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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자료사진).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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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또 한 번 드러났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차 공판에서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또 다른 피고인,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문자메시지였다. 장 전 차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2인자로 최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 지원을 총괄했다.

특검은 압수수색한 그의 휴대전화에서 여러 문자를 복구했다. 그중에는 2015년 1월 17일 자 <한겨레> 기사 링크가 적힌 수신 메시지가 있었다. '총수 문제 걸린 몇몇 대기업 승마협회 눈독 들이는 이유는'이란 제목 아래 ▲ 삼성이 곧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을 예정이며 ▲ 현 정권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 딸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내용이 담긴 기사였다.

문자에는 '승마협회 부회장은 이영국 상무가 개인적으로 맡은 것이며 그룹이 차기 회장직 맡을 여부 알 수 없다는 입장 추가'란 말도 있었다. 그런데 이 문구는 기사에 나오는 이 상무 인터뷰와 동일했다. 특검은 이 문자를 복구하며 발신인과 수신 시기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삼성에서 이 상무에게 대응방안을 지시했고, 그대로 인터뷰가 이뤄졌음을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짜 신문에는 '승마선수인 딸 정OO이 박근혜 덕을 본다고?'라는 기사도 실렸다. 정 선수가 승마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그의 라이벌이 우승한 2013년 4월 경북 상주대회 때는 심판판정 논란이 불거졌다는 보도였다. <한겨레>는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며 통화하는 모습을 봤다, 박근혜를 앞세워 목소리를 높인 건 오래된 일이다'란 다른 승마선수 학부모들 증언도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남다른 관계를 보여주는 기사였다.

'2015년 7월에 알았다'더니... 그해 1월 기사는 왜?

최순실씨 딸 정유라 선수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모습.
 최순실씨 딸 정유라 선수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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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최순실씨의 실체를 언제 알았느냐는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은 최순실씨의 실체를 뒤늦게 알았고, 정 선수 승마훈련 지원 등은 순수한 사회공헌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서 최씨 모녀 지원을 부탁받았다며 그날의 독대를 뇌물사건의 출발점으로 본다.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시점은 2015년 7월 말~8월 초(최지성·장충기·박상진·황성수) 또는 2016년 8월 말(이재용)이다.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마지원이 미흡하다'며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을 한 뒤에야 삼성이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았고 뒷수습에 나섰다는 얘기다.

변호인단은 또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하기만 했을 뿐, 이후 상황은 최지성 전 실장이 총괄했다고 말해왔다. 이 부회장은 보고조차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27일 공판에선 이 내용을 정리한 표까지 제시하며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8월 말에야 최씨의 실체를 알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자와 기사는 '최씨의 영향력을 2015년 7월 말에야 인지했다'는 장 전 차장 진술과는 맞지 않는다. 특검은 이미 그해 1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다룬 보도가 나온 만큼 장 전 차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미래전략실 2인자가 알았다면, 최고책임자인 최지성 전 실장 역시 알았을 수 있다. 이 사안이 대통령과 직결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 귀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직접 증거 없이 정황을 바탕으로 한 추측만 내놓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영국 상무 인터뷰를 두고는 "기사만 있을 뿐, 이 상무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만 했다. 명확한 해명은 아니었다.


태그:#이재용, #최순실, #박근혜,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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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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