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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의혹 공방이 주로 다뤄졌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은폐 의혹을 받고 있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 및 조직 폭력배 동원 의혹,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됩니다.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폭로전이 양측에서 이어지고 있어 언론 보도에 신중함이 요구되는데요. 아쉽게도 의혹을 검증 형태 보도로 처리한 방송사는 SBS와 JTBC뿐입니다. 특히 MBN은 문재인 후보 관련 논란만 4건을 보도하면서도 안철수 후보 측 논란은 단 1건만 보도했습니다. MBN을 제외한 방송사들은 보도량을 균등히 맞추거나 안철수 후보 관련 논란을 더 많이 보도했습니다.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7~4/9) ⓒ민주언론시민연합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7~4/9)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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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쑥날쑥 여론조사... 뭘 믿어야 하나

대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방송 보도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지지율 여론조사입니다. 최근 각 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누가 얼마나 이기고 있다'는 식의 여론조사 인용 보도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간(7일~9일)에도 방송사들은 지지율 보도와 판세 분석 보도를 더해 적게는 2건(MBN), 많게는 7건(TV조선)까지 보도를 냈죠. 사실 이런 식의 보도는 '경마식 보도'의 일종으로서 그리 적절치 않은 보도 행태입니다.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13% 앞선다고 보도한 KBS(4/9)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13% 앞선다고 보도한 KBS(4/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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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방송사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다는 겁니다. 이번 주말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먼저 KBS는 <5자 구도시…안 36.8%‧문 32.7% 접전>(4/9 http://bit.ly/2ntZtLp)에서 KBS와 연합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5자 구도에서 안철수 후보가 36.8%, 문재인 후보가 32.7%를 기록"했고, "양자 가상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고 전했습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는 49.4%로, 36.2%를 기록한 문 후보에 13.2%나 앞섰다는 겁니다.

MBC는 자사와 한국경제신문의 여론조사를 인용한 <문-안 초접전…양자대결 안 우세>(4/9 http://bit.ly/2oViCD8)에서, 5자 구도 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35.2%,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34.5%로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고" 있고 양자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48.4%로 39.2%의 문재인 후보를 9.2%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전했습니다.

JTBC <문재인-안철수 37.7%…여론조사 첫 동률>(4/9 http://bit.ly/2oQpWDd)은 두 개의 여론조사를 가져왔습니다. 한겨레신문의 여론 조사를 인용, 6자 구도(김종인 추가) 시 문 후보, 안 후보가 37.7%로 동률을 보였다고 전했고 KSOI의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 41.8, 안 후보 37.9%로 오차범위 내에서 문 후보가 조금 높게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JTBC는 이날 '양자 가상 대결' 결과를 언급하지 않은 유일한 방송사이기도 합니다.

TV조선 <안철수, 문재인과 다자 대결도 접전>(4/9 http://bit.ly/2nwuJcz)에서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인용해 6자 구도(김종인 추가) 시 안철수 34.4%, 문재인 32.2%, 5자 구도시 안철수 37.5%, 문재인 35.7%로 접전 양상이고,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무려 51.4%로, 38.3%인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고 보도했습니다.

2. 여론조사, 따져보면 보인다

일단 KBS와 TV조선의 조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방송사가 인용한 조사 결과 다자 구도, 양자구도 모두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이 나왔습니다.

다자구도 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양자구도 시에는 격차가 무려 13%에 이르렀습니다. 수치가 약간 다르지만 KBS와 TV조선 보도의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 지지율 격차가 13%로 똑같이 나왔습니다.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경향은 MBC의 여론조사와 JTBC가 인용한 한겨레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9일 보도된 여론조사 상세 비교(4/9, 리얼미터 조사는 비교 대상) ⓒ민주언론시민연합
 9일 보도된 여론조사 상세 비교(4/9, 리얼미터 조사는 비교 대상)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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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실시된 리얼미터의 조사는 다른 수치를 보여줍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6자 구도 시 문 후보 42.6%, 안 후보 37.2%로 문 후보가 5.4% 차이로 앞섰고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는 47.6%로 43.3%의 안 후보를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이유로 조사방식의 차이가 꼽힙니다. 리얼미터는 타 기관과 달리 무선 전화 방식이 ARS·면접을 합쳐 90%로 5개 여론조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무선 전화 ARS를 조사 방식에 포함시킨 것도 리얼미터 뿐이고 유선 전화 방식의 경우 면접이 아닌 자동 응답 방식인 ARS를 택한 것도 리얼미터 뿐입니다.

