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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에서 참담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동암역에서는 음주운전자가 출입구를 나서던 시민을 치었으며, 동춘동에서는 놀이터에서 놀던 8살 아이가 유괴당하여 살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마계 인천'에 걸맞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인천은 종종 강력범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것이 종합된 이미지인 마계 인천의 유래는 분분하지만,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전국에서 운전이 가장 험한 도시이며, 범죄 및 불량 청소년이 횡행하고, 소득수준과 민도(시민의식)가 떨어진다고 말이다.

이에 대해 별 다른 항변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마계 인천이라는 이미지는 인천시민의 자조적인 시각도 반영되었기도 하다. 인천에 대한 내・외부의 부정적인 인상을 타파하고 오명을 벗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에 대한 편견 : ① 치안

마계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범죄와 관련된 치안 문제가 아닐까 한다. 고담 대구, 라쿤 광주, 안산드레스, 갱스 오브 부산 등 도시와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는 모두 흉흉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인천 같은 경우, 구도심이나 재개발이 진행되기 전 동네를 방문하면 할렘을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지역 간의 낙후된 격차가 큰 편이다. 그래서 이런 곳을 방문한다면, 치안에 대한 오해가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는 바로 '인천'이다.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가 2016년 세계 치안 순위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범죄지수는 14.31점, 안전지수는 85.69점을 얻어 조사대상 117개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도시는 인천으로, 이는 교토와 서울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또한 '경찰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전국 7대 지방청 범죄 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인천은 평균보다 낮았고, 대전을 제외하면 범죄가 가장 적게 일어나는 도시였다. 인천의 치안은 편견과 다르게 양호한 편이다.

인천에 대한 편견 : ② 재정

그 다음으로 화제가 되는 것은 단연 재정 문제를 꼽고 싶다. 서울의 'I.SEOUL.U'를 패러디 한 '널 파산시키겠어'라는 의미의 'I.INCHEON.U'가 유행하기도 하였다. 인천의 재정 상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세계도시축전,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행사 유치가 연이어 실패로 돌아갔고, 신도시 건설 등 무리하게 벌인 개발 사업의 영향이 크다.

2009년 1300여억 원이 투입된 세계도시축전의 경우, 신종플루 등 악재로 인해 실패하였으며, 이와 병행하여 지은 월미은하레일은 800여억 원이 소요됐지만 운행 한 번 못해보고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같은 경우, 벌어들인 수입이 투입예산 2조여 원의 8.9%밖에 안 돼,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부채는, 2029년에 이르러서야 모두 상환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밖에도, 송도, 영종, 청라 등의 신도시와 각종 SOC 개발 사업이 있었다.

이로 인해, 2014년 인천의 재정(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무려 39.9%에 달했다. 정부가 이 비율이 40%를 넘길 경우, 해당 지자체를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부도 위기나 다름없는 지경이었다. 이는 개발정책이 잇따라 지지부진했던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위기였으며, 결국 2012년 들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여, 공무원들의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을 정도이니 그 여파가 대단했다.

그러나 대부분 악성 부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극복 가능한 부채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인천시의 재정 규모는 전국에서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애초에 정부 주도 하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육성되었으며,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한 명분도, 대기업의 공장들과 산업단지로 인해 경기도로부터 재정적으로 자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전체 예산 규모 역시 2017년 8조 3천억 등 연간 8~9조 원에 육박한다. 인천시의 재정자립도 역시 서울, 울산, 경기 등에 이은 4위로 양호한 편이다.

실제로 2014년 39.9%에 달한 부채 비율 역시, 2015년 33.2%, 2016년 30.3%로 감소했으며,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7년까지 25.5%로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힘으로써, 인천시의 재정 상태는 곧 정상화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에 대한 편견 : ③ 정치

또 다른 부정적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이 부분은, 타지인들보다도 인천시민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전술한 치안과 재정은 실제 수치가 편견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취약한 부분이다. 최근 10년간 치러진 7차례의 선거에서, 인천은 무려 3차례나 꼴찌를 차지했다. 나머지 4차례도 최하위권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무려 51.4%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국 평균(72.6%)보다 21.2%나 낮은 수치였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적으니, 민주시민으로서의 시민의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인천의 투표율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 높은 유동인구 비율과 이에 따른 약한 지역 귀속감 및 정체성, 많은 노동자 인구 등이 꼽혔다. 그러나 2015년 이준한 인천대 교수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요소가 실제 투표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이 고향이거나 더 오래 거주했다고, 그래서 지역 정체성이 높다고 해서 투표를 더 자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노동자가 많은 것 역시 이유는 되지 못했다. 2014년부터 정착된 사전투표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으므로, 투표할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핑계이고, 관심이 없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다.

