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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독일은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정지하고 2050년까지 신재생발전에너지를 전체의 80%까지 세워나간다고 하죠. 하지만 프랑스는 2010년에 75%였던 원전 비중이 2014년에는 78%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진원지였던 일본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그들도 독일처럼 점차적인 폐쇄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까요? 2016년 7월을 기준으로 정시시켰던 42기의 원전 가운데 총 25기 원전에 대한 재가동 신청서가 이미 제출된 상태라고 합니다.

조석의 〈새로운 에너지 세계〉
▲ 책겉표지 조석의 〈새로운 에너지 세계〉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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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이 친환경이나 안전성 면에서 좋지 않다는 인식을 모두들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폐기하기 힘든 걸까요? 거기에는 몇 가지 다른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원전 기여론'과 '원전 불가피론' 같은 것 말이죠. 원전이 산업과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원전 없이는 다른 대체 에너지를 보다 값싸게 이용할 만한 게 아직은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한없이 그 원전에 매달려야 하는 입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도 언젠가는 노후될 것이고 고갈될 것이기 때문이죠. 하루 빨리 그에 따른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정책을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이야기한다면 '원전 불가론'만 들고 나온다고 비판하겠죠.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역임한 이의 주장을 들어본다면, 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 흐름 속에서 에너지 수요자에게 어떻게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경쟁력 있게 서비스할 것인가? 는 가장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이는 기존 에너지 공급자 위주에 익숙한 정책 입안자와 산업 참여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50쪽)

지식경제부 자원정책심의관 겸 에너지정책기획관을 역임하였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역임한 조석의 <새로운 에너지 세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재직 시 19년간 묵은 과제였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했다는 그는 세 가지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첫째는 공급관리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이고, 둘째는 경제성 중심의 전원믹스에서 저탄소 발전원 중심으로 전환,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전력시장의 개방과 참여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하죠.

사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에너지는 한국 전력이 주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전력 사용의 피크제를 도입해 놓고 그 한계를 뛰어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이든 산업용이든 쓰는 상태에 따라 전력요금을 납부토록 해야 하는데, 그 피크제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상태죠. 그것이 바로 수용 중심보다 '공급관리 중심의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런 정책을 조속히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로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저탄소 발전원 중심의 전환'은 무얼 두고 하는 말일까요? 기존의 원전이 산업발전과 경제성 확보 때문에 계속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환경이나 안전성을 더욱더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국제적인 온실가스 대응에 우리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더 활발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겠죠. 그것이 쉬운 일이었다면 프랑스나 일본에서도 손쉽게 바꿨겠죠. 원자력발전이 환경이나 안전성보다도 경제적 가치가 훨씬 더 크고 용이하기 때문에 그것을 재가동하거나 확대 사용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협약 앞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죠.

마지막 셋째로 그가 이야기하는 것, 이른바 '전력시장의 개방과 참여에 대한 필요성'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국전력거래소가 모든 분야의 에너지를 통제하고 관리하기보다는 전기공급 사업이나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에 대해 개방토록 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전기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그에 따른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과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뜻과 상통하는 것이겠죠. 그렇게 개방되지 않는다면 제 4차 산업은 허울뿐인 사업으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연 그가 이야기하는 세 가지 차원의 패러다임을 어디에서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을까요? 그가 이 책의 끝부분을 통해 이야기하는 바를 깊이 참조한다면 뭔가 해법이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기에 에너지 문제에 대해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여건을 하루 속히 만들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것일 수도 있고, 최고 통치권자가 에너지에 대한 정책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국회 내 상설 기구를 설립하는 방식도 있다.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든 시급히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빈국인 한국이 에너지 정책의 갈라파고스 섬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402쪽)

아무쪼록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원전을 끊지 못하고 있는지, 또한 왜 원전을 확대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왜 원전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우리나라가 왜 그런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꾀해야 하는지, 모두가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새로 선출될 최고 통치권자와 정부 그리고 국회의원들까지도 이 책을 더더욱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세계 -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과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의 대응전략

조석 지음, 메디치미디어(2017)


태그:#새로운 에너지 세계, #전력시장의 개방과 참여, #저탄소 발전원 중심의 전환, #수요관리 중심의 전환, #원자력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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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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