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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냄새 맡아보라는 봄바람의 권유에 햇살이 드는 자리, 산청 조산공원으로 봄 마중을 떠났다. ‘필봉산’ 시가 적힌 시비 뒤로 필봉산이 보인다.
 봄 냄새 맡아보라는 봄바람의 권유에 햇살이 드는 자리, 산청 조산공원으로 봄 마중을 떠났다. ‘필봉산’ 시가 적힌 시비 뒤로 필봉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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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겨울 잠바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봄 냄새 맡아보라는 봄바람의 권유에 햇살이 드는 자리로 3월 5일, 봄 마중을 떠났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 중심가를 벗어나 웅석봉 쪽으로 들어가다 멈췄다. 산청청소년수련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 건너편으로 걸었다. 붓 끝을 닮았다는 필봉산(筆峯山)이 보이는 곳에 송귀준 시인의 시 '필봉산'이 돌에 새겨져 있다.

'(전략)남명 선생의 단성소/ 필봉산이 가져다/ 쓰셨을 거다/ 목숨은 하늘에 걸어두고/~'
 
산청 조산공원 햇살 넉넉하게 내리는 풀 한쪽에 하얀 개 한 마리 두 눈을 감고 잠들었다.
 산청 조산공원 햇살 넉넉하게 내리는 풀 한쪽에 하얀 개 한 마리 두 눈을 감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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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구절 읽을 때마다 필봉산 한 번 바라보았다. 시를 읽은 뒤 산청군민 체육공원이라는 '조산공원'을 거닐었다. 햇살이 송골송골 내려앉았다. '산에 가서'라는 강희근 시인의 시가 새겨진 시비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오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시를 떠올리며 천천히 공원 내 작은 숲을 걸었다. 햇살 미소에 보조개 지어 보였다. 햇살 넉넉하게 내리는 풀 한쪽에 하얀 개 한 마리 두 눈을 감고 잠들었다. 발걸음 조심조심 지났다.

산청 조산공원 해먹에 누웠다. 내 머리 위로 햇볕 한 줌이 우수수 떨어진다.
 산청 조산공원 해먹에 누웠다. 내 머리 위로 햇볕 한 줌이 우수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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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지나자 마치 물개를 닮은 바위가 보인다.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에는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밀려온다. 새마을회관 한쪽에는 양산처럼 하늘을 받친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 아래 잠시 앉았다. 긴 의자들이 햇볕 바라기처럼 옆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다.
 
산청 조산공원 내 인공 암벽
 산청 조산공원 내 인공 암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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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평상을 발아래 두른 나무가 보인다. 평상에 걸쳐 앉았다. 옆에는 두 나무 사이에 걸쳐놓은 해먹이 바람에 살랑인다. 잠시 해먹에 누웠다. 내 머리 위로 햇볕 한 줌이 우수수 떨어진다.
 
산청 조산공원 내 롤러스케이트장
 산청 조산공원 내 롤러스케이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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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암벽 등반할 수 있는 체험장이 나온다. 가방을 내려놓고 두 손을 인공 암벽에 붙였다. 무거운 내 몸 탓일까. 숨만 가쁠 뿐 두 다리를 완전히 땅에서 떼지 못했다. 인공암벽 근처에 할아버지 세 명이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소주를 기울인다.
 
샛노란 산수유꽃이 봄을 알릴 준비가 한창이다.
 샛노란 산수유꽃이 봄을 알릴 준비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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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암벽 옆에는 롤러스케이트장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 옆으로 샛노란 산수유꽃이 봄을 알릴 준비가 한창이다. 다시금 시비(詩碑) 넷을 만난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묻는 함석헌 님의 시를 읽으며 산 높아 골 깊고 물 맑은 곳, '(전략)
눈 비로만 씻은 얼굴/ 솔향기를 풍기거늘/ 행여 산청을 찾는 이여/ 흙발로 오걸랑 마소//'며 산청을 노래한 김규정 시 '산청' 시 앞에서 가져간 캔 커피 한 잔 마셨다.
 
산청읍 내를 둘러싼 강과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꽃봉산 전망대
 산청읍 내를 둘러싼 강과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꽃봉산 전망대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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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산청읍 내를 둘러싼 강과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꽃봉산 전망대가 보인다. 청소년수련관 앞 작은 개울을 건너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들 재갈 거리는 소리가 해맑다. 놀이터 한쪽에는 어른 두 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두 팔 벌려 하늘을 향하자 햇살이 넘실거려 들어왔다. 녀석은 봄을 맞으려고 때를 벗기려는 지 제 허물을 밀어내었다.
 
어른 두 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두 팔 벌려 하늘을 향하자 햇살이 넘실거려 들어왔다.
 어른 두 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두 팔 벌려 하늘을 향하자 햇살이 넘실거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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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봄까치꽃'이 앙증스럽게 낙엽사이로 연보랏빛 향기를 품어낸다. 근처 게이트볼장에는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경호강가로 향했다. 맑은 강물에 세월과 물고기를 잡는 이들의 낚시줄이 하늘에 번쩍인다.
 
봄소식을 전하는 ‘봄까치꽃’이 앙증스럽게 낙엽사이로 연보랏빛 향기를 품어낸다.
 봄소식을 전하는 ‘봄까치꽃’이 앙증스럽게 낙엽사이로 연보랏빛 향기를 품어낸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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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오는 봄을 마중했다. 살포시 내려앉은 봄님 덕분에 겨울에 작별을 고했다.
 
산청 조산공원은 경호강과 벗삼으며 산책할 수 있다.
 산청 조산공원은 경호강과 벗삼으며 산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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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청군청 블로그
진주지역 인터넷언론 <단디뉴스>
<해찬솔일기>



태그:#산청 조산공원, #봄 마중, #봄 소식, #경호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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