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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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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학제개편안을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초등학교(6년)-중학교(3년)-고등학교(3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초등학교(5년)-중·고등학교(5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2년)로 바꾸자는 개편안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괜찮네?' 했을 수도 있는 의견이지만, 실제로 입시를 경험하고 있는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달가운 개편안은 아니다.

안철수의 학제개편안, 학생 입장에서 보기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만 보아도 그렇다.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경험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체험을 중요시하자는 체제로,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없애고 그 학기에는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중학생들이 듣고 싶은 체험활동을 한 가지 선택하여 한 학기 동안 배우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될까?

개인적으로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라면 실제로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의 학교들이 실행하는 프로그램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학교의 프로그램의 수준 차이는 크다. 결국에는 프로그램이 좋은 학교를 입학하고자 애를 쓰는 학생들이 생겨날 것이고, 수도권과 지방 학생들의 수준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더불어, 한 수업마다 모집하는 학생 수는 한정되어 있어서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 등으로 뽑는다는 것만 봐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학생의 성향에 맞지 않는 수업이어도,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이어도 결국엔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문제점이 하나 더 존재한다. 한 학기가 끝나면, 다음 학기부터는 공부를 하게 되는데 원래 2학기로 나누어서 가르치던 교육과정을 한 학기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교사가 가지는 부담과 학생들이 체감하는 공부의 양이 상당히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체험활동을 하는 한 학기 동안 다음 학기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은 학원, 과외, 스터디그룹 가릴 것 없이 사교육을 받을 것이고, 현재보다 더욱 사교육 경쟁이 심화 될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탐색학교, 가능할까

이제 학제개편안으로 돌아가보자. 이런 학제개편안은 예체능 등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좋을지는 몰라도,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독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거의 진로가 잡혀있을 시기인데, 굳이 진로탐색학교를 설치한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암묵적으로 고등학교 간의 등급이 나누어져 있고,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학생들이 많다. 더불어 진로탐색학교가 만들어지더라도 결국에는 학생들은 더욱 좋은 진로탐색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시기에 지금과 같이 입시경쟁이 생길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입시경쟁의 시기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우리나라 교육제도 문제의 핵심은 너무나 심각한 입시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수도권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들의 교육수준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학제를 바꾼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교육학을 배워 본 사람도 아니고, 고등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도 아니다. 그냥 이 입시경쟁 속에서 뛰고 있는 한 명의 학생일 뿐이다. 확실한 것은, 어떻게 학제개편을 하든지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바로 '학생들'이다.

이런 문제에 더욱 민감한 것도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으로 개선하기를 원하는지 어른들이 들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OECD 가입국 중에서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1위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겪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오늘 당신이 지나가면서 본 걸어가는 학생이 '죽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실제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 접하는 것은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권위 높으신 수많은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위해서 많은 정책을 연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 번쯤은 우리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혹시나 제 의견이 불편하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태그:#학제개편안, #자유학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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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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