모의 집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한부모가족지원법의 개정을 이끌어 냈으며, 같은 해 6월 국회에서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일을 견인했다.

2016년 11월에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 과정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현재는 헤이그국제입양협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시도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의 전부 개정안과 국제입양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아동인권의 보루에 다름 아닌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을 위한 법제화 운동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담론과 법제의 새지평을 열어내는 일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주변에 내어 몰리는 아동과 여성의 인권과 복리가 온정이 아닌 제도의 층위에서 온전히 돌봄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투를 거듭하고 있다."

"모든 아동은 친부모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 우리나라 시민들과 공무원 나아가서는 정치인 혹은 새 대통령이 왜 해외입양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해외입양은 아동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동은 친생부모의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그게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이다. 국가는 사회체계의 층위, 제도와 정책의 층위에서 아동의 인권이 보장되고 아동 최선의 이익이 섬세하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친생부모 특히 미혼모 가족에 대한 충분하고 따뜻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적어도 아동이 가난과 편견이라는 이유 때문에 친생부모의 품에서 자랄 권리가 박탈되고 아동의 인권이 훼손되도록 방치하는 나라가 더 이상 되어서는 안 된다.

해외입양문제는 우리나라 아동양육시스템에 있어서 일종의 암과 같은 것이다. 입양인이나 입양부모들이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 개개인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가 없기 바란다. 한 사회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성해가야 할 사회체계의 하나로 해외입양문제를 본다면 그것은 적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회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이젠 도려내어야 할 암적 시스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외입양은 이제 종결해야 한다. 한 사회공동체가 자기 사회 내부에 출현하는 아동의 양육을 해외 국가들이나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있다면 그 사회공동체는 정신이 나간 공동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출산율을 걱정하면, 이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는 오래 끌 것도 없다. 올해 하반기에 해외입양종결을 선언하고, 제반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같은 세계적 축제를 개최하는 나라인 우리가 도대체 왜 한국 아동 양육이라는 무거운 짐을 다른 나라에 넘기나."

"입양기관이 아동판매상일 수 있다"

- '우리나라 가난한 가정에서 빈곤하게 사는 것 보다 잘사는 서구국가에 입양되는 것이 아이의 장래에 좋은 것이 아닌가?' 라며 해외입양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양기관들이나 입양을 찬성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질문이 잘못된 것이다. 가난한 가정을 지원해 주어서 이 땅에 태어나는 아이들을 잘 키울 생각을 해야지, 서구인의 자비를 구걸할 일이 아니다. 서구인들의 자비에 기댈 일이면, 뭐하러 아이들을 낳나. 우리가 서구인들을 위해 국가를 만든 것은 아니지 않나. 왜 출산율을 걱정하나. 해외입양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싶은 일은 그 긍정적 관점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입양이든 국내입양이든 입양을 경험하는 최초 당사자는 사실 친생부모와 입양인 자신이다. 이들은 결별을 경험한다. 이 결별을 행복하게 경험하는 사람은 없다. 이 경험은 비자발적 경험이며 아프고 슬픈 경험이다. 여기에 찬사를 보내는 바보는 없다. 그것도 정책의 층위에서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은 한 나라의 국가공무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아는 한 국가 공무원은 정책과 사회시스템의 구축을 통해서 그 사회 내부에서 곤경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곤경해소의 길을 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입양의 최초 당사자인 입양인의 원가족과 입양인들에게 입양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고 입양기관을 쪼르르 찾아가 입양에 대해서 묻는 공무원은 공무원 자격이 없다. 입양기관이 아동산업복합(child industrial complex)이자 아동판매상일 수 있다는 세계적 염려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공무원들은 아동인권훼손의 잠정적 공범이 될 수도 있다."

- <뿌리의집>, 즉 일터에서 사모님과 함께 사시니 두 분 사생활이 거의 없으실 것 같은데, 사모님은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하시는지?
"하루 7~8명의 세계 각처에서 온 해외입양인들과 함께 사는 일상은 그것 자체로 새로운 만남의 기쁨이자 모르는 세상에 대한 알아감의 과정이기도 해서, 막상 고생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질서 정연한 것을 좋아하고 속 시원하게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게스트하우스라는 성격상 질서 정연하기 어렵고,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시원한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내가 좀 고생한다. 아내가 게스트하우스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데, 자유롭게 시간을 조정해서 일도 하고 쉬기도 한다.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 김도현 목사는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 활동을 하다가 1992년 스위스 국가교회의 한국담당 목사로 가게 됐다. 1993년 스위스에 살고 있던 한 한국계 입양인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한국계 입양인들과 8년 동안 동고동락하게 됐다. 그가 그때 만난 해외입양인 가운데 세 명이 또 그 뒤에 자살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어 그는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국제 간 아동입양과 한국의 친생모>란 논문을 썼다. 지난 2004년 귀국해 13년 동안 <뿌리의집>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태그:#김도현, #김성수,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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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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