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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판매하는 병아리들
 가게에서 판매하는 병아리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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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비가 오고 우중충하더니 모처럼 반짝 해가 났다. 반가운 마음에 살랑살랑 집 밖을 나서는데 매일 지나다니는 꽃집 앞에 웬 몽글몽글한 털 뭉치들이 보인다. 자그마한 철장 안에 들어 있는 노란 병아리들, 그리고 토끼 몇 마리였다.

지금도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는 봄만 되면 병아리를 쉽게 살 수 있었다. 개나리처럼 노란 병아리들이 상자 안에서 삐약거리고, 그걸 보면 나는 매번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병아리를 사 왔다.

처음에는 분명 건강해 보였는데 며칠만 지나면 시들시들 힘이 없어지는 병아리가 가엾어서 나는 어미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들려주기도 했다. 개중에는 닭까지 자란 병아리도 있었지만 며칠 되지 않아 금방 죽어버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때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고 또 금방 죽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자랐을까? 그 짧은 이별이 매번 속상했다는 것밖에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라면서 점점 '병아리 팔아요'가 얼마나 쉽고 무책임한 말인지 알게 됐다. 병아리를 사기는 했지만, 병아리를 잘 키우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지금도 가끔 아이들이 마트에서 '강아지 사 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본다. 실제로 돈을 주고 동물을 살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먹을 것이나 물건을 사는 일과는 다르다는 걸 아이들은 충분히 알고 있을까? 나는 아이가 없지만 노파심에 그렇게 팔리는 동물들의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곤 했다.

오늘도 꽃집 앞에서 '병아리 있을 때 구입하세요'라는 종이 팻말과 짹짹이는 병아리들을 보고 있자니, 아무도 이 병아리들의 생명 유지에 큰 관심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목적에서 아이를 위해 키울 수도 있고 그냥 귀여워서 데려가 키울 수도 있겠지만, 이 병아리들은 애초에 오래 살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고 집에서 그리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도 어려울 듯하니 말이다.

지금은 길에서 병아리를 파는 일에 나름대로 규제가 생겨 내가 어릴 때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 같긴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원칙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최소한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병아리든 강아지든, 키우는 방법을 배워야 키울 자격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생명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가볍게 취급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꽃집에서 팔리던 그 봄 병아리들은 과연 봄을 넘기고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brunch.co.kr/@cats-day)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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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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