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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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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관철시킬 방편으로 행정소송을 택했다. 국가기관 사이의 행정소송은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10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 경호실장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해 집행정지신청과 처분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한 청와대의 처분이 부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이 국가기관인 청와대에 대해 행정소송을 건 데 대해 당장 '국가기관 사이의 행정소송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검도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간 행정소송'은 행정법원에서 각하되기 마련이라 그 내용에 대한 판단을 받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법원은 행정기관의 처분에 불복하는 항고소송을 낼 수 있는 자격은 '국민'에게만 있고 국가기관에는 없다고 판단한다. 행정권 행사는 통일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결정할 권한은 행정부 내에 있지 사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기관 사이의 행정소송이 각하되지 않은 판례는 있다. 2013년 7월 25일 대법원은 원고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와 피고 국민권익위원회 사이의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 국가기관 간 행정소송의 사례를 남겼다.

지난 2007년 경기도선관위는 하남시선관위 직원에 문책성 전보 조처를 했는데, 이 직원은 하남시선관위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 경기도선관위는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해당 직원을 파면했는데, 권익위는 경기도선관위에 불이익 처분을 취소하고 해당 직원의 신분을 원상 회복시키라고 통지했다.

이에 불복한 경기도선관위는 권익위의 통지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국가기관인 경기도선관위는 항고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권익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경기도선관위 승소를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권익위의 조치는 일방적인 반면, 권익위 조치의 적절성 여부를 다툴 아무런 방편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국가기관이라 해도 소송 당사자 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봤다.

국민권익위원회법 90조는 '조치요구에 대한 불이행의 죄'를 규정하면서 '권익위에 신고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원상복귀시키라'는 권익위의 조치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조치요구에 불복한 경기도선관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반면, 경기도선관위는 항변할 수단이 없다. 권익위는 행정부인 국무총리 산하 기관이고 경기도선관위가 소속된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어서 두 기관을 조정할 상급기관도 없고, 헌법재판소 권한 쟁의심판도 제기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법에 기관소송 허용 조항이 없어 기관소송도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국가기관 일방의 조치요구에 불응한 상대방 국가기관에게 그와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다른 법령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경기도선관위가 권익위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 이 사건 조치요구의 처분성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 이에 불복하고자 하는 경기도선관위로서는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므로, 비록 경기도선관위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 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유사점 : 조정할 상급기관 없음, 기관소송·권한쟁의 불가

청와대를 상대로 한 특검의 행정소송과 유사한 점은, 특검이 중앙선관위처럼 행정부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경호실과 특검을 조정할 상급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특검이 청와대의 일방적인 처분의 적절성을 다툴 수 있는 권한 쟁의심판이나 기관소송도 불가능한 점이 '경기도선관위-권익위 행정소송'과 유사하다.

하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경기도선관위-권익위 행정소송'의 경우엔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조치요구 불응 시 중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됐다.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에 불응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특검의 협조요청에 아무런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은 행위가 특검의 수사권을 어느 정도로 침해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소송 각하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전례가 드문 일이다 보니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에선 '각하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이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특검 외에도 행정소송이 성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소송 경험이 많고 한 법무법인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아무개 변호사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을 행정처분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고, 불승인 처분에 대해 특검이 다른 방법으로 취소를 구할 방법도 없다는 것도 판단에 반영될 수 있다. 행정법원이 각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다고 본다"는 의견이다. 


태그:#특별검사, #행정소송, #청와대, #압수수색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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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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