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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1년 전부터 기자는 '민동기의 뉴스바'를 통해 사드 배치 시 중국의 무차별적인 보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그래도 중국 문제에 정통한 학자라고 할 수 있는 연세대 문정인 교수나 서울대 조영남 교수, 외대 강준영 교수, 경희대 강효백 교수도 수없이 이런 경고를 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외교, 언론을 중심으로 마치 사드 괴담인 것처럼 속여서 국민의 판단을 흐렸고, 최악의 상황을 부른 것이다.

필자는 최근 사드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는 기사(관련 기사 : 자취 감춘 중국 온라인여행사 한국 관광 상품)를 썼다. 한국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련 통계들을 인용해 피해 규모를 추정해 봤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국의 대중국 경제손실액이 수출액 기준으로 연 11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65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신화사발 이 기사는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을 다루면서 중국 유커들이 롯데면세점을 외면하게 만든다
▲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의 거부를 조장하는 기사 신화사발 이 기사는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을 다루면서 중국 유커들이 롯데면세점을 외면하게 만든다
ⓒ 인터넷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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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관광, 문화콘텐츠, 중국 내 한국인들의 사업 등을 분석한 피해인데, 이미 상당 부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무역은 중국 통관 문제 등이 실제화되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해외에서 미용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이원종 대표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급 제품은 중국으로 보낼 엄두를 낼 수 없다. 세관에 막히면 세금도 세금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될 가능성이 있기에 선뜻 제품을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역직구도 위축되어 관련 산업은 고사가 불가피하다. 중국내에서 한국 브랜드의 드링크제를 생산하는 현지 관리업체의 책임자도 이번주에 20여 명의 식품안전담당자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광, 쇼핑뿐만 아니라 케미칼도 보복 조치

관광 분야에 대한 제재가 가장 노골적이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한국 내 소비액은 21조5150억 원 정도다. 이미 중국 내 대부분의 일반 여행사나 온라인 여행사가 한국 상품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는 개별관광객의 2/3까지 담당하는 씨트립은 한국 관련 상품을 모두 삭제했다.

항공권은 구할 수 있지만 여행사가 비자 등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개별여행객도 줄어든다. 거기에 단체여행객이나 크루즈 여행객은 이미 모객을 철회해서 올해 들어오기로 한 크루즈가 거의 모두 취소되는 형편이다. 이 경우 숙박, 쇼핑 등 관광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이로 인한 파산이나 실업 도미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성주 골프장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조치는 더 심각하다. 한국 호텔 예약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씨트립은 롯데호텔 상품을 모두 삭제했다. 서울 롯데호텔뿐만 아니라 한국 전역에 있는 롯데호텔이 사라졌다. 씨트립 호텔에서 롯데로 검색하면 롯데와 관련 없는 부산 야자롯데호텔 두 곳만 검색된다. 이롱, 취날 등 대형 여행 사이트에서도 롯데호텔 판매가 중단됐다. 호텔뿐만 아니라 면세점 이용도 전면 금지될 것이 뻔하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어제까지 20여 곳이 영업정지 됐는데, 이번 주 안에 모든 점포에 영업정지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공청단이 중심이된 신문인데 롯데마트 벌금보도를 하고 있다.
▲ 베이징칭니엔바오가 보도하는 롯데마트 벌금보도 공청단이 중심이된 신문인데 롯데마트 벌금보도를 하고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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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에는 롯데마트 베이징 지우션치아오점이 50만위안(한화 9천 만 원)의 벌금을 받았는데, 60위안짜리 술의 원가를 498위안이라고 표기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 역시 노골적인 보복일 수 있다. 또 롯데 케미칼의 제품이 중국 웨이싱 케미칼의 제품과 같다는 등 노골적으로 거래선 번복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100만 명에 달하는 중국내 한국인들의 매출 감소도 반토막이 날 것이 예상되는데, 그 규모가 25조 원에 달하고, 교민들의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중국인들은 위챗 등 커뮤니티에 롯데 불매 이미지를 올리는 등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왕징이나 옌자오, 상하이 홍치아오 등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물론이고,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에서는 가능하면 중국인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피하는 상황이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가 있었을 때 일본인에 대한 공격도 있었지만, 사스 문제 때는 자국의 사스 환자까지 위해 하려 했던 게 중국인들의 집단 문화여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쿠바 미사일 사건의 예를 들며, 중국이 미국 미사일에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고 본다
▲ 쿠바 미사일 사건과 사드를 비교하는 중국 칼럼 중국에서는 쿠바 미사일 사건의 예를 들며, 중국이 미국 미사일에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고 본다
ⓒ 인터넷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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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드는 '쿠바 미사일'과 같다 인식

우리 국민 일부는 사드가 방어형 무기이고, 북핵을 막는 수단인데 중국이 너무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번 사드 배치를 쿠바 미사일 위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1962년 10월에 구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다가 케네디 정부의 저지로 실패한 사건이다.

