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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낙월도 전망대
▲ 낙월도 하낙월도 전망대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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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보이는 모든 것 중에 가장 편안하고 질리지 않는 게 있다면 나는 달을 첫 손가락에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낙월도라는 섬 이름이, 누구는 달이 지는 쪽에 있어서라 하고, 누구는 지는 달이 아름다워서라 하지만 명칭 유래야 어떠하든 섬이 달과 연관되어 있다는 게 참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낙월도에 달이 뜨면 마음에도 달이 뜰 것 같은 설렘을 갖는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달이 지든 달이 뜨든 분명 낙월도는 달처럼 편안하고 질리지 않을 섬일 거라는 기대를 갖고 집을 나섰다.

낙월도는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 섬으로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구분되는데, 진월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처럼 오간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옥산리에 있는 향화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향화도는 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간척 사업으로 육지가 되어 있다. 향화도에 있는 칠산타워(111m로 전남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1층에서 매표를 하면 된다. 배는 하루 세 번 운항하는데, 노선거리는 20.5㎞로 한 시간이 걸린다.
상하낙월도를 이어주는 진월교
▲ 낙월도 상하낙월도를 이어주는 진월교
ⓒ 민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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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자그마하다. 섬의 면적을 알고자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졌지만 일치된 자료가 아니어서 낙월면사무소에 전화를 했더니 상낙월도가 0.9㎢(최고봉 98m)이고, 하낙월도는 0.62㎢(최고봉 109m)라고 안내를 해줬다.

낙월도에는 새우와 관련한 표지석을 큼지막하게 세워 놓았다. 상낙월도에는 '새우의 고장'으로, 하낙월도는 '새우의 섬'으로 새겨져 있다. 그만큼 새우와 낙월도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 새우잡이가 한창일 때는 이 부근에서 잡는 새우가 국내 젓새우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호경기를 구가했었다. 바다가 온통 멍텅구리배로 빼곡하게 들어찼단다.

바다 가운데 까맣게 보이는 나무닻의 일부
▲ 낙월도 바다 가운데 까맣게 보이는 나무닻의 일부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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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배? 아, 그 이야기를 잠깐 해야 되겠다. 새우 잡는 배를 일컫는 말로 무동력선을 뜻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멍텅구리배라는 호칭이 붙었다. 대부분 새우는 자신이 살 곳을 스스로 찾아가는 게 아니라 조류에 의해 조류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조류의 변화가 많은 물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잡는다. 이 때 배와 그물이 조류에 따라 휩쓸리지 않도록 닻을 사용하는데, 바닷물에 녹이 슬지 않는 나무닻을 이용했다. 지금도 낙월도 앞 바다 갯벌에는 옛 새우 잡이 풍요를 말없이 증명하듯 갯벌에 박힌 나무닻의 흔적이 남아 있다.

새우잡이를 상징하는 멍텅구리배가 낙월도에서 사라진 사연은 가슴 아프다. 1987년 태풍 셀마가 낙월도를 할퀴고 지나갈 때 12척의 배가 침몰하고 53명이 희생되는 참화가 있었다. 이후 정부에서는 멍텅구리배의 안전과 선원들의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하여 1995년부터 보상을 주고 강제 폐선 처리하였다. 상낙월도 월암정에는 이들을 위로하는 위령비도 세워져 있다.(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운영 블로그 참조)
석양의 큰갈마골 해변
▲ 낙월도 석양의 큰갈마골 해변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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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낙월도는, 수석으로 인기가 높은 묵석(墨石)의 산지로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돌의 반출이 금지되어 탐석(探石)이 소용없게 되었다. 수석 애호가들은 아쉽겠지만 모든 자연은 있던 그 자리에 있는 게 순리라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낙월도를 낙월도답게 만드는 일주 산책로 이야기로 넘어가야 되겠다. 섬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찾는 낙월도는 밋밋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책로도 기복이 완만하고 순하다. 가족 단위로 걷기에 그만이다.

상낙월도 산책길은 선착장 -> 달바위 -> 재계미 해변 -> 큰갈마골 해수욕장 -> 당산 -> 쌍복바위 -> 선착장을 이어준다. 재계미 해변은 몽돌해변으로 유명하고, 큰갈마골 해수욕장은 낙월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라 제법 규모가 만만찮다.
상낙월도 당산 부근의 산책로
▲ 낙월도 상낙월도 당산 부근의 산책로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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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낙월도 산책길은 진월교 -> 하낙월항 -> 장벌해수욕장 -> 당너매 -> 전망대 -> 외양마지(낚시터) -> 진월교로 이어진다. 두 코스를 다 밟으면 섬을 한 바퀴 도는 셈이다.

하낙월도 전망대에서는 외양마지 쪽의 전망이 좋다. 외양마지와 진월교, 상낙월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광이 제법이다. 장벌 해수욕장은 해변의 길이가 1.5㎞ 정도다. 하낙월도의 산책길은 오르내림이 심하다. 심하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상낙월도에 비해 그렇다는 뜻이다.

낙월도를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을 걸으면 낙월도가 얼마나 편안한 섬인지 새삼 느낀다. 편안하고 질리지 않은 달의 이미지를 산책로에서도 느낄 수 있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몽돌 해변에 내려가 돌이 동그래진 사연도 듣고, 전망대에 앉아 바다도 즐기고, 길가에서 수줍게 고개를 들고 방문객을 맞는 야생화를 보는 기쁨도 만만찮다.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과 빨리빨리만 강조하는 일상의 짐도 거기에서는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

하낙월도 산책길과 같은 섬인듯 보이는 상낙월도
▲ 낙월도 하낙월도 산책길과 같은 섬인듯 보이는 상낙월도
ⓒ 민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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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낙월도의 산책길을 한꺼번에 걸으려면 네 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는 민박집 주인의 이야기였는데, 실제는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느린 걸음에, 전망 좋은 곳에서는 앉아서 구경하기를 즐기다 보니 그랬다. 이 두 섬의 산책길을 대부분의 산악회에서는 11㎞로 소개하고 있다.

낙월도에 왔으니 모든 건 다 빼도 달은 봐야 할 게 아닌가 싶어 땅거미가 짙어지는 시간에 밖엘 나갔다. 달바위에 세워진 월암정에 앉아 음력 날짜를 계산했더니 바로 그 날이 음력 2월 초이틀이 아닌가! 참으로 아쉬웠다.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보름을 방문일로 잡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이튿날 월암정 일출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맑은 강산 사진일기'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낙월도, #달, #영광군, #낙월면, #진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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