이 교수는 선거에 관심이 많을수록, 그래서 투표를 자주해왔을수록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지역 정체성 확립이라는 추상적인 대책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선거 홍보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율만 한정한다면, 인천의 정치가 열악한 것은 맞다. 그러나 나는 인천의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인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반등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인천은 각 지역마다 정치 성향이 다르고, 부동층이 많기 때문에 각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천의 민심을 사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구도 13개나 되고,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인천에서 이긴 후보가 모조리 당선된 것을 볼 때, 충청지역 만큼이나 중요한 스윙 보트 지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은 부동층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민심을 사로잡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선거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천시민들은 정치권에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지역 발전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대한 편견 : ④ 교육

인천에서 학교를 다니면 흔히 듣는 말이, '너네 학업성취도 평가나 모의고사, 수능이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라는 선생님들의 탄식이다. 물론, 잘하는 동네는 잘하겠지만, 인천이 워낙 넓은 만큼, 교육수준이 낮은 곳은 낮았고, 평균을 내면 하위권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수능 성적이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 인천 학생들의 성적은 꽤 저조한 편이다. 2016년 수능을 보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지난해보다 감소하여, 이는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다. 수능 성적은 저조할지 몰라도, 그것이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점차 수능을 통한 정시 비중이 낮아지기 때문에 인천시는 대입 전략을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에 집중하고 있다. 즉, 변화하는 대입 트렌드에 빠르게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천은 몇 해 전부터 수시 학생부 전형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10개 대학의 학생부 전형(2012~2014년)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인천의 비중이 6.9%로 전국 17개 시・도 중 3위를 기록하였다. 수능 순위(1・2등급 비율 기준)가 전국 최하위권인 15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수능 성적이 좋은 대구시교육청은 곤욕을 치렀다. 대구시의회 감사에서, 수능 성적이 저조한 인천에 비해 대학진학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을 추궁 당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앞선 자료에서 수능은 4위를 기록했으나, 학생부 전형 합격자 비율은 12위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수능 2위인 광주 역시 13위에 불과했다.

인천의 이러한 성과는 일시적이지 않았다. 2016년 수도권 10개 대학 수시 학생부 전형 합격자 수가, 2015년에 비해 8.5%, 2014년에 비해서는 무려 26.6%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학생부 전형 비중이 2014년 12.4%에서 2017년에는 20.3%까지 증가했고,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에 한정하면 50%까지 치솟기 때문에, 인천시교육청의 이와 같은 대입전략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울산시교육청에서 직원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마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마계 인천에 기여하는 부정적 요인들 네 가지를 모두 살펴봤다. 그 결과, 치안, 재정, 정치, 교육 모두 실제 사실과 다른 편견에 불과하거나, 긍정적인 여지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관계만을 놓고 보면, '마계'라는 호칭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디 '인상'이라는 것은 실제 본질과는 무관하다.

인상은 대중이 그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의 표면적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을 하더라도, 이미 그러한 인상이 한 번 박힌 뒤로는 떨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미지나 별명이 생기지는 않는 이상, 마계 인천이라는 호칭은 쭉 이어질 것이다.

역발상을 해본다면, 마계라는 별명이 꼭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의 이름은 '붉은 악마'이며, 이는 매우 긍정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마계 역시 속초가 한 때 포켓몬 마을로 명소가 되었듯, 잘 활용한다면 시를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생각했을 때 마계라는 대중적인 별명이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지 않는가. 이와 같은 별명을 가진 도시가 전국에는 몇 없다.

인천이 지향해야 할 가치

물론, 이는 우스갯소리로 한 것이다. 마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든, 이를 타파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냐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천이 마계를 극복할 정체성이 없는 이유가, 인천시민 스스로 인천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시민들을 뭉치게 할 구심점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천의 면적은 광역시 중 1위이며, 그 넓다는 서울의 2배를 자랑한다. 또 이처럼 넓은 면적이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색이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생활권이 크게 3~4개로 나뉘고, 각 구역마다 앞서 다룬 네 가지 지표도 모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각 시민들은 같은 인천 시민일지라도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통일시킬 정체성을 고취하고자 억지로 획일화하는 것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나는 본디 무언가를 한 단어로 축약하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GDP나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은, 기업이 잘 살게 되었다는 뜻인가, 서민들이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인가.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 서민들의 삶도 나아지는가?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표현도 싫어한다. 이것은 경향을 나타낼 뿐, 특정 인물을 정확히 대표할 수 없다. 안보에는 보수적이어도, 경제는 진보적일 수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인천'도 '인천' 나름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인천이라고 다 같은 인천이 아닌데, 억지로 하나된 인천이라는 정체성이 생길리 만무하다.

미국이 하나로 뭉쳐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합의 기치를, 통일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출신의 사람들을 억지로 획일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그대로 미국이라는 사회에 묶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대로 녹아들어 미국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인천 역시 이러한 아메리칸 드림을 본받아 인천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인천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극대화하여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리하여 '마계'라는 별명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태그:#인천, #마계, #강력범죄, #도시,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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