중국은 당시 미국을 자신들로, 소련을 미국으로 보는 상황이다. 바로 코앞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무기를 두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사드가 미사일이냐고 묻는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사드가 방어체제 같지만 엑스밴드 레이더를 통한 감시망이라고 본다. 그 감시망과 동아시아에 배치된 수많은 미국 전력을 합치면 100% 공격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의 해결책은 사드 철회밖에 없다. 만약 유지한다면 그 책임은 우리 스스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사드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던 유일호 부총리를 비롯해 담당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

사드가 이미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되고 있다. 정욱식 작가가 얼마 전 '사드의 모든 것'이란 책을 펴냈는데, 핵심은 사드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드는 북이 한국을 공격하는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3월 6일 오전 북한이 동해 상에 미사일 4발 발사했는데, 중국 언론은 이것이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시위였다(外媒称朝鲜发射疑似导弹 欲向美韩军演示威)고 노골적으로 말하면서 북한을 변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황교안 총리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은 더 빨리 사드를 배치해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맞는 말일까? 이는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판단이다. 중국 속담에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사드가 있는 한 한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그런데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소파 협정이 있어서 다음 정부도 꼼작할 수 없다. 결국 이 정권의 말기에 차기 정부에게 대못을 박고 가는 셈이다. 이런 난제가 없어도 한국 경제의 앞날이 쉽지 않은데, 중국과 이런 상황에서 관계 개선이 가능할 수 없다. 그래서 사드 설치는 100% 다음 정부에 맡겨야 한다.

야당 후보들의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가 있다. 일단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집권하든 사드 문제로 인해 꽁꽁 묶이게 된다. 일단 국제관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는 확고하게 척을 진다. 거기에 한국이 트럼프와 아베 사이에 끼어들 외교적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에서 갈 수 있는 카드는 없다. 거기에 4차 산업혁명 같은 이슈에서 한국은 전혀 앞으로 나가고 있지 못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가장 원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일 수 있다. 이번 북한이 미사일도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법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우리 후보들은 북한 미사일 쏘니 사드 배치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역사에서도 한중간에는 이런 위기가 많았다. 한족은 아니지만 거란족이 침입하던 고려 초기와 조선 시대 후금이 침입하던 병자호란 시기와 비슷하다. 먼저 거란족이 침입하던 시기는 태조 왕건이 거란에서 온 사신을 유배하고, 낙타 50필을 굶겨 죽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993년에 거란이 다시 고려에 쳐들어온다.

그때 서희는 당시 송과 고려를 동시에 칠 수 없는 상황을 읽어냈다. 또 두 나라 사이에 여진이 있다는 것을 핑계 삼아, 두 나라가 여진을 물리치는 것을 담판해 강동6주를 차지했다. 이 사례는 당시 국제정세를 잘 읽어 현명하게 대처한 경우다. 지금을 그때에 비유할 수 없지만 국제적인 세력이 분할된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힘을 분산하는 상황인데, 동쪽에서의 전쟁도 원하지 않는 만큼 그런 부분에서 중국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 조차 후금에 유린되자 화약을 터트려 분사한 김상용 선생 순국비. 이 시대 책임지는 공무원은 누굴까
▲ 강화도 김상용 순절비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 조차 후금에 유린되자 화약을 터트려 분사한 김상용 선생 순국비. 이 시대 책임지는 공무원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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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인조 임금 시기 조선은 명나라를 숭상하는 기치를 걸고 있다가, 1627년 후금(後金: 뒤의 淸)의 조선에 대한 1차 침입 때 무방비로 당해 형제의 맹약을 한다. 이후 후금은 변방을 침입하고, 무리한 요구를 거듭해 거부한다. 그러자 후금은 1636년 12월 1일에 청군 7만, 몽골군 3만, 한군(漢軍) 2만 등 도합 12만의 대군을 모아서 조선을 친다. 결국 남한산성과 강화도에서 문을 걸고 47일을 싸우지만 결국은 삼전도의 치욕을 당한다.

이 과정에도 주전파인 3학사와 주화파 같은 최명길이 격론을 벌인다. 이런 과정에서 수많은 백성들은 청나라 군사에게 도륙을 당한다. 물론 이 시기를 지금과 비유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대처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도륙당하는 사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두 나라 간 오해를 푸는 게 중요하다. 상무위원급과 이야기가 가능한 원로 중심으로 특사를 보내서, 그간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믿음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에게도 제대로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사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줘야만 한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고, 최소한 우리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중요하다. 다양한 토론을 통해 사드의 전반을 일반인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야한다. 방송을 통해 끝장 토론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사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국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사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국민라디오 민동기 뉴스바(http://www.podbbang.com/ch/6645)에서 매주 화요일 방송하는 <달콤한 중국>의 뉴스 버전입니다. 팟빵에 가시면 방송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태그:#롯데, #사드, #김상용,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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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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