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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사의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기저귀에서 다이옥신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프랑스 소비자 전문잡지가 보도해 논란입니다. 국내 대형마트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준표준원에서는 유해성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옥신과 살충제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핀란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아연씨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우리집 열두달 난 아가의 평균 기저귀 사용 횟수는 6~8번이다.
 우리집 열두달 난 아가의 평균 기저귀 사용 횟수는 6~8번이다.
ⓒ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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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경력 열두 달째인 아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12시간. 밤 9시에 잠들면 보통 오전 9시에 일어난다. 밤새 '쉬야'를 하고 기상을 하기 때문에, 수유 직후 바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늘 바지가 터질 지경이다. 한 번은 바지가 흥건하게 젖어 있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밤새 기저귀가 흡수를 하다 하다 못 견디고 오줌이 흘러 나온 것을 알게 됐다. 아침마다 짓물러 있는 아랫도리를 닦아줄 때면, 늘 안타까움을 느꼈다. 엄마들은 수십 년 이상 한 달에 한 번 비슷한 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답답함에 쉽게 공감한다.  

그동안 사용해 본 기저귀 중, 가장 흡수력이 좋고 최장 12시간까지 착용 가능한 기저귀가 있는데 피엔지(P&G)가 만든 '팸퍼스 드라이'란 제품이다. 엄마들 사이에선 '밤 기저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광고회사 재직시절 생리대 제품군을 광고한 적도 있었는데, '완벽한 흡수력'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게 내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서는 생리대에 사용되는 '화학흡수제'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해 늘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기저귀, 생리대 회사가 제조 성분을 공개하지도 않는 데다,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번에 논란이 된 다이옥신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마케팅 용어를 보며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에 논란이 된 기저귀 흡수제의 강점, 이른바 RTB(Reason to buy)은 '자기무게의 30배를 흡수할 수 있는 매직젤'이다.

팸퍼스 드라이 기저귀 단면을 잘라보았다.
 팸퍼스 드라이 기저귀 단면을 잘라보았다.
ⓒ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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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기저귀나 생리대 흡수제로 사용되는 폴리아크릴레이트(Polyacrylate)라는 미세플라스틱은 지난해 9월 치약, 화장품에 들어가 문제됐던 성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엄마들이 아기 기저귀를 쓰다가 플라스틱 알갱이가 엉덩이에 묻어나 기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저귀 안 플라스틱 흡수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잠깐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경각심을 느끼고 있던 터라, 생리 기간 첫날과 둘째날을 제외하곤 근 1년간 천 생리대를 빨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아이를 낳고 나선 육아에 집중하느라 다시 시판 생리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화학성분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하는 수 없이 아이에게 기저귀를 매일 입혔다. 출산 전, 첫 아이를 위해 광목으로 만든 천 기저귀를 30만 원어치나 구매했지만, 그것도 잠깐 쓰다가 지금은 아이의 목욕 수건으로 결국 자리를 물려줬다.

팸퍼스 다이옥신 검출, 터질 게 터졌구나

최근 프랑스 잡지가 '일부 기저귀에 다이옥신이 포함됐다'는 기사를 내보낸 뒤, 역시 육아에 관심 많은 한국 엄마들은 분노했다. '밤 기저귀'라는 별칭까지 붙여가며 애용한 '팸퍼스 드라이'에서 유해물질이 검출 됐다니,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다.

마침 뉴스가 나오던 그날, 웬일인지 '슈퍼에서 보이길래 샀다'며 남편이 점보팩으로 왕창 사왔다. 조금 당황했지만 하지만 바로 해당 기저귀를 버리지는 않기론 했다. 내가 직접 조사하고 판단해보기로 결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알못(화학 모름)'에 '영알못 (영어도 모름)'이지만 원소기호를 다시 공부해가며 자료를 뒤졌다. 국내 기사와 해외 기사를 대조하고, 다이옥신 EU 기준을 직접 열람해보며 밤을 꼬박 샜다. 국내 기준을 찾으려고 관련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법령까지 열람했다.

팸퍼스 측에서는 현재 피엔지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사이트(www.livingartist.co.kr)를 통해 Q&A 형식으로 안정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고 있다. '팸퍼스는 다이옥신을 제품에 함유하고 있나요?'라는 질문 항목에 '팸퍼스는 모든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해당물질을 절대 포함시키지 않는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 대답은 논란을 절묘하게 피하는 답변일 수밖에 없다. 다이옥신은 제조 과정에서 목재 펄프를 염소 표백할 때 발생하는 성분이지, 일부러 제품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팸퍼스가 기준치를 축소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어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다이옥신 EU 기준을 찾아보았지만, 식품 함유량에 대한 항목만 제공하고 있었다. 기준연도 논란을 떠나, 식품 함유량 제한 기준을 피부와 생식기에 직접 닿는 이런 기저귀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관련 링크).

한편, 현재 아기 엄마들의 최대 육아 커뮤니티인 맘스홀릭베이비 카페에서는 '미국 내수용 팸퍼스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돌아 다른 제조국에서 만든 팸퍼스를 구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번에 기저귀 다이옥신 논란을 보도한프랑스 매거진(60millions de consommateurs)은 프랑스 내에서 판매되는 12개 기저귀 제품을 조사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관련 링크).

팸퍼스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물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여섯 달 된 아이를 키우는 친구는 "(이번 사건으로) 시끄러울 뻔하다가 북미제와 유럽제는 다르다는 말에 논란이 쏙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같은 유럽 기준을 적용 받는 핀란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팸퍼스 기저귀가 판매되고 있다. 하도 제조국 문제가 시끄러워 이곳 핀란드에서 산 기저귀 겉봉투를 직접 살펴보니 영국산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현재 본인이 거주하는 핀란드에 판매되는 팸퍼스 제조국 표기
 현재 본인이 거주하는 핀란드에 판매되는 팸퍼스 제조국 표기
ⓒ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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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저귀 유해물질 논란에 중국 팸퍼스 시장까지 위협받고 있는 모양인데, 재미있는 중국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중국에 들어오는 팸퍼스는 생산과 수입을 일본에서 하고 있고, 중국 기준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기준치는 과연 유럽보다 엄격할까?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별로 속 시원한 답변은 아니었다(관련 링크).

각 나라별로 유해물질 기준치는 다를 수 있지만 팸퍼스의 기저귀 제조공정은 전 세계 어디든 같다. 유럽산, 미국산, 일본산을 따질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식품에 허용되는 다이옥신 제한 기준을 가지고 이 기저귀가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 심지어 생식기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누가, 어떻게 확인해 줄 수 있을까.

앞으로 몇 주 후면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2015년 1월부터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관련 기사)이 시행됐고 기저귀, 물휴지, 장난감 등에 환경유해인자 함유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다이옥신 같은 맹독성 물질은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그리 명확한 기준은 없어 보인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나 식품 안에 들어가는 허용 기준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아이 엄마로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새지 않고 뽀송뽀송한 기저귀를 너무 좋아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뿐이다. 그렇다고 천 기저귀를 사용할 자신은 없다. 아이에게 뭘 입히고 뭘 먹이든 간에 그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슬프지만 내가 생각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빨리 '변기 조기교육'을 시작해' 기저귀를 떼어 버려야겠다는 것.

덧붙이는 글 |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태그:#팸퍼스드라이, #팸퍼스, #기저귀, #핀란드, #유럽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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