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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모든 걸 잃는 대신에 양심을 택한 사나이에 대한 기록 <스노든 게이트>

최악의 하지만 최선의 폭로... 한 청년이 밝힌 미국정부의 불법감찰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기의 내부고발이라고 부를 만하다. 책 속에 실린 실제 비밀문서를 보다보면 이게 정말 사실이라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 모던아카이브

틈이 없는 사회

등하교할 때는 출석을 체크하고 출퇴근할 때는 사원증을 찍고 물건을 살 때는 신용카드를 긁고 신용을 담보로 개인정보를 맡기는 시대. 안전과 평화를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는 사회. 그물망 사이로 개인은 드나드는데 어찌하여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최첨단 기기들 속에 어느새 틈은 너무나도 촘촘해졌다. 그럴수록 우리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 와중에 한 남자가 덜컥 겁이 나게 만드는 폭로를 해버렸다. 그의 이름은 스노든. 전직 CIA 직원으로 미국이라는 국가가 개인을 사찰해왔으며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누구나 한 번쯤은 누군가 CCTV로 나를 몰래 보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막연하면서도 무서운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숨구멍이 없는 사회 틈이 없는 사회는 그렇게 실체를 드러냈다.

스노든이 준 파일은 명백하게 미국인과 외국인을 똑같이 목표로 한 복잡한 감시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통신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동원된 기술적 수단도 제시했다. NSA는 인터넷 서버, 위성, 수중 광섬유 케이블, 국내외 전화 시스템, 개인 컴퓨터를 도청했다. 여기에는 테러 혐의자와 범죄 용의자에서 동맹국의 민주적으로 설출된 지도자 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까지 망라되었다.

안전과 평화를 위한 희생

9.11 테러이후 미국은 안보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이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나아가 테러를 막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걸 위해서는 기꺼이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감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건 특정소수가 아닌 특정다수로 때로는 불특정다수로 범위가 확대되었고 그 와중에 그 정보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다치거나 조작된 혐의를 뒤집어쓰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안전과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스노든의 폭로는 바로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비록 거기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내부고발자가 된다는 것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인정하여 직원으로 채용해준 회사가 있다. 이곳을 나가 다른 직업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 같고 그럴 수 있다고 한들 예전에 누리던 부와 명성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면 과연 그만둘 수 있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 앞에서는 개인의 신념이나 정의구현 따위는 어쩌면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조용히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그 곳에서 벌어진 잘못된 일을 밝힌다면 남은 생을 내부고발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구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9세의 청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누리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홍콩의 한 호텔방으로 숨어들었다.

"내부고발을 하기로 한 이유가 뭐죠?"

폭로를 한 뒤 그가 수 없이 들었을 질문. 그때마다 대답은 조금씩 달라지었을지는 몰라도 알맹이는 같았다. 나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그 어떤 결과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스노든 게이트'는 탄생했다.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는 외톨이나 낙오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기 보다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실패한 자기 인생에 좌절한 나머지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스노든은 그 반대였다. 스노든은 사람들이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로 꽉 찬 인생을 살아왔다. 비밀 자료를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로 꽉 찬 인생을 살아왔다. 비밀 자료를 유출하기로 한 스노든의 결정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천국 같은 하와이에서의 삶,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 안정적인 직업, 두둑한 봉급,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삶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항상 뛰어난 사람이 등장해 어두운 현실을 끝내고 희망을 줬다. 하지만 그 이후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영웅의 퇴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개인사찰이 폭로된 마당에 미국정부가 공공연하게 그 일을 다시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보는 눈이 많아졌기에 잘못된 일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스노든은 어떤가?  그의 안녕은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스노든의 운명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니 우리는 그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영웅의 씁쓸한 퇴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바구니에 과일을 잔뜩 담아두면 썩게 된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우리에게는 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썩은 과일바구니가 될 지도 모르니까.

덧붙이는 글 | 스노든 게이트 (세기의 내부고발) / 글렌 그린월드 저 / 박수민, 박산호 역/ 출판사 모던아카이브/ 발행일 2017.02.09. /페이지 392/ 정가 17,000원
*온라인서점 반디앤루니스에도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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