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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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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전남 순천시의 아랫장. 순천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사이에 위치한 이 아랫장은 끝이 2일, 7일이 되는 날마다 선다. 북부터미널 인근에 5일, 0일 열리는 웃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장날엔 팔고 사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제아무리 불경기라 하지만, 봄이 온데다 날씨까지 화창하니 더더욱 사람들이 모인다. 거기다 불타는 금요일이고. 여기는 순천 이외 인근 지역에서도 직접 키우거나 채취한 농수산물을 가지고 오는 상인들이 많다.

장터 상인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가게가 있어서 장날 이외에도 매일 오는 일명 '토착민형'이 있다. 그리고 장날만 찾아 오는 '유목민형'이 있는데, 이는 주차된 트럭 내지 길에 좌판을 놓고 파는 '고정형'과 수레 등에 과일, 커피, 해충약 등을 담아 이리저리 다니는 '이동형'으로 다시 나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갖가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 또한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아예 차를 가지고 와 상자 단위로 사가는 '상자파'가 있고, 여러 가지를 이것저것 사는 '쇼핑카트파' 그리고 소량의 한 두 개 물건만 사는 '봉지파'가 있다.

하지만 장터에는 팔고 사는 사람들 말고도 또 다른 제3의 존재가 있다. 바로 구경꾼. 그런데 이 구경꾼 중에는 나처럼 구경한 것들을 기사로 만들어 파는 '기자파'가 있다.

이 날 장터에서 고수 등급의 기자파를 만났다. 어느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온 듯 했다. 세 남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50대 전후 남자가 먼저 한 늙수그레한 노점상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옆에 앉아 뭐라 물어보면, 상인이 말했다. 이 두 사람의 대화 모습을 방송사 촬영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캠코더로 계속 찍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남은 남자는 한 손에 든 카메라로 다른 노점들의 모습을 훑듯이 지나가며 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잡은 상태였고, 시선도 스마트폰을 향해 있었다.

그들과 떨어진 곳에서 기자파 한 명이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 "호. 글감 생겼는걸."

장터에는 상추부터 묘목에 바퀴벌레약부터 고약, 종기부터 장독 등등에 강아지나 닭, 오리 등의 동물들도 돈으로 소유자가 바뀐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해물탕 속 낙지처럼 요란하게 꿈틀거리다가 파장이 다가오면 어느새 조용해진다. 5일 후 부활을 약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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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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