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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대선후보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물 마시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대선후보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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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안보 현안이 대선 최대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입장 변화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속한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부터 햇볕정책을 당의 정체성으로 강조할 정도로 중시했었다.

안철수 후보의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발언을 종합해서 파악해보면 큰 틀에서 볼 때 안 후보는 햇볕정책의 기조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또 하나 확인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최근 들어서 안 후보는 '햇볕정책'이라는 담론 자체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안철수 후보의 이와 같은 입장이 몇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필자가 보기에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이 갖는 역사적 위상과 의미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햇볕정책 노선과 대척점에 있는 냉전보수의 시각을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안 후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결과적으로 그는 자기 중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뭐가 중요하냐"는 안철수, 너무 나갔다

이에 대한 분석을 위해 먼저 안철수 후보의 최근 입장을 살펴보자. 이번 대선에서 '햇볕정책'이 정치 쟁점화되기 시작한 것은 보수 세력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햇볕정책 지지 여부를 물어보면서부터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되듯 현재 상당수 보수 유권자들이 기존 보수 세력에 실망하여 그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상태다. 보수 세력들은 이와 같은 집토끼들의 귀환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전통적 보수 세력들이 싫어하는 '햇볕정책'을 호명하여 정치쟁점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답은 '공과 과가 있다'는 식으로 우회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먼저 2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질문 :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에 공과가 있다고 했다.
- 안철수 : 20년 전 정책을 계승하냐 안 하냐가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여쭙고 싶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상대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머리를 맞대야할 때 아니냐.

그리고 23일 광화문 '국민과의 약속, 대한민국 미래선언' 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진보에게 묻겠다. 왜 진보는 안보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하나. 왜 북한에 쩔쩔매나. 왜 중국에 당당하지 못한가."

그리고 이에 덧붙여서 안철수 후보는 "특히 문재인·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전임 정권 실세였다. 그러나 북핵·안보·경제 위기는 더 커졌고 '헬조선' 국민 삶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분들은 반성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해서 현재의 안보 위기에 있어 과거의 민주당 정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리고 23일 TV토론회에서도 안철수 후보는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안 후보는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 정책결정권을 가졌던 문·홍·유 후보 세 분은 북핵 문제가 이렇게 되기까지 모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하면서 사과부터 하라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문재인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 두 정부야말로 획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대전환시킨 정부"라고 대응하자 이에 안철수 후보는 "2006년 1차 핵실험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다시 맞대응을 하였다.

이렇게 보면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을 과거형으로 인식하고 있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이뤄졌던 대북정책/한반도 외교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안 후보의 인식은 무엇이 문제인가? 세 가지 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안철수의 세 가지 문제점

TV토론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 TV토론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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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의 역사적 위상과 그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남북화해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 내 진보적 대북 접근 방식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역사적 개념어이다.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교류 협력을 통해서 상호 이익 창출, 군사적 간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한국 내부의 진보적 대북 접근법을 대표하고 상징한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개별 정권의 정책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선 가치이자 노선을 뜻한다.

물론 김대중 정권 이전 노태우 정권의 대북정책 역시 대북포용정책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노태우 정권은 탈냉전 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1988년 7.7 선언으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였고, 남북한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그 결과 남북한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남북고위급 회담을 8차례 개최하여 1991년 9월 유엔 동시가입,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그리고 그해 12월 말에 있었던 비핵화 선언 등 매우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의 대북 정책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사회 세력과의 연계가 없이 진행되다보니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공안통치와 훈령조작 사건은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렇다보니 이것이 해당 세력의 정치적 노선으로 체화되지 못한 채 넘어가버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대중 정권의 특수성이 매우 강하게 부각된다. 김대중 정권은 대북정책의 전환을 중요한 정치적 정체성의 근거로 인식하면서 접근하였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까지 성공시켰다. 그 결과 기존과 다른 진보적 대북접근을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출하려고 했고 여기에 성공했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진보적 대북접근법을 상징하는 역사적 개념어가 된 것이다. 대북 압박/강경 노선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들이 '햇볕정책'이라는 용어에 집착하고 이를 상대 진영의 정체성의 근거로 삼으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 후보가 과거와 달라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반영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다면 '햇볕정책 기조 계승'이라는 원칙은 밝힌 후에 현재의 조건에 맞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새롭게 모색하려고 한다는 식의 입장 표명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둘째,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이 갖는 국제적 의미 및 위상에 대한 이해가 짧다. 우선 '햇볕정책'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햇볕'이라는 용어는 김대중이 1993년 영국 유학 시절에 자신의 평화통일 구상을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에 비유하면서 나오게 된 것이다.

