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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유충들이 꾸물거린다. 일견 징그러울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만한 천국이 없다. 아이들이 책 속에서만 보아오던 온갖 곤충들이 모여 사는 곳, 그리고 곤충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지리산 애완곤충농원이다.

지난 3월15일 오후 나른한 봄볕을 받으며 찾아간 지리산 애완곤충농원에는 농장지기 김순자씨가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곤충 사육장 케이지 내 톱밥 속에서 잠자고 있는 장수풍뎅이의 유충을 손으로 휘저어 하나씩 끄집어내고, 식사하는 사슴벌레를 조심스레 옮겼다. 조금 후면 찾아올 아이들이 쉽게 보고 만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아이들은 신기해하죠.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니까요. 손으로 만지고 가지고 놀고 얼마나 좋아요."

그렇게 사육장 정리가 마무리되자 전시관으로 향했다. 온갖 곤충들의 표본이 전시된 곳을 항상 쓸고 닦는 곳도 그녀의 몫이다.

지난 1999년 우연히 사슴벌레를 애완용으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연히 작은집에 들렀다가 사슴벌레 2마리를 키우는 것을 보고, '이것은 분명히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함양읍 원교 입구에 컨테이너 2대를 놓고 곤충들 길렀다. 그렇게 자란 곤충들을 아이들에게 판매했다. 반응도 좋았다. 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곤충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직접 키우며 배워 나갔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도 들었지요."

아무런 사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시골생활을 했던 그녀에게 곤충들은 어쩌면 쉬웠을 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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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함양읍 시대를 마감하고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위치인 안의면 상원리다.

용추계곡 입구로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며 주변에서도 곤충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곤충 전시관, 곤충 전용 유리온실, 곤충 사육장 등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또 다시 수년이 흘렀다.

"모두 가족과 함께 직접 만든 것이에요. 전시관은 직접 기른 곤충과 국내외 곤충들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유리온실은 갖가지 식물과 함께 곤충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에요. 사육실은 아이들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갖가지 곤충들이 살아가는 곳이지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곤충 사육실이다. 그림으로 보던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쉽게 만지려 하지 않다가도 한 아이가 용기를 내 만지면 서로 만져보려 해요. 나중에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지 않으려 때를 쓰는 아이들도 있어요."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징그러워 만지기를 꺼리는 곤충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다.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은 딸 임수연씨가 대표를, 엄마 김순자씨가 전체적인 운영을 맡고 아빠는 농장 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맡는다. 철저한 분업을 통해 효율을 높인다지만 농장일의 대부분은 엄마 김순자씨의 몫이다. 임수연 대표가 바깥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김순자씨는 곤충의 사육에서부터 체험학습을 오는 학생들에게 곤충에 대해 설명도 하고, 전체적인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곤충들은 무엇을 먹을까. 일단은 모든 과일들을 좋아한다. 과일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래도록 넣어놔야 하니 냄새도 나고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 그래서 곤충 전용 젤리를 먹이로 준다. 곤충이 들어있는 케이지마다 젤리가 한 두 개씩은 들어있다. 직접 기른 토마토도 먹이로 준다. 1년에 약 100그루 정도의 토마토를 길러 먹이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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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의 곤충 전시관에는 국내·외 표본이 전시돼 있다. 표본들은 대부분 김순자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곤충들은 돈을 주고 사와야 해요. 그것을 보기 좋게 배치를 하고 고정시키려면 엄청나게 집중해서 작업해야 해요."

사육장 옆 80여 평의 곤충 전용 유리온실에는 사계절 곤충의 생활사를 배울 수 있는 이색공간이다. 아직 초록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꽃이 피는 5월부터는 별천지가 펼쳐진다고.

조만간 꽃이 피고 곤충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은 곤충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곤충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널리 보급시켜 곤충이 천적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곤충농장의 만든 목적,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모습이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강대용)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리산애완곤충농원 김순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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