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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본섬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시민의 눈> 자원봉사자가 맞아 주어 마음 든든했다. 매의 눈으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잘 지켜주세요~~
▲ 시민의 눈 자원봉사자 제주 본섬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시민의 눈> 자원봉사자가 맞아 주어 마음 든든했다. 매의 눈으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잘 지켜주세요~~
ⓒ 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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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우도에는 비가 오락가락한다.

오전 11시 반 우도면 체육관으로 향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 참관인' 신청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투표장 입구에 안내인 2명이 마을 주민은 관내투표함이 있는 오른쪽으로, 관광객은 관외투표함이 있는 왼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참관인 준비를 하며 혹시라도 사전투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은 없는지 5월 4일부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두 가지 문제점을 추려냈다. 하나는 이중투표용지의 여부였고 또 하나는 지문인식기를 거치지 않고 투표한 사람들의 우려였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특히 유의 깊게 보았는데 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중투표용지는 없었고 모든 투표자가 지문인식기를 거쳤다.

양쪽 테이블에는 지문인식기와 노트북 그리고 프린터기의 순서로 놓여있고 모두가 노트북에 USB로 연결되어 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지문인식을 하면 컴퓨터에서 본인 확인 음성 메시지가 나오고 프린트가 시작된다.

관외 투표의 경우 투표자의 주소가 먼저 프린트 되고 이어서 투표용지가 프린트 되어 나온다. 담당자는 노란색 회송용 우편 봉투에 스티커 처리된 주소를 붙이고 투표용지를 건네주며 '도장을 찍고 용지를 봉투에 넣은 다음 스티커 처리된 종이를 떼어 내고 봉인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고 일일이 한번도 빠짐없이 설명해준다.

평소에 나는 투표만 하고 서둘러 투표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오늘은 참관인의 자격으로 갔기에 6시간이나 머물렀다. 있는 동안 모든 투표 설치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투표함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플라스틱 재질의 뚜껑과 몸통으로 구성된 투표함의 봉인스티커가 뚜껑 손잡이 부분에만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해놓으면 언제라도 뚜껑을 열 수 있을 것 같아 담당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는데 고맙게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투표함 속에는 헝겊으로 된 주머니가 뚜껑과 연결되어 있고 봉인스티커는 바로 그곳에 단단히 붙어있다는 것이다.

오후 5시 50분이 되자 투표마감 10분 전이라는 안내가 있고 관계자 및 참관인 외에는 모두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리고 오후 6시 정각이 되자 참관인 3명의 입회 아래 관내 투표함 입구에 봉인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에는 참관인 3명의 자필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관외 투표함의 스티커 봉인을 떼어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뚜껑 손잡이를 잡고 들어올리자 두꺼운 헝겊 주머니가 딸려 나오고 아까 설명들은 대로 정말 봉인 스티커는 뚜껑과 주머니 사이에 붙어 있었다. 스티커를 떼어내자 뚜껑과 주머니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플라스틱 고리가 있었는데 미리 준비된 펜치로 고리를 잘라내고 나서야 투표함이 열렸다.

투표함에서 쏟아져 나온 누런색 회송용 우편 봉투를 일일이 손으로 세어서 갯수를 확인하고 난후, 갯수가 적힌 용지에 참관인 사인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확인한 회송용 우편 봉투의 갯수와 노트북에 입력된 갯수가 맞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그랬더니 나에게 직접 노트북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여기 이렇게 ***개라고 합계가 나와있죠? 이 숫자를 저희가 확인하는 겁니다."
"네... 그렇군요. 그럼 이 최종 데이터를 프린트해서 거기에 참관인이 사인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질문하며 나 스스로도 참 깐깐한 참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선거가 있기까지 수백만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그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투표장에서 나와 우체국에 함께 가서 확인된 관외 투표자의 회송용 우편 봉투와 참관인이 서명한 서류 이렇게 두 가지를 전달했다.

우리가 전달한 회송용 우편 봉투에는 ISBN이 찍혀 있고 우체국에서 일일이  컴퓨터에 등록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택배 과정과 동일하다. 다만 투표 봉투의 ISBN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DB와 연결되어 만에 하나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곧장 신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ISBN의 등록을 마치고 나면 다음 날 제주 본섬의 집중국으로 보내고 집중국에서는 투표 봉투의 주소가 적힌 각 지역으로 일괄 우송되어 5월 9일 개표하게 될 것이다.

에 참관인 고성미의 자필 사인
▲ 투표함 봉인 스티커 에 참관인 고성미의 자필 사인
ⓒ 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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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6일. '우도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배를 타고 성산항에 도착하여...'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을 상상했지만 어제와는 달리 해가 쨍쨍 맑다. 오전 8시 우도면사무소에서 어제 보관해 놓았던 관내 투표함에 내 이름이 서명된 봉인 스티커가 얌전히 붙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동차에 실었다.

경찰관 두 명과 함께 제주 본섬의 선거관리위원회까지 이동하며 새삼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것을 실감했다. 제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서 무사히 잘 전해주고 다시 한 번 확인서에 서명하면서 어제와 오늘 참관인으로서의 임무를 완수 했다.

마지막으로 참관을 하며 느낀 소감은 아무리 생각해도 투표에서 개표까지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사전투표는 그렇다 해도 본 투표는 바로 그 장소에서 시민단체의 참관 아래 직접 수개표를 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전 국민이 지켜볼 수 있다면 부정선거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까?

'민주주의의 꽃(투표)'이 만개하기를 바라며 5월 9일을 기대해본다.

우도는 섬 속의 섬이라서 이렇게 배를 타고 제주 본섬의 선거관리위원회로 가야한다.
▲ 성산항에 도착 우도는 섬 속의 섬이라서 이렇게 배를 타고 제주 본섬의 선거관리위원회로 가야한다.
ⓒ 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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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차를 타고 이동하며 공무수행 중이라는 것을 실감.
▲ 투표함 이송차량 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차를 타고 이동하며 공무수행 중이라는 것을 실감.
ⓒ 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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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틀에 걸친 참관인을 하며 이런 저런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신 우도면 사무소 여러분과 우도 우체국 국장님 그리고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첨부한 사진은 모두 관계자의 허락하에 촬영하였음을 밝힘니다.



태그:#사전투표, #참관인,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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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우도에서 살고 있는 사진쟁이 글쟁이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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