한 예로 김대중은 1993년 6월 6일 영국 런던대학교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연설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바 있었다. 이처럼 김대중이 이솝우화를 인용한 것은 북한 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넓히기 위한 목적과 관련이 있다.

북한 문제는 남북한 뿐만 아니라 국제적 관점에서도 동시에 접근해야만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그래서 이솝우화의 이야기를 통해 진보적 대북 접근법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유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이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평화통일 구상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햇볕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김대중이 1998년 4월 3일 영국 런던대학교 연설에서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그 날 연설에서 이 용어가 나온 것은 맞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햇볕이라는 용어는 이미 1993년 김대중이 영국 유학 시절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대중의 국제적인 위상과 외교력이 더해져 햇볕정책(the Sunshine Policy)은 한국의 진보적 대북접근법인 대북포용정책을 상징하는 국제적인 용어가 되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학계, 언론계 등에서 보수 세력의 강경 노선에 대비되는 한국 내 접근법을 지칭할 때 'the Sunshine Policy'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만큼 햇볕정책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가 햇볕정책 용어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외부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이 갖는 국제적 위상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셋째,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안보 분야 위기 책임에 있어 보수 정권 뿐만 아니라 진보 정권의 책임도 함께 거론한 것은 매우 큰 문제다. 안 후보는 23일 유세와 TV토론에서 현재 안보 위기에 있어 기존 진보 정권도 책임이 있다는 언급을 했고, TV토론회에서는 그 근거로 1차 핵실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인식 자체가 북핵/미사일 문제가 악화된 구조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안 후보가 1차 핵실험을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대중의 답

 <오마이뉴스 재팬>은 9일 오전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 전대통령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006년 12월 <오마이뉴스 재팬>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대중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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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9일 1차 북핵실험 뒤에 햇볕정책 실패론이 급격히 제기된 바 있었다. 이에 대해서 햇볕정책을 주창한 김대중은 뭐라고 반응했을까? 북한 1차 핵실험 이틀 뒤인 10월 11일 전남대학교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김대중은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요새 내가 볼 때는 아주 해괴한 여론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햇볕정책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다. 포용정책 그만둬야 한다. 금강산 관광도 그만두고, 개성공단도 그만두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기억을 더듬어 봐도 북한에서 '남한에서 햇볕정책 하니까 핵 개발하겠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가(북한이) 핵 개발한 것은 미국이 우리를 못 살게 굴고, 대화하자고 해도 안하고, 우리의 살 길을 안 열어주니까 살기 위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핵 개발한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죄가 없는 햇볕정책에다가 그렇게 합니까? 만만한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볼 때는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논리적인 반박과 함께 김대중은 햇볕정책 실패론은 자학적 인식이라고 지적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나는 우리가 자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가 없는 죄를 있다고 떠들어 대야 합니까? 문제를 정치적으로 흐리게 만들면 바른 정책을 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햇볕정책은 분명히 남북관계에서는 성공했습니다.

(중략)이런 의미에서 햇볕정책은 그것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큰 성공을 할 텐데 북미관계 나빠서 못 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햇볕정책은 잘못 됐다'고 선언하고 금강산이나 개성에서 철수하면 오히려 더 악화됩니다. 책임있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11년 전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이 11년 전에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유효할 정도다. 어떻게 그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나? 그것은 바로 '안보는 보수'론에 근거한 대북강경론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깊이 있게 봐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분명 햇볕정책의 기조에 동의하는 정치인이다. 그러므로 최근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안철수 후보의 기본 입장을 폄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만 안철수 후보는 '안보는 보수'론을 의식한 나머지 중심을 잃고 보수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그의 발언은 이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대북 안보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안 후보가 핸들을 잘못 건드리면 급격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안보는 보수'와 같은 뉴라이트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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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입니다. 올 해 2월에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을 냈습니다. 뉴라이트 세력에 의해서 형성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2016),'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노무현 필승론'(200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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