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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 "투표합시다" 대선후보 이구동성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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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홍 후보님하고 말을 섞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선후보 토론은 안 섞으려고 했습니다." (심상정 후보)
"나도 심 후보하고 이야기하기 싫어요. 할 수 없이 하는 겁니다." (홍준표 후보)

대선 토론이 그렇지 않겠는가. 대화하기 싫은 상대, 피하고 싶은 주제도 대면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토론 말미 "저는 말싸움을 잘 못한다"고 했지만,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유권자들은 스스로 판단한다. 누가 말싸움을 거는지, 누가 궤변을 늘어놓는지, 또 그 질문과 대답 사이사이 어떤 표정과 행동으로 반응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분야' 토론인 만큼 신상에 관한 상호간 네거티브나 신상 공격은 확실히 줄었다.

그럼에도 '사드'와 같은 당면한 현안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홍준표 후보가 이전부터 주야장천 주장해온 '강성귀족노조'에 대한 비토는 문재인 후보의 "무노조인 삼성이 강성귀족노조 때문에 해외로 나갔습니까?"라는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복지와 성장, 세수 확보에 대한 논쟁은 필수였다. 후보 간 날선 감정들은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하냐"던 홍 후보와 "그렇게 살지 말라"던 심 후보 간의 토론이 대표적이었다.

심상정이 홍준표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 

"홍 후보는 노조가 주적입니까? 강한 노조 때문에 망했다면 우리보다 노조가 강한 독일이나 스웨덴은 진작 망했어야죠. 노조가 강한, 독일이나 프랑스는 복지국가가 됐습니다. 무슨 궤변입니까."
"궤변이 아닙니다."
"궤변이 아니면 뭔가, 가짜뉴스입니까?"
"말을 왜 그렇게 합니까. 그런 억지 토론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심상정 후보가 '저격' 본능을 뽐내는 사이, '문재인 청문회'에서 벗어난 문재인 후보는 '사드 찬성'과 '귀족강성노조', '이명박, 박근혜 정부 경제 실정'과 관련해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를 공격했다.

반면 전공이라 할 수 있는 경제분야 토론임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후보는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 외에 다른 강점을 확연히 보여주진 못했다. 또 최근 바른정당 내에서 유승민 후보에게 '3자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유 후보는 마지막 발언에서 "요즘 바른정당이 시끄럽지만, 저 유승민 국민만 믿고 끝까지 갑니다"라고 호소했다.

안철수 후보는 공세보단 수세였다. 홍 후보에게는 "안랩 주식 폭락"과 "안랩이 전임 정권에서 큰 회사 아니냐"며 최근 떠오른 '안랩'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문 후보에게는 "10억 달러를 내도 사드를 배치할 것이냐"며 공격을 받았다.

5자 대결인 이번 조기대선에선 TV토론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낸 후보는 누구였을까. 일단 홍준표, 심상정, 문재인 후보를 주목해 보자.

'청문회' 벗어난 문재인 

"사드 배치를 무조건 찬성이라고 해버리니까 이제 (미국이) 비용도 부담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드 비용 10억 달라를 내라"는 돌발 인터뷰 내용이 문 후보에게는 호재였을지 모른다. 문 후보는 '사드 찬성'을 천명한 홍준표·유승민 후보나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쳐온 안철수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특히나 안 후보에게 "10억 달러를 내도 사드 배치를 찬성할 것인가"라 압박을 가했고,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가지 나온 문제를 한꺼번에 합의할 것"이란 답변을 받아냈다.

홍 후보와 '강성귀족노조' 논쟁도 벌였다. 문 후보는 "(무노조) 삼성이 강성귀족노조 때문에 해외로 나갔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은 귀족노조가 없기 때문에 세계 1위 기업이 됐다"는 홍 후보의 답변에 문 후보는 "홍 후보가 지사로 재직하던 경남, 부산 지역은 다 해운·조선산업이 위기"라며 "왜 경제위기를 다 강성노조 탓만 하느냐"라고 재차 압박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두 발언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자신의 경제 공약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쏟아지는 공격에 자신의 정책을 어필하지 못했던 이전 토론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두 발언을 포함해 시간 배분이나 공수의 전환,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모습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는 평도 나온다. 유승민 후보에게 "지난 토론에서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했던 것을 사과드린다"며 먼저 사과한 건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듯하다.

