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금 농촌은 모내기를 위한 볍씨종자소독 준비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농촌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농약물이 마구 버려져 하천 생태계가 몸살을 앓는다. 도랑과 실개천이 초토화되기 전에 관계기관의 적절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어류를 포함한 하천 생물들이 산란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에 어독성이 강한 종자소독약물이 아무런 제재없이 배수로와 도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볍씨소독을 강력히 독려하고 지도해 온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들이 하천생태계 보호를 위한 홍보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들 스스로도 종자소독약물을 마구 버릴 정도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다.

모내기를 위해 모판을 만들려면 우선 볍씨를 살균·살충제인 농약을 탄 물에 담가 소독해야 한다. 주로 키다리·도열병 방제 농약으로 액상 수화제 형태인 키맨((주)팜한농), 스포탁·균마기골드(한국삼농(주)), 스위퍼(신젠타코리아), 스미치온·굳타임((주)동방아그로)이 있다.

이들 농약 대부분은 어독성 2급으로 고독성 농약이다. 물론 사람과 가축에도 독성이 있다. '어독성'이란 어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어류의 먹이가 되는 수생물까지도 피해가 있으며, 각종 이끼류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독성분이 포함됐다는 위험표시다.

종자를 약액에 담근 모습.
 종자를 약액에 담근 모습.
ⓒ <무한정보> 이재형

관련사진보기


농약 사용량도 엄청나다. 충남 예산군내 한 농협 육묘장의 경우 모판 5만여장을 생산하는데 볍씨 1만1000㎏을 소독해야 한다. 키맨 농약을 쓸 경우 100㎖짜리 560여병을 사용한다고 한다. 볍씨 소독이 끝나면 4만ℓ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소독약물이 그대로 배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 나간다.

충남 예산군내만 해도 이같은 육묘장을 고덕, 삽교, 덕산, 광시, 신양, 신암 6개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8일 예산군내 한 육묘장 관계자는 "소독약물을 그대로 버리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모두 당연시됐다"며 "어떤 유관기관서도 약물처리에 대한 지도를 해 준 적이 없어 몰랐다"고 말했다.

대형육묘장뿐만 아니라 농가 곳곳에서도 자체적으로 모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독약물이 도랑으로 넘치고 있다.

봉산면에서 논농사 2만여평을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볍씨를 소독한 물을 모두들 그냥 버린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고, 한 번도 어떻게 처리해 버리라는 교육이나 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농촌 실정을 설명했다. 이어 "약물이 그냥 내로 흘러들어 가서 좋을 게 뭐 있겠냐. 옛날엔 똘에 송사리, 붕어도 많았는데…. 뭔가 방법이 있다면 일러주고 지도해서 환경을 보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을까.

볍씨종자소독을 독려하고 있는 작물연구과 담당공무원은 "볍씨를 소독한 물은 그대로 도랑이나 하천에 버리면 안 된다. 저류조를 만들어 중화처리를 하던지, 소량은 밭에다 뿌려 재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가 "농업기술원에서도 볍씨소독약물을 그대로 배수구에 버리는 것을 수년 동안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동안 안일했다. 철저한 관리를 위한 대책회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예산군농업기술센터도 봄철이면 영농교육을 통해 볍씨소독을 철저히 할 것을 지도하고 언론사에 홍보자료를 뿌리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소독약물 폐기에 대한 지도는 하지 않는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작물환경팀 담당공무원은 "볍씨소독요령 리플렛에 소독물 처리방법이 나와 있기는 한데 솔직히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앞으로는 교육시간에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원이 펴낸 '철저한 소독으로 키다리병 예방합시다'란 3쪽짜리 리플렛에는 '소독 후 약액에 석회·볏짚재 등을 넣어 정화시킨 후 퇴비사 등에 버림'이란 주의사항이 깨알같은 글씨로 숨어 있듯 표기돼 있다.

한편 가톨릭 관동대 보건환경학과 이현정 교수는 어독성이 강한 볍씨소독약물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어류 뿐만이 아니라 하천생태계 전반에 약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법제화다. 일정규모 이상의 육묘생산시설에는 저류조 등 약물을 중화시킬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처리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 않냐. 지자체에서 조례라도 만들어 내지역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종자소독, #농약, #어독성, #약물처리, #예산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