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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첫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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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들의 입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뇌물사건 2차 공판에서는 또 다른 피고인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진술 조서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장 전 차장은 삼성그룹 핵심부서 미래전략실의 2인자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지원문제를 두고 실무를 지휘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최씨를 모르지만 최근 언론보도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 딸 정유라 선수는 2015년 8월 이후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전 차장은 12월 20일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4년 10월 말 터진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당시 이미 정 선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한 이재용 부회장이 한 날 회의를 열어 정 선수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실장, 저, 박상진 전 사장이 '대통령 말씀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정 선수 독일 승마훈련지원 문제를 회의하고 지원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2016년 8월에서야 최순실씨 모녀의 존재와 지원 사실을 알았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은 무너진다.

"2015년 이재용-대통령 독대 후 정유라 지원하기로"

그는 2014년 9월 최지성 전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 유망주를 발굴하고 좋은 말도 구입하는 등 제대로 지원해달라더라"고 들었을 때도 '대통령이 정유라 때문에 (승마에) 관심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두 번째 독대를 두고는 "대통령이 또 승마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상원 검사는 '또 승마 얘기'라는 표현을 볼 때 "삼성은 승마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곧바로 정유라 선수를 도왔다. 장 전 차장은 이 일이 '승마단 훈련 지원' 형태로 이뤄진 까닭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 선수 지원은 아니었지만, 삼성이 독일 승마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안 했을 테니 최순실씨가 저희를 이용해 위장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후 이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고맙다'고 하고, 박상진 전 사장을 2016년 5월 에티오피아 순방 때 헤드테이블에 앉힌 일 등을 보면 정 선수를 위해 삼성에 승마지원을 요구했다고 추측했다.

"상황을 보면 대통령이 저희에게 화를 냈다가 푸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가 순수하게 승마 종목 발전을 위해 지원하라고 했다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그렇게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 정유라 선수 지원 후 대통령 태도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삼성에 요구한 것이) 순수한 (승마 종목) 지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 검사는 그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 모녀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여기에 상당히 어긋난다"고 했다.

장 전 차장은 2015년 독대 때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아래 영재센터) 지원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메달리스트들이 만든 단체를 지원해달라'고 해서 바로 조치를 취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전자는 그해 10월 2일 영재센터에 부가세를 포함해 5억 5000만 원을 보냈다. 장 전 차장은 또 "2016년 2월 15일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청와대서 받은 자료'라며 봉투를 건넸는데, 영재센터 관련 계획안이 들어있었다"며 "맨 마지막에 9억 8000만 원 정도 되는 예산안이 붙어 있어 이영국 상무에게 이대로 지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의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 지원 등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뇌물임을 입증하기 위해 장 전 차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5년 10월부터 한 해 동안 모두 94회, 3~4일에 한 번꼴로 통화했고 문자메시지도 수시로 주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세 차례 독대할 때에도 미리 연락이 오갔으며 마지막 면담이 이뤄진 2016년 2월 15일 전에는 10회 가까이 통화하기도 했다.

'이재용은 모두 관계없다'는 변호인단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사진)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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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특검이 장 전 차장의 진술을 실제와 다르게 말한다"고 주장했다. 권순익 변호사는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 지시를 정유라 선수 때문으로 생각했지만, 설마 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했는데 '설마'한 게 피고인의 진의"라고 했다. 또 2014년 9월 15일 첫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정 선수 지원을 얘기한 것 같냐는 질문에 "나중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장 전 차장 역시 박상진 전 사장이 최순실씨 측근 박원오씨와 접촉한 뒤에야 진상을 알았다는 뜻이었다.

영재센터 부분도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1차 지원의 경우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결정했고, 2차 지원은 이 부회장과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피고인들 진술이 모두 엇갈리는 부분"이라며 "이 부회장은 일관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수사기록을 보니 그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영재센터뿐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정을 봐도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는 최지성 전 실장이라며 서초사옥에서 이 부회장이 41층, 최 전 실장이 42층, 이건희 회장이 43층을 썼던 점을 봐도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도 정유라 선수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독대 후 여러 행사에서 대통령이 승마 얘기를 한 적이 있고, 고맙다고 했지만 한 번도 정유라나 승마지원 때문에 말한 적은 없다"며 "삼성이 여러 정책을 지원해줘 고맙다는 포괄적 감사"라고 했다. 또 장 전 차장이 안종범 전 수석과 자주 연락한 이유는 "안종범이 경제수석이라 기본적으로 기업체와 접촉이 굉장히 많았다"며 "두 사람 직책 때문에 통화가 잦았을 뿐 현안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말했다.


태그:#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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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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