반면 KBS‧JTBC‧TV조선이 보도한 여론조사의 경우 MBC를 제외하고는 무선 전화 비율이 60%이하였고 JTBC가 인용한 한겨레 조사의 경우 46%로 절반 이하입니다. 최근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유선 전화보다는 무선 전화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크고 무선 전화 방식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런 조사 방식의 차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표본 추출의 크기와 '비적격 비율', 사용한 국번의 개수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표본 추출 틀의 크기는 기관이 여론조사를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건 대상의 수를 말합니다. 비적격 사례는 그 중 결번, 사업체번호, 팩스, 대상지역 아님 등의 사유로 접촉에 실패한 경우입니다. KBS의 경우 유·무선 면접 모두에서 3만 명에게만 접촉해 각각 5만 명에 접촉한 한겨레 및 34만 명이나 접촉한 리얼미터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적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비적격 비율이 유·무선 각각 8.2%와 12%에 그친 것도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타사의 경우 비적격 비율이 최소 13%부터 최대 78%까지 높았고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30~40%는 나온다고 지적합니다. 리얼미터도 유선에서 8.2%의 비적격 비율이 나왔지만 이는 무작위 유선 면접이 아닌 자동 응답 방식인 유선 ARS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무선 표본을 구축할 때 겨우 60개의 국번만 사용한 점도 KBS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지목됩니다. 타사는 대략 7000여 개의 국번으로 표본을 추출했습니다.

3. 가상 양자대결의 핵심 단일화, 여론조사는 설명했을까?

한편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가 문재인-안철수 양자 가상대결을 물어보면서 그 필수 요건인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단일화'를 설명하지 않아 여론 향방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9일 방송사들이 보도한 여론조사는 어땠을까요? 결과를 보면 KBS와 TV조선은 단일화 배경을 알려주지 않았고 JTBC(한겨레)와 리얼미터는 설명했습니다.

KBS의 경우 질문 구성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KBS 여론조사는 4자 구도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하여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는 4자구도로 치러질 경우에는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며 단일화를 언급한 반면, 양자 구도 질문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는 양자구도로 치러질 경우에는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만 물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어째서 4자 구도에서는 단일화가 필수적임을 상기시키고 양자대결에서는 말을 해주지 않는 걸까요?

다음에 이어지는 질문들은 더 이상합니다. 양자 대결 바로 다음 질문은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일부 무소속 후보가 연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서는 단일화 후보로는 누가 가장 낫다고 보십니까?"라는 겁니다. 선택지로는 김종인, 안철수, 유승민, 정운찬, 홍석현, 홍준표, 없다, 모름이 무작위로 주어졌습니다. 마지막 질문도 이목을 끕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연대하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설 후보로 단일화하는 '통합연대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겁니다. 선택지는 찬성, 반대, 모름이 주어졌습니다.

양자 가상 대결을 물어볼 땐 언급하지도 않은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단일화'를 마지막 질문에 가서야 느닷없이 '단일화 찬반 여부'로 묻더니, 심지어 이 연대를 '통합연대 후보 단일화'라는 매우 긍정적인 표현으로 소개한 겁니다. 여론조사 구성 자체가 '안철수 중심 단일화'를 호의적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강론을 외쳤고 최근 지지율까지 상승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허술한 질문으로 꾸며진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무조건 보도하는 태도는 부적절합니다.

KBS 대선주자 여론조사 질문지 일부 발췌
 KBS 대선주자 여론조사 질문지 일부 발췌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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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TV조선이 인용한 조선일보 조사 역시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만 양자 대결 지지율을 물었습니다. 반면 한겨레 조사와 리얼미터는 "문재인·심상정 후보와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 문재인·홍준표 양자 가상대결"이라고 분명히 명시한 후 지지율을 물었습니다.

리얼미터의 경우 "反문재인 안·홍·유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단일화 찬반을 물었고 찬반에 더해 '가능‧불가능 여부'까지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반대 55.9%가 반대했고 74.9%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KBS의 경우 반대가 50.4%로 더 낮게 나왔는데요. KBS <후보 단일화 반대 우세…각 당 '입장차'>(4/9 http://bit.ly/2ph6H1D)는 이걸 또 지지 정당별로 구분해 "민주당을 제외한 이른바 '통합연대 단일화'에 대해 한국당, 바른정당 지지층은 찬성이 우세했지만, 국민의당 지지층은 오차범위 내"라며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홈페이지(www.ccdm.or.kr/xe/vot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문재인, #안철수, #KBS,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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