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이 열리는 볼로냐 박람회장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이 열리는 볼로냐 박람회장
ⓒ 홍윤이

관련사진보기


3일부터 6일까지는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기간입니다. 이 볼로냐 도서전에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시상합니다.

서점 그림책 코너에 가면 금색, 은색 스티커가 번쩍번쩍 붙어있는 책들이 있지요. 거기에 쓰여 있는 'OOO 상 수상작'. 어떤 상이 유명하다고 해서 겨우 외웠는데, 다른 책에는 또 모르는 상 이름이 붙어 있어 당황한 적 있으시죠?

상을 받았다고 하니 좋은 책인 거 같긴 한데, 그게 어떤 상인지, 어떤 책에 주는 것인지, 권위는 있는 건지 궁금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그림책 상,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볼로냐 라가치 상

이탈리아 볼로냐는 늘 여러 가지 박람회로 북적이는 도시지만, 매년 3월 말, 4월 초가 되면 더 정신이 없어집니다. 그건 바로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이 열리는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기간 동안 전 세계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인쇄, 캐릭터 상품 회사, 일러스트레이터들도 비즈니스를 위해 이곳으로 옵니다.

그야말로 어린이 책을 위한 국제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기간 동안에는 주최 측에서 심사해서 그래픽과 편집디자인 등이 우수한 '책'에게 주는 라가치 상(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 부문) 시상식도 함께 진행됩니다.

그 밖에 우수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뽑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행사도 있지요. 기간 내에 응모한 일러스트레이터들 중 논픽션과 픽션 부문을 합쳐 우수한 작가 50인을 선정해 이 타이틀을 수여하고, 도서전 기간 중에는 전시도 한답니다.

'라가치 상'과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헛갈려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둘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 두세요. 지난 2004년 이후 최근에는 한국의 여러 작품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라가치 상을 받고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칼데콧 상

칼데콧 상은 19세기 영국의 그림책 작가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 1846-1886)의 이름을 따 만든 상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은 미국 도서관 협회 산하의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미국에서 나온 출판물을 대상으로 수여하며, 미국 국적을 가진 이에게만 준답니다.

해마다 그 전 해의 뛰어난 그림책을 만든 작가(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에는 'The Medal'을, 그 외의 우수한 작품 1~5개에겐 'The Honor'란 이름으로 상을 수여합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미국에 칼데콧 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칼데콧 상을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수여하는 것처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역시 영국 도서관 협회(CILIP)에서 수여하는 상입니다.

영국 도서관 협회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과 카네기 상을 동시에 수여하는데, 카네기 상은 '글 작가'에게,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은 '그림 작가'에게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그림책을 대상으로 하는 상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케이트 그린어웨이만 꼽을게요(물론 그림책이 모두 어린이 책인 것은 아니며, 어린이 책에 그림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 역시 영국의 그림책 작가입니다. 원래는 카네기 상만 있었지만 1956년부터 이 상을 예술성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에게 수여하기 시작했지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의 재미있는 점은 상금(500파운드)을 수상자에게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상금으로 책을 구입해 수상자가 정한 도서관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자에게 상금이 5000파운드나 되는 콜린 미어스 상도 함께 준다고 하니, 제가 받을 확률이 로또 당첨 확률보다 희박할 텐데도 괜히 기분이 좋네요.

안데르센 상

그림책 상을 소개할 때 딱히 설명할 말이 없으면 '그림책의 노벨상'이라는 말을 붙이곤 합니다. 그 표현이 식상해서 불만이긴 하지만, 굳이 그림책의 노벨상을 말하라면 저는 IBBY(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가 주관하는 안데르센 상(HCAA, Hans Christian Andersen Award)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이건 책 한 권에 주는 상이 아니라 한 작가가 평생 동안 한 작업에 대해 주는 상이기 때문이죠. 2년에 한 번 짝수 해에만 수여하는 이 상은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영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데르센 상은 문학 부문과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이렇게 2부문으로 나눠서 수여한다 하고, 수상자는 덴마크 여왕으로부터 직접 메달을 받는답니다.

BIB 상

BIB(Biennial of Illustration Bratislava)는 이름 그대로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입니다. 2년에 한 번, 홀수년에 개최가 되고요. 브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의 수도입니다.

BIB상은 1967년 처음 시작됐으며, 안데르센 상과 더불어 권위 있는 그림책 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BIB는 유네스코와 IBBY의 후원하에 개최되고 있는데요, 안데르센 상과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볼로냐 도서전은 매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원화 전시를 한 다음 도록을 펴내는데요, 그 표지가 전해에 수상을 했던 안데르센 상 수상작 또는 BIB 그랑프리 수상작 작가의 그림이거든요. 예를 들면 2012년 볼로냐 도서전 도록의 표지로 쓰인 조은영의 <달려, 토토>는 2011년 BIB 그랑프리 수상작이었답니다.

BIB는 그랑프리 1개, 황금 사과 5개, 훈장 5개 이렇게 총 11개의 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여합니다. 예술적으로 뛰어나고 독특한 그림들을 BIB 전시장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저도 BIB 전시장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수상 작품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서 상을 받겠지요. 하지만 책을 고를 때 책의 수상 여부는 단지 참고만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한번 찬찬히 책장을 넘겨 읽어 본 다음 집에 두고 계속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자신에게는 그 어떤 상을 받은 책보다 가치 있는 책이 되는 것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그림책을 만드는 프리랜스 디자이너입니다.



태그:#그림책, #그림책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