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도·강원 영서·충청권 등이 오전에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나쁨'(일평균 81~150㎍/㎥) 수준의 농도를 기록한 지난 9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남쪽지역의 건물들이 미세먼지로 희미하게 보인다.
 경기도·강원 영서·충청권 등이 오전에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나쁨'(일평균 81~150㎍/㎥) 수준의 농도를 기록한 지난 9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남쪽지역의 건물들이 미세먼지로 희미하게 보인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황사철인 봄철. 자욱한 미세먼지 만큼이나 전국 학교는 야외수업 가능 여부로 혼란스럽다. 야외 수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아이들과 교사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은 밖에 나가자고 아우성인 반면, 교사들은 나가지 말자고 설득하는 데 애를 먹는다. 특별한 기준 없이 학교마다 야외수업 여부를 제각기 판단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시도교육청이 학교에 '야외수업 금지'를 알리는 문자통보를 하면 이런 혼란은 단박에 해결되지만 이를 조정해야 할 교육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녹색연합이 내놓은 '2016년도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에 따른 조처 현황'을 보면 시도교육청의 문자통보는 2016년에 평균 2차례뿐이었다. 대구·울산·경남교육청은 0번, 서울·부산·인천·대전·충남 교육청은 1번이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교육부 매뉴얼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미세먼지 주의보·경보일 때에만 문자통보를 해온 탓이다.

예보 단계에서는 대응 어려워

미세먼지 예보제는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까지 4단계로 운영된다. 주의보는 '매우나쁨' 상태(151㎍/㎥)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0㎍/㎥인 상태가 2시간 이상을 넘기면 내려진다.

지난해 평일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시도교육청별로 0~6차례 정도였다. 하지만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는 '예보' 단계에서의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 ' 상태다.

녹색연합은 지난 5일 낸 보도자료에서 "예보단계에서의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의 상황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그런데도 교육부 매뉴얼은 미세먼지 주의보·경보에만 대응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다각적인 방안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선 초중고는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나왔을 때 야외수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혼란을 겪어왔다. 게다가 올해는 대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만 '초미세먼지 나쁨' 발생일수가 지난해엔 13일이었지만, 올해는 3월말 현재까지 14일이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요구에 밀려 운동장 체육 수업을 하게 되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매뉴얼 강화됐지만... 혼란 막기엔 역부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일선 교육청도 해법 모색에 나섰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미세먼지 '나쁨 이상'(미세 먼지가 농도가 50㎍/㎥이상 '보통'일 때도 포함)일 때도 야외수업을 자제하는 내용이 골자인 '학교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의 단계별 대응 권고안을 한 단계씩 상향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WHO 기준에 맞춰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의 건강권 보호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도 역시 올해 상반기 안에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대책도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야외수업 자제 기준을 미세먼지 농도 보통 이상으로 상향해놓고도 '주의보' 이상 발령 시에만 학교장, 교감, 미세먼지 담당교사 등 3명에게 문자로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일선 교사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미세먼지 예보 단계에서의 실내수업 결정 여부는 기존대로 학교 몫이다. 결정권자인 학교장이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느냐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결국, 상위 기관이 '야외수업 자제'를 정확히 판단해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혼란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태그:#미세먼지, #교육청, #실내수업, #야외수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