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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반사돼 동판 사이로 희생자들의 명단이 선명하게 비친다. 종이배 조형물도 동판에 새겨졌다.
▲ 종이배와 희생자들 햇빛에 반사돼 동판 사이로 희생자들의 명단이 선명하게 비친다. 종이배 조형물도 동판에 새겨졌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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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찾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가 몇 명이죠?"
"9명이요."

"어디로 가다가 사고 난 거래요?"
"제주도요."

지난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앞으로 한달 여 후면 참사 3주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벌써 국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서 탄핵 사유에서 제외됐던 세월호 참사 7시간.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이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가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과 세월호를 잊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304명이 희생됐고, 이 중 9명은 사고 발생 3년이 다 되도록 차가운 바다 속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대통령의 무능함조차 탄핵의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탄핵 인용이 결정된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일 것입니다. 탄핵 인용으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세월호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인용이 선고된 3월 10일 이후 맞은 첫 주말이었던 12일 진도 팽목항의 모습.
▲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진도 팽목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인용이 선고된 3월 10일 이후 맞은 첫 주말이었던 12일 진도 팽목항의 모습.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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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맞은 첫 주말 팽목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탄핵 이후 맞은 첫 주말 팽목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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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첫 주말이었던 12일 진도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잊지않겠습니다 탄핵 선고 이후 첫 주말이었던 12일 진도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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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어린아이들도 부모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고 있다.
▲ 팽목항 단상 주말이지만 어린아이들도 부모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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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탄핵 인용 선고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2일 지인 몇 명과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도저히 불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찾은 팽목항이었지만 언덕을 내려가면서 멀리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올 때면 울컥거리는 마음만은 여전했습니다. 팽목항에 접어들면서 오른편에 보이는 합동분향소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빨간 등대로 향하는 길. '잊지 않겠습니다', '유실 없는 세월호 인양',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등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란색 깃발은 여전히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축구화가 놓여진 곳에서 발길을 멈춘 아빠와 아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있을까. 짠해지는 장면이다.
▲ 아빠와 아들 축구화가 놓여진 곳에서 발길을 멈춘 아빠와 아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있을까. 짠해지는 장면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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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따라 걷는 길. 내걸린 현수막들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18살에 떠난 수학여행 20살이 되어서도 못 오고 있습니다' 딸에 대한 그리움이 흠씬 묻어난 글이 적힌 다윤이 엄마의 편지, '아들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는 현철이 부모님의 글, 축구화가 놓여 있는 영인이 부모님의 글...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 가족들과 제자들의 글을 천천히 가슴 속에 새기며 걷다보니 빨간 등대로 향하는 길에 눈물은 붉게 물들어 가는 눈을 씻어 줄 꼭 필요한 약이 되어 주었습니다.

팽목항의 상징인 빨간등대.
▲ 남겨진 9명의 기다림 팽목항의 상징인 빨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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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 하나하나 새기며 하늘나라 우체통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9명의 기다림'이 새겨진 빨간 등대에 도착했습니다.

가벼운 묵념으로 먹먹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고 동판에 새겨진 희생자 명단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햇빛에 반사돼 바닥에도 희생자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또한 세월호를 형상화한 듯 거꾸로 매달려 있는 종이배 조형물도 그림자로 희생자들의 동판 위에 자리잡았습니다.

진도 팽목항 입구에 새겨진 기억의 벽
▲ 기억의 벽 진도 팽목항 입구에 새겨진 기억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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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의자에 매달려 있는 시계. 미수습자 9명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 기다림 기다림의 의자에 매달려 있는 시계. 미수습자 9명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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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머무르다 다시 돌아오는 길.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방파제 입구에 놓여있는 '기다림의 의자'에 다다랐을 무렵 선글라스를 쓴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의 말이 귀를 의심케 만들었습니다.

"어디로 가다가 사고 난 거래요?"
"제주도요. 단원고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거에요."

세월호 참사 3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걸까요?

또 다른 속삭임이 들립니다.

"몇 명 못 찾았지?"

비록 희생자 가족은 아니지만 2014년 4월 16일은 TV를 통해 사고장면을 지켜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단 한명의 희생자가 없기를 바랐지만 결국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한민국의 아픔이었습니다.

9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습니다."

4월 5일쯤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바람이 이루어지길.
▲ 미수습자 가족들의 바람 4월 5일쯤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바람이 이루어지길.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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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팽목항에 내걸린 현수막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유실없는 인양, 둘째, 온전한 인양, 셋째, 작업자들의 안전"

여객선은 아직도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여객선은 아직도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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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순간 TV뉴스에서는 세월호 선체인양이 4월 5일쯤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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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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