'기술자' 홍준표

할수록 유리하다. 이전 토론회에서 거듭된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오르고 있는 지지율이 이를 증명한다. 홍준표 후보 말이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 먹힐 만한 언어와 메시지를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던지고 있다. 직전 토론에서 '문재인 동성애' 논란을 이끌어낸 것도 결국 홍준표 후보였다. '사과'도 여러 번 했고, 태도 논란도 거듭되지만, 홍 후보의 토론의 기술은 여러 후보를 괴롭혔다.

끊임없이 '박정희'와 '색깔론', '강성귀족노조' 등을 언급하는 홍 후보의 '기술'은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유례없는 비판과 '욕'을 이끌어내지만 지지자들에게만큼은 "역시 보수"라는 반응을 끌어내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토론의 실질적 승자는 홍준표"라는 평가와 함께 지지율 15%가 돌파가 기정사실화됐다(프레시안· 리서치뷰 여론조사, 전국/4월25일~27일/만19세 이상 남녀 1,418/무선 ARS 100% RDD/ 응답률 14.7%/신뢰도 95%±2.6%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문재인 후보와 '귀족강성노조'를 두고 논쟁을 벌였고, 이어 심 후보와 2차 라운드를 가졌다. 심 후보의 "그렇게 살지 말라"는 날선 지적도 이때 나왔다. 심 후보는 "홍 후보의 주적은 노조인가"라고 물었고, "나는 주적이라고 이야기한 적 없다. 북한이 주적인데도 주적이라고 이야기 안 하는 사람 (문재인)이 저기 있다"고 받아쳤다.

안 후보에게는 "공부가 덜 됐다"는 고백(?)까지 했다. 안 후보는 "기업분할과 재벌계열 분리 이런 것에도 동의하나"고 물었고, 홍 후보는 "그건 내가 아직 공부 덜 됐다"며 "안 후보가 조금 가르쳐주면 잘해보겠다"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홍 후보의 경제분야 토론은 '강성귀족노조' 비판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다. 안 후보가 "근본적 서민을 증대하는 대책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홍 후보는 기존 '대기업 위주 성장'을 반복했다. 홍준표는 홍준표였다.

"그것이 일자리 대책이다. 결국 서민의 일자리 만드는 것이 복지다. 그게 기업 기 살리기다.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서민 복지다."

'상승세' 심상정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 당시 2~3%였던 심 후보의 지지율은 연이은 TV토론회 이후 최근 8%대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20대의 지지율 상승이 전체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JTBC 토론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1분 찬스'를 썼던 심 후보. 향후 청년 정책과 같은 소수자·약자 정책을 어떻게 어필할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되겠다.

"농촌에서 이 토론 지켜보시는 농민 여러분. 왜 우리 문제는 다루지 않나 섭섭해 하실 것 같습니다. 특히 5년 만에 정하는 쌀 목표 가격, 올해 또 정해야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할 거냐 묻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18만 8천 원인데, 저는 농업 예산을 4.6조 증액해서 직불금도 올리겠습니다."

심 후보는 마지막 발언을 농업 예산에 관련된 내용에 할애했다. 물론 사드 배치나 재벌 개혁 이슈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발언은 진보정당 후보로서 심 후보의 시선이 어디로,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를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었다. 보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와 색깔을 달리해야만 하는 심 후보가 소수자·약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농업 분야를 언급한 것은 그래서 유의미했다.

또 심 후보는 "말을 섞지 않겠다"던 홍준표 후보와 날을 세우는 한편 문재인 후보와는 '사드 반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TV토론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심 후보. 역시나 연이은 토론의 학습효과로 보이는 이러한 심 후보의 전략은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홍 후보와 함께 심 후보의 지지율이 어디까지 상승할지, 오는 5월 2일 펼쳐지는 '사회분야' 토론에서 또 어떤 저격 본능을 선보일지 지켜보도록 하자.


태그:#문재인, #홍준표, #심상정, #안철수,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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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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