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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힘이 무섭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되었네요."
"민간인들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충남 태안군청 민원실에서 만난 공직자 출신인 인허가 관련 한 전문가는 기자의 취재 내용을 듣고는 "현행법으로 민간인이 가능한 일은 절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기관이 무섭다는 얘기가 있지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는 지난주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포해수욕장에 갔다가 송림 속에 한창 조성 중인 캠핑장을 보게 되었다. 이후 이곳이 국립공원관리공단 태안해안사무소(아래 태안사무소)에서 조성 중인 오토캠핑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안사무소가 몽산포에 조성한 오토캠핑장 공사 과정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태안사무소가 몽산포에 조성한 오토캠핑장 공사 과정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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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지와 바로 인근에 주차장이 붙어있는 형식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단지 내에 순환 도로와 주변에 레저 탁자도 준비되어 있는 등 최신 신설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가을부터 이곳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지고 영지와 주차장 순환 도로 등의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곳에 태안사무소가 직영으로 저렴한 캠핑장을 사계절 운영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주민들이 나무 하나만 베어도 단속하고 처벌하는데 이곳에서는 어찌 된 것이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이 베어져 나갔다"며 "우리들은 2011년에 국립공원에서 해제는 되었지만, 행정기관의 미숙으로 자연환경 지역의 농지로 남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곳에서는 마음대로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몽산포 해수욕장 소나무 솦에 조성되고 있는 야영장
 몽산포 해수욕장 소나무 솦에 조성되고 있는 야영장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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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기자가 태안사무소와 태안군 등을 대상으로 취재에 돌입한 결과, 이곳은 남면 신장리 353-116과 신장리 355-50 일원 환경부 소유의 국유지로 이곳에 태안사무소가 '몽산포 야영장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6년 1차 공사에 이어 2017년 6월 준공을 목포로 2년간 18억 원을 들여 텐트를 칠 수 있는 영지 159개, 주차공간 172면과 화장실 개선, 급수 시설 등을 설치하는 공사로 준공 이후 태안사무소가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태안사무소 관계자는 "현재의 소나무를 최대한 보전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9그루의 소나무를 제거했다"며 "국립공원 내방객의 편의 제공을 위해 제대로 된 오토캠핑장을 만들고 있는 과정으로 앞으로 인력과 운영 방안은 준공 이후 확정이 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민간인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태안군과 태안사무소의 긴밀한 협조(?) 속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곳은 지난 2011년 1월 10일 관보 고시를 통해 집단시설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몽산포야영장으로 단독 지구로 변경이 되었고, 이후 태안사무소는 그해 10월 6일부터 몽산포번영회에 임대를 20년 넘게 주고 있던 이곳에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40여 일의 공기로 '2011년 태안해안 몽산포야영장 정비공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태안사무소는 4년이 지난 2015년 6월경 태안군에 관보와 2011년 정비공사의 준공서류를 바탕으로 인근 토지 8필지를 남면 신장리 353-116으로 합병한 3만 814㎡를 잡종지로 지목 변경을 신청하고 태안군은 그해 7월 3일 지목 변경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태안사무소는 2016년 4월부터 2011년 당시와 똑같은 사업명인 '몽산포야영장 정비사업'을 발주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태안사무소의 몽산포 야영장 조성사업은 야영장을 하겠다는 목적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목적 사업 종료되면 원상 복구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태안군이 이곳을 4년 전 준공서류 한 장을 근거로 1만여 평의 지목을 변경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태안사무소가 이곳에 영구시설인 주차공간과 순환도로를 만든 것도 민간인들이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몽산포 오토캠핑장
 몽산포 오토캠핑장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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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태안군에 접수된 서류에는 준공서류 한 장이 첨부된 태안사무소의 공문만 존재할 뿐 준공 관련 첨부물인 준공 사진, 준공도면 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사무소가 서류 접수 시 전자 접수를 하고 관련 첨부 자료는 도로 가져갔다"는 애매한 답변을 하고 있다.

태안군이 이처럼 태안사무소가 신청한 대규모 토지의 지목 변경과 이후 태안사무소가 이곳에서 소나무도 마음대로 베고 자연공원 지역에서 주차장과 도로를 내는 등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를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한 주민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우리들은 4개월간 한시적으로 야영장을 운영하는데, 우리가 받는 돈의 절반밖에 안되는 사용료로 야영장을 사계절  운영한다는 것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며 "주민들의 땅은 농지로 묶어 놓아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기관들끼리는 짝짜꿍이 되어 관련 서류가 미비한데도 신속하게 처리해 준 것은 전형적인 기관들의 갑질 행태다. 국립공원 지역 보전에 충실해야 할 태안사무소가 주민 생존권까지 위협하면서 수익 사업까지 나서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뒤늦게 인근 야영장을 운영하는 몽사포번영회 회원 8명도 이번 주 생활 야영장 허가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 오랜 기간이 걸리고 지목 변경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태안군과 태안사무소의 향후 처리 결과에 따라 갑질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국립공원태안해안사무소, #몽산포해수욕장, #야영장,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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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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