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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찾은 화천 산천어축제장, 평일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2월2일 찾은 화천 산천어축제장, 평일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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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천어축제장에서 산천어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돼요."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한 간담회 자리에 어머님을 따라왔던 아이. 황당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올해 4번을 포함 15회 정도 축제장을 찾았지만 한 번도 꽝조사(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낚시꾼들의 용어)에 들지 않았단다. 34마리까지 낚은 날도 있다고 했다. 갈 때마다 평균 6마리 정도는 잡는단다. 어린 아이 말이 허풍일리 없다.

"숙제나 방학과제 때문에 당장은 어렵구요. 설날 이후로 잡죠."

뭔가 비법이 있는 듯 했다. 이 꼬마 강태공을 현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일정을 2월2일로 조율했다. 산천어축제 사이트 게시물 중 가장 많은 불만이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란 글이다. 23일 축제기간 동안 투입되는 산천어는 무려 160여 톤이다. 한 마리가 200g임을 감안할 때 80여만 수에 이른다. 이 많은 산천어가 다 어디로 갔기에 한 수도 잡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을까.

김도형군(12세),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내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다. 400여명의 전교생 중 부회장을 맡고 있단다. 아이의 말에 믿음이 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군이 말하는 '산천어 꼭 잡는 법'을 집중 취재를 통해 공개한다.

축제장에 나오는 방송은 틀리다

꼬마 강태공에게 산천어 꼭 낚는 법을 들었다.
 꼬마 강태공에게 산천어 꼭 낚는 법을 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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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5살 때 아빠를 따라 바다낚시를 다녔어요. 이후 낚시가 취미로 된 것 같습니다."

- 경력이 8년 정도 되었으니까, 그래서 산천어를 잘 잡는 거 아닐까요?
"여름엔 피라미나 메기낚시도 다니는데요. 모두 얼음낚시하곤 아무 상관없어요."

- 그럼 어떻게 하면 산천어를 잘 잡을 수 있을까요?
"먼저 채비(드디어 전문용어가 등장함)가 중요해요. 축제장 옆에서 웜(벌레 모양의 인조미끼)을 달아 파는 견지낚시대(파리채처럼 생긴 낚시대)를 사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낚시 대는 상관없어요. 그런데 미끼는 신경을 좀 써야 해요."

-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미끼 종류는 메탈(금속으로 된 물고기 모양의 미끼)이 있구요. 웜도 있고, 스푼(작은 타원형의 금속미끼)도 있어요. 낚시가게에서 말하면 알아서 줘요. 사용 시간대는 다 다른데, 스푼은 낚시터를 개장하자마자 30분 정도 사용하다 걷는 것이 좋아요. 움직임이 화려하기 때문에 초반엔 효과가 있는데, 이후엔 별로예요. 웜은 날씨가 맑은 대낮 정오쯤이나 물이 맑았을 때가 좋구요. 산천어 낚시에 가장 많이 쓰는 게 메탈이에요. 아침, 저녁 또는 흐린 날씨, 물이 탁할 때도 효과가 커요."

- 낚시는 끈기가 중요하고, 위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고패질도 일정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좀 전에 방송에도 그렇게 나오던데, 맞는 말 아네요. 끈기는 없어도 되구요. 잘 잡히는 시간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아침 9시부터 10시, 오후 4시 전후, 산천어 방류할 때인데, 이 시간에 많이 잡힌다는 것이지 시간엔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요. 일정한 높이로 고패질을 해라?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요. 시험을 해 봐서 아는데, 줄을 끌어 올리는 높낮이에 변화를 줘야 좋거든요. 물고기는 규칙적인 것 보다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에요."

얼음구멍 들여다 보기. 산천어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얼음구멍 들여다 보기. 산천어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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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전에 보니까 엎드려 얼음구멍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던데, 이유는 뭐예요?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을 알아보려고 그런 거예요. 산천어는 길이 있어요. 많이 다니는 곳이 길인데, 한번 지나가면 또 오게 되어 있어요. 포인트라고도 하는데요. 그걸 찾는 게 중요해요. 제일 좋은 포인트는 구석진 곳 또는 그늘진 곳이에요."

- 날씨에 따른 영향도 있을 거 같아요.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잘 잡히구요. 따뜻한 날 보다는 추운 날 조과가 더 좋아요(또 전문용어 등장. 조과 : 낚시로 고기를 낚은 성과)"

- 지난해부터 산천어축제에서 밤낚시를 운영하잖아요. 흐린 날보다 어두우니까 잘 낚이겠네요?(산천어축제는 지역숙박 영수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전 멀어서 밤에 오지 못했는데요. 아마 밤에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둡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천어는 찬물에 사는 어종이니까 공기가 찬 밤에 먹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죠.,."

- 많은 사람들이 산천어살이나 돼지고기 등 생미끼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도 하던데 아닌가요?
"환경문제 때문에 생물을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방금 투입된 산천어가 아니라면 메탈이나 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생미끼 별로 효과 없어요."

- 산천어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조로운 고패질, 미끼에 대한 관심부족, 산천어를 잡으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잡은 산천어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 난 별로던데...
"산천어 낚시터에서 3마리만 가져가게 하잖아요. 그래서 많이 잡으면 못 잡은 사람 다 나누어 주는데, 좀 불만이에요. 5마리는 가져가야 친구들이랑 먹을 수 있죠. 산천어는 회가 제일 맛있어요. 비린내를 없애려면 키친 타올로 피를 없애야 해요. 그리고 매운탕을 끓일 땐 살점이 적은 뼈로 끓이는 게 맛있어요."  

- 사내면에서 여기까지 나오는 차비도 꽤 들고 입장료나 경비도 꽤 들 텐데, 부담되지 않아요?(사내면에서 화천읍까지는 차량으로 30여 분 소요된다. 버스비는 학생 2000원이다)
"돼죠. 한달 용돈 2만4000원으론 어렵죠. 아는 누나가 우리 동네에서 읍내까지 출퇴근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차 얻어 타기도 하고, 취미로 곤충을 키우는데 인터넷 카페에 팔면 수입이 좀 돼요. 카페에선 내 나이를 속여요. 어리다고 하면 반말하고 믿지 않으니까. 근데 내가 분양한 사슴벌레나 도마뱀은 늘 건강하다고 소문이 나 있어요."

- 낚시터에 자주 나오면 어머님이 혼내지 않아요?
"내가 할 건 다 하고 나오니까...그리고 8천원 내면 입장권하고 5천 원짜리 농산물 교환권 주니까, 그걸로 쌀 사가지고 가면 별로 뭐라고 안 해요."

산천어는 나눔입니다

어르신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어르신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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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님, 6마리 잡았는데 이거 전부 가지고 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인터뷰 종료 후 두어 시간이 지났을 무렵 도형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중 혼자 사시는 할머님을 추천해 주면 잡은 산천어 모두를 가져다 드리고 싶단 제안이다. 생각이 참 기특하다.

독거노인 분 중 늘 혼자인 할머님이 계신다. 인근 마을까지 거리가 멀어 관절이 아프신 할머님은 늘 혼자였다. 감자나 달걀, 과자. 가끔 지나다 차에 실린 것들을 모조리 드리곤 했다.

"이 꼬맹이가 할머니 드리려고 잡은 고기예요. 석쇠에 구워 드시면 맛있을 거예요."
"뭐 이렇게나 많이... 두 마리만 주구려."

백발인 할머님과 12살 아이가 나눈 정... 그래서 '산천어는 나눔이라고 한다.

* 산천어축제는 1월14일~2월5일까지이나, 낚시터(주야간)는 일주일 연장(2월12일) 운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장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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