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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촛불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넘어 '적폐청산'을 외쳤고, 이제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그 일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릴레이인터뷰-적폐청산 그리고 미래'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촛불집회 현장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함께 하는 장소였다.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며 공통된 의견을 표출해내는 공론화의 장이 되었다. 평화로운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박근혜 퇴진! 적폐청산!"을 외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꿨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촛불집회 현장이 그러했듯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가끔씩 항의성 고성이 울려퍼질 때가 있었다. 그 고성들은 대부분 방송사, 신문사 등 기자들을 향한 것이었다.
대전MBC노조도 촛불집회의 일원으로 함께 했다고 한다. 사진은 시국대회에서 발언중인 이한신 지부장
▲ 대전시국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한신 지부장(대전MBC노조) 대전MBC노조도 촛불집회의 일원으로 함께 했다고 한다. 사진은 시국대회에서 발언중인 이한신 지부장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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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가 여길 왜 와! 나가", "어차피 기사로 나오지도 않을 거면서 뭐하러 찍어!", "이상한 내용 쓰려면 아예 찍지도 마!"

약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때로는 그들의 주장에 동참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해왔던 대한민국의 언론이 어느 때부터인가 "부역자"라는 딱지가 붙은 채 시민들에게서 외면당하고만 있는 것이다.
대전MBC 노조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언론노조 대전MBC지부 이한신 지부장 대전MBC 노조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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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장이나 보도국장의 지시에 취재 기자의 입장은 항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군사독재 시절에도 부당한 취재 지시라 판단되면 따르지 않고, 반항하던 게 기자정신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안타깝죠. 앞으로도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특히 MBC는요."

이한신 지부장(언론노조 대전MBC지부)의 말 속에서 지금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MBC를 비롯한 언론, 특히 방송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나온다. 3월 29일, 대전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언론적폐 청산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서울MBC사장이 지역MBC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에요. 지역 방송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서울에서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지역 현안 등 지역에 대한 관심보다는 임명권자 눈치 보기만 급급한 상황이에요. 또 지역사에 대한 경영평가로 서울MBC 사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평가하는 항목의 배점을 늘려 지역MBC에 지속적인 줄 세우기를 하고 있기에 지역의 경영 자율성은 사라진 지 오래됐어요."

언론 분야의 박근혜 적폐는 박근혜 정권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언론장악'이라는 용어가 군사독재 시절 이후 다시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이명박 정권 이후, 방송사의 구조를 변경하면서까지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작업해 왔다는 것이다. 지역MBC의 경우에도 서울MBC 사장의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독립적인 구조에서 종속적인 구조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지난 3월 3일, 대전MBC에서 탄기국 집회를 리포트를 했어요.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친박 집회를 리포트하라고 위에서 지시한 거죠. 민심을 반영한다면 보도하지 않았어야 했지만 취재 기자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를 기사에 다 담아냈죠. 담당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인 거죠. 하지만 조합 차원에서 생각하면 부당한 취재 지시에 좀 더 적극적인 저항이 필요하지 않았나 아쉽게 생각해요."

방송사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데에는 적극적인 저항을 못 하는 MBC 내의 분위기가 문제라고 그는 생각한다. 권력자들에 의한 줄 세우기가 존재하고, 친박 방송으로 전락한 MBC 내 상황에 일선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못한 점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공정한 언론을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놔야 해요.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가 절실한 이유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반대로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 못 했어요. 그래서 MBC노조는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를 위한 투쟁에 최대한 동력을 집중하고 있고요. 또 MBC를 바꿔내면 다른 방송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 생각해요."

지역MBC 사장 선임절차 개선, 자율경영 보장,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와 유관기관의 지역 대표성 강화 등 17개의 지역MBC노동조합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2017년 대선 미디어정책 지역MBC 정책"에는 언론장악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미 언론사의 노동조합들은 언론 적폐청산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당장에 바뀔 건 없어요. 김장겸 사장 체제의 MBC는 특히 그래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죠. 작년에 누가 박근혜가 파면된다는 생각을 했겠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냈잖아요. 이제 언론 노동자들이 나서야죠. 공정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모아 함께 외치고 투쟁해서 만들어내야죠."

당장에 변화될 것이 없어 보일지언정,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발 한발 조금씩 전진해 나가겠다는 생각. 이런 생각이 모여 1,600만 촛불이 되었고, 박근혜 파면, 그리고 구속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듯이, 공정방송을 위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을 기대해본다.

"언론이 바로 서면 세상이 바로 서고, 언론이 비틀거리면 세상도 비틀거리는 거죠. 결국, 박근혜 퇴진 투쟁도 언론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잖아요.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 언론 민주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언론모니터링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교육 등을 통하여 언론 민주화를 이끌고 있는 이기동 사무국장(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 적폐 청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권력에 장악된 언론에 의해 포장돼온 박근혜 정권이 그나마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한 일부 언론보도와 이로 인해 폭발한 민심에 의해 파면당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권력에 장악당한 공영방송, '날치기 미디어법'의 최대수혜자인 '종합편성채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긴 합니다. 권력에 부역했던 언론인의 퇴출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한 언론이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언론계가 요구하고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 상황실 평가회의 중 사진
▲ 대전충남 민언련 이기동 사무국장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 상황실 평가회의 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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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적폐 청산의 시작은 언론을 장악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그 시작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위원회 등 각 위원회를 비롯해 사장단의 임명 권한이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재의 구조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언론장악 문제가 다시금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인사들이 포함되는 것도 중요해요. 국민의 절반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기구에 지역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방송법을 비롯한 미디어법 전반에 지역성에 대한 명문규정조차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로 대표되는 중앙언론 중심의 언론정책과 논의 구조는 결국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견인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지역 언론의 특성이 반영되는 구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열악한 지역의 언론사들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공정하고 정당하게 알려낼 수 있는 지역 언론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언론 적폐 청산 없이는 다시 또 반복될 수 있어요. 국정농단 사태나 부역자들의 권력 찬탈, 누구 편을 드는 언론이 아닌 공정한 언론을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 민주화고 언론 적폐 청산이겠죠. 그 구조를 만들어가는 시민의 눈이 바로 민언련이고요. 그것이 민언련의 사명이기도 하죠. 1600만 시민의 힘이 박근혜를 파면시킨 것처럼, 국민의 관심이 언론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언론을 장악하고, 앵무새방송을 만들었던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그의 이야기다. 공정언론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언론을 바꿔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언론에 대한 눈을 뜬 만큼, 언론 적폐 청산과 공정방송을 만들 때까지 그 관심이 끝나지 않을 것을 믿는다.


태그:#적폐청산, #대전, #언론,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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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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