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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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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까지 한국장학재단에 서류를 보내야 대학생인 첫째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작년엔 우리 집이 소득분위 8분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소득분위가 9분위로 바뀐 것이다.

작년 하반기, 남편의 월급이 100만 원 이상 줄었음에도 집의 기준시가가 상승한 탓에 소득분위가 올라 '이의신청'을 해야 했다. 상담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개인의 소득을 파악하는 기준은 건강보험료이기 때문에 월급명세서만으로는 소득이 줄어든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했다.

추가 서류로 남편 회사 인사부를 통해 '11월 건강보험 통합 전자문서 처리내역(서)'를 일주일 안에 제출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회사 인사부에 알아보니 처음 듣는 서류란다.  

서류를 떼어줘야 하는 곳에서 모르는 서류라고 하니 난감했다. 중간에 있는 나는 혼란스러웠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보았지만 검색된 내용은 한 건뿐이었다. 그나마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흔히 사용하는 서류가 아님이 분명했다. 우리는 기일 내에 인사부에서 알지도 못 하는 서류를 내기 힘들거 같았다.

다시 장학재단에 전화를 해서 서류에 대해서 물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학기 초엔 장학재단 콜센터와 통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첫째와 내가 지난 일주일간 매일 열 통씩 전화를 했지만 직원과 단 한번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기하라는 기계음의 안내 음성만 반복해서 들었을 뿐이다.

그뿐인가? 홈페이지를 통해서 질문을 남겨도 답변이 없었다. 월급이 줄어든 것도 억울한데 장학금까지 못 받게되었고 전화해서 물을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갑갑증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영화 생각이 났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의 주인공은 다니엘은 공공기관의 자동응답기와 같은 응대에 갖혀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는 다니엘이 된듯 답답했다.

받지도 않는 콜센터에 계속 전화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건강보험과 관련된 서류이니 '건강보험관리공단' 콜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듯 싶었다. 건강보험관리 공단은 다행히 전화를 금방 받는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떼 줄 수 없는 서류란다. 국가장학재단의 상급기관이 어디일까? 교육부다. 교육부 민원번호로 전화했다.

콜센터 직원은 내 말을 듣더니 장학재단으로 전화를 하라며 번호를 알려주려고 한다.

"그쪽은 전화 안 받아요.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가 없어요. 홈페이지에다 물어도 대답이 없고요. 게다가 오늘까지 서류 마감이라고요."

말을 하다보니 내 목소리의 떨림이 느껴진다. 이깟 일이 뭐라고 흥분을 하나 싶어 떨리는 내 목소리가 창피하다. 상담사는 국가장학금 담당 공무원의 직통 번호를 알려준다. 호흡을 가다듬고 직통 번호로 전화했다. 담당 공무원은 상담요원과는 달리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딱딱 알아듣는다.

"네 많이 힘드셨죠? 제가 서류 떼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EDI라는 전산시스템이라고 있어요. 인사부 직원은 알 거예요. 인사부 직원이 그 시스템에 들어가서."
"잠깐만요. 제가 적을게요."
"EDI시스템에 들어가신 뒤 사업장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서요. 남편 분 작년 11월 보수월액을 변경하신 뒤에... 받은문서함을 열어보시면 건강보험 통합 전자문서 처리내역이 들어있어요. 이 서류를 저희에게 보내 주시면 돼요."

정신없이 받아 적고는 한숨이 나온다. 이걸 남편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사부 직원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남편이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일단 받아 적었다. 어차피 선택은 남편의 몫. 서류 제출 기한도 연장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교육부 직원도 알았다고 한다.

이렇게 담당직원과 통화하면 간단히 해결될 걸, 괜히 장학재단 콜센터에 전화하느라 아들과 내가 고생만 했다. 처음부터 잘 설명해 주면 될 것을 일주일 동안 고생한 것이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남편에게 서류를 어떻게 떼야 하는지 전화를 해서 알려주니 황당해한다.

"이걸 어떻게 부탁하냐?"
"이거 내면 수십만 원 받으니까.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

한참 뒤 남편에게 처리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인사부 직원에게 정중하게 부탁 메일을 보내서 처리가 되었단다. 서류가 접수가 되어서 우리 집 소득분위가 8분위로 조정되었다. 덕분에 장학금도 받게 되었다.

학기 초엔 장학재단 콜센터 전화회선을 늘리면 좋겠다. 물론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거다. 그러면 홈페이지 상담이라도 좀 빨리 응대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례별로 자세한 설명이 홈페이지에 있었으면 좋겠다. 월급이 줄은 것도 속상한 일인데 월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찌 살겠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컴맹인 주인공 다니엘도 노인인 우리 엄마도 공공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아무 지장 없게 모든 서비스가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되길 희망해 본다.


태그:#국가장학금, #소득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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