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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자료사진)
 출퇴근(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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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출퇴근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심사한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출퇴근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산재보험법상 규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결과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제 출퇴근중의 사고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산재보험법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업무상재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대법원의 판례 역시 근로자의 출퇴근은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어,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다. 예컨대 지금까지 산재보험법과 판례는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버스 등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온 것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차별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하여 산재보험법 제37조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은 통근버스 등의 출퇴근수단을 제공하는 회사의 근로자들보다 더 열악한 근로조건하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들이 오히려 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이기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근로자가 개인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 하던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례가 없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지리적인 조건과 출퇴근 시간 등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근로자가 자신의 오토바이나 승용차 등 개인적인 교통수단이 아닌 다른 출·퇴근 방법을 선택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따라서 근로자에게는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 오토바이로 출근하던 중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은 출퇴근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법상 보호를 받을 수는 없었다.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 그렇다면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뿐 아니라 그 밖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우리가 매일 아침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노무제공(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외에 어떠한 다른 이유는 있지도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 입니다.



태그:#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업무상재해, #출퇴근중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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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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