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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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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역사적인 순간에도 방청석의 긴장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방청객들은 끝까지 숨죽이며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선고가 모두 마무리된 후 방청객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심판정을 빠져나왔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였다. 김혜성(28)씨 또한 "대단히 감격스럽고 기쁘다. 역사의 물줄기는 바뀌어야 한다.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혜정(27)씨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헌재가 세월호 참사를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서 냉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니 홀가분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의경 출신인 김아무개씨도 "(탄핵이) 인용된 건 좋지만 최순실 게이트보다 세월호 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796:1의 경쟁률을 뚫은 방청객 21명은 이날 국회·대통령 쪽 관계자, 취재진과 함께 역사의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시민 1만9096명이 방청을 신청해, 24명이 방청권을 손에 쥐었다. 선고 전 만난 방청객들은 모두 "당첨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에 휴가 내고 헌재로... "역사의 현장, 가슴 떨려"

탄핵심판 선고 방청권의 첫번째 주인공인 김선의씨
 탄핵심판 선고 방청권의 첫번째 주인공인 김선의씨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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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방청권을 받은 주인공은 김선의(32)씨였다. 김씨는 대심판정 입정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20분보다 45분 빠른 9시 35분께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그는 "첫 번째인 줄 몰랐다. 역사 현장에 있다는 자체가 설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오늘 선고를 보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다. 그는 "떨리는 마음에 아침 6시 30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민주주의의 큰 발자취가 될 만장일치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박태현(28)씨는 반차를 냈다. 그는 "어제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 헌법재판소가 올라오길래 '설마 되겠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지금 로또 맞은 기분"이라며 "7:1로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박공준(36)씨는 "오늘은 역사적인 판결이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참가했다"라고 전했다.

방청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시민도 있었다. 채용현(59)씨는 경남 거창에서 올라왔다. 그는 "마누라는 '집에서 TV로 보면 되지, 굳이 왜 서울까지 가느냐'고 했다. 하지만 역사의 현장에 같이 있다는 게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닌가 싶어 올라왔다"라고 전했다.

경북에서 KTX를 타고 전날 올라온 30대의 김아무개씨도 "헌정사에 남을 방청인 거 같아 신청했다. 어제 오후에 서울에 올라왔다. 국민을 대표해 참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20대 방청객도 많았다. 대학생 이혜란(23)씨는 "선고가 끝나면 토익 공부하러 갈 예정이다. 탄핵 인용이 될 것 같다. 밤에 동아리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라고 했다.

취업준비생인 김혜정(27)씨는 "평생 볼까 말까 한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싶었다"며 "탄핵이 인용된다면 높은 사람만 이익을 취하는 사회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황선남(26)씨도 "선고가 끝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가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살기 좋게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부모님이 안전 문제 걱정하며 가지 말라고..."

방청객들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몸조심해라"였다. 이날 탄핵 찬반 세력 모두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김아무개(25)씨는 "우리나라의 삼권 분립이 잘 이뤄지는지 보러 왔다"며 "그래도 부모님은 안전 문제를 많이 걱정하시면서 여기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셨다"라고 말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방청을 신청했다는 김아무개(37)씨도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생중계로 보실 거라고 하면서 조심하라고 하시더라"면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박사모로 추정되는 어르신들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탄핵이 인용되면 헌법재판소에 불 지른다는 얘기를 하더라. 무서웠다"고 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김혜선(28)씨는 "위험하다는 얘기를 막연하게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전쟁터 같다. (탄핵 반대 집회가) 너무 고양됐다"라고 전했다.

가장 마지막에 재판정으로 들어간 방청객은 김아무개(30)씨였다. 김씨는 "탄핵 인용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재판의 마지막이라, 놓치고 싶지 않아 신청했다"면서 재판정으로 달려갔다.


태그:#탄핵, #파면, #박근혜, #탄기국,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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