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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C 시작점 루클라(2880m)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카트만두에서 첫 비행기가 온 직후다. 사람들은 들떠 보였다. 일을 구하지 못한 가이드, 포터들은 트레커들과 흥정 중이다.

다른 루트로 올라가면 루클라를 거치지 않고 "슈르케"라는 마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이유는 3일간 연락드리지 못해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께 안부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다.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정보도 들었다. 루클라는 EBC 루트에서 가장 큰 마을이기도 하며 원하는 모든 걸 구할 수도 있다.

지난 밤 롯지에 짐을 풀고 곧장 카페로 가서 커피 한 잔 시키고 밀린 안부 인사를 했다. 부모님, 친구, 나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

루클라 시가지
▲ 루클라 루클라 시가지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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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라 시가지에서도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 루클라 루클라 시가지에서도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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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0M.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높이다. 백두산보다 100m 가량 더 높다. 낮에는 봄처럼 따뜻하지만 해가 지자 기온이 바로 내려간다.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히말라야 안으로 들어온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일과가 돼버린 걷기. 매일 걷는다. 배낭 들쳐매고 걷는다. 평지를 걸을 때도 있고 비탈진 경사를 걷을 때도 있다. 벼랑길을 주먹 불끈 쥐고 두려움 감추고 걷는다. 음악 크게 틀고 걷는다. 동행이 생기면 동행자의 발걸음 소리 듣고 걷는다.

공중에 떠도는 새들을 바라보며 걷고, 설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나무를 보고 걷고 흙을 바라보고 걷는다.

나는 지금 걷고 있는데 걷고 싶다. 생각을 비워버리고 싶는데 걸을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걷는 것이 아니라 내 발이 걷는 것이 돼버렸다. 내려놓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생각을 떨쳐버리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오늘도 걷는데, 내일도 걸을 건데. 언제면 나는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팍딩을 지나 몬조로 가는 길
▲ 팍딩 팍딩을 지나 몬조로 가는 길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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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새
▲ 하늘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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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조 가는 길
▲ 팍딩 몬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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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딩을 지나 몬조로 가는 길
▲ 몬조 팍딩을 지나 몬조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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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병 예방하는 방법

천천히 걷기.
호흡 일정하게 하기.
하루에 최대 고도 500M 이상 오르지 않기.
자주 차 마시기.
자주 쉬기.
삼시 세끼 챙겨 먹기.
물 자주 마시기.
오후 4시 이전에 트레킹 마치기.
과욕하지 않기.

루클라에서 시작한 트레커들은 팍딩 또는 몬조에서 하루를 마친다. 남체까지 오르지 않는 이유는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살레리부터 시작한 나는 고도에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었고, 루클라에서 하루를 묵었기에 남체까지 하루에 올랐다. 살짝 과욕을 한 셈이다.

사람마다 고산병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 몸 상태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도 남체까지 오르는 동안 고산병 증세는 없었다.

몬조를 지나 남체로 향하는 길
▲ 구름다리 몬조를 지나 남체로 향하는 길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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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르스트 뷰 포인트 남체 1시간 앞둔 지점
▲ 에베레스트 에베르스트 뷰 포인트 남체 1시간 앞둔 지점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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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지난 후. 남체를 1시간 앞둔 지점 트레커들이 몰려 있다. 곧 체크포스트가 나오는데 잠시 쉬기로 했다.

"여기가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야."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 뒤편이 에베레스트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8848m).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곳을 이제는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찡한 마음 사진으로 달래본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은 걸까, 아니면 침묵이 힘든 걸까. 트레커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숨이나 좀 쉬면서 얘기를 하지. 20분 가까이 쉬면서 그들을 지켜봤지만, 좀처럼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 남체 도착 고소 적응, 남체(3440m)

남체 마을 전경
▲ 남체 남체 마을 전경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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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5일차. 남체에서 하루 쉬기. 고소적응을 위해 남체에서 열이면 열 하루를 쉰다. 이곳 역시 큰 마을이다. 미쳐 준비 못한 등산용품이 있다면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카트만두에 비해 가격이 더 높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가격은 점점 올라간다. 아직도 이곳은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필품은 사람이 직접 나르며, 포터가 매는 등짐을 보면 기가 찰 정도로 엄청난 양을 짊어지고 올라간다. 극한직업은 이곳에도 존재한다.사람뿐 아니라 야크도 짐을 운반한다.
(도로가 일정부분 정비된 안나푸르나의 경우 생필품을 차량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합니다.)

마을 전경
▲ 남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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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을 만나다

"한국 분이세요?"

아시아계 사람이라면 대부분 어느 지역 사람인지 감으로 알게 되는데, 보자마자 한국인임을 알았다. 친구는 1년 6개월간 세계여행을 했고 마지막 여행지를 네팔로 정했다.(후에 일이지만 이 친구 덕에 포카라에서 장기간 머물게 된 게스트하우스를 소개받았다.)

우리는 끊임없는 수다를 떨었고 그것도 모자라 저녁을 먹은 뒤 펍에 들러 못다 한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 마시며 남체를 기억했다. 고소적응에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친구는 이제 하산 길이라며 편하게 마실 수 있다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 떠나는 자 남는 자

아침이면 떠난다. 오후가 되면 온다. 하루에 이별과 만남이 계속된다. 정이 들만 하면 떠나는 사람들.

익숙하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만남의 광장. 그렇게 맞이한 그리고 떠나보낸 인연 몇이나 될까. 이제 보내면 그들을 볼 수나 있을까. 주고받은 말들이 떠오를 때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진다.

남체를 뒤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탱보체를 지나 팡보체 다시 딩보체로. 팡보체에선 산의 어머니인 아마다블람으로 향했다.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 아마다블람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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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 아마다블람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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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없었다면 몰랐을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산을 오르며 만나는 트레커들에게 꼭 가보라 했던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이곳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베이스캠프와 정면에 우뚝 서 있던 아마다블람은 경이로웠다.

EBC 루트 중 가보지 못한 고쿄리 추쿵리가 있다. 다녀온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다시 가고 싶다 했다. 아마다블람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위로가 되었고 아픈 마음 달래 준 그런 곳.

# 낭가르타샹

낭가르 타샹 5600m. 딩보체에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 가이드와 함께 낭가르타샹에 오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딩보체 마을은 고도 4410m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이제 어느 곳에 가던지 고산병은 없을 거야."

가이드는 말했지만 나는 고락쉡에서 고산병이 왔다.

정상 부근
▲ 낭가르 타샹 정상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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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
▲ 낭가르 타샹 정상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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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
▲ 낭가르 타샹 정상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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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파랗다 못해 검푸른 하늘은 히말라야에 깊숙이 들어온 나를 반겨 주었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도 숨이 가빠 쉬기를 반복하며 오른 낭가르탸샹. 히말라야를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5600M.

▲ 낭가르 타샹 낭가르 타샹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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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태그:#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남체, #아마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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