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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민족 최대 명절 설날.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 덕담을 나누는 날입니다. 우리 가족은 뜻하지 않게 이번 설은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아내가 입원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입원,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내는 신장에 물혹이 생겨 이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술에 들어가기 전, 척추에 가까운 쪽이라 어려운 시술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크게 걱정했습니다.

시술이 끝난 뒤,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내는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어제 설 전날, 나와 아내는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여보, 나 이제 괜찮으니까 선생님께 오늘 퇴원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오면 안 돼요?"
"이 사람아, 하루만 더 있으라고 그러셨잖아!"
"내일이 설날인데, 당신 애들 세배도 받고 떡국도 드셔야죠!"
"떡국이 대수야, 그리고 아픈 사람이 있는데, 세배는 무슨 세배!"
"난 다 나았는데..."
"당신이 의사야? 선생님 말 잘 들어야 하는 거야!"

나는 퇴원하자는 아내를 간신히 말렸습니다. 환자는 몸과 마음을 좀 더 추스르고 안정을 되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설날을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설날 아침. 병원은 너무도 평안합니다. 명절 분위기와는 딴판입니다. 간호사를 비롯하여 병원 관계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명절을 잊은 채로 말입니다.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아내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생글생글 웃으며 병실 방문을 하였습니다. 간호사의 웃음에는 친절함이 묻어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간호사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회복이 빨라 오늘 퇴원하시게 되어 축하드려요!"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덕담과 함께 퇴원을 축하해주는 간호사가 참 고맙습니다.

간호사가 간 뒤로 늘 바쁜 아들과 2주 후 출산을 앞둔 만삭의 며느리, 그리고 딸까지 우리 가족이 모두 모였습니다.

아이들이 세배 대신 설날 인사를 합니다.

"건강 되찾으셔서 저희들 너무 기뻐요. 올해는 어머니 아버지 더욱 건강하셔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덕담의 말을 건넸습니다.

"어려운 치료 잘 받고 퇴원하니 참 기쁘다. 너희들도 올핸 건강하여라. 특히 며늘아기, 몸조심 잘해 순산하고! 아들딸, 직장에서 예쁨 받도록 열심히! 알지?"

아내도 한마디 거듭니다.

"병원에 있어 보니 건강만큼 소중한 게 없는 것 같다. 서둘지 말고 느릿느릿해도 늦지 않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 새 식구가 탄생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맞아들이자!"

집에서 주고받을 새해 덕담을 병원에서 주고받으니 좀 이색적입니다.

만삭의 며늘아기가 끓인 떡국과 딸내미의 김밥

며느리가 만든 떡국.
 며느리가 만든 떡국.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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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뭘 주섬주섬 풉니다.

"제가 떡국 끓여 왔어요! 설날인데, 떡국은 드셔야 할 것 같아서요. 맛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드셔보세요."
"아니 몸도 무거운데 떡국까지! 고맙다, 고마워!"

딸내미가 한 말 합니다.

"언니, 감동이에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내가 딸아이한테 눈을 흘기며 말을 받습니다.

"너 말이 좀 이상하다. 언니한테 감동 먹었으면 먹었다고 해야지, '이 정도'란 소리가 뭐니! 그럼 너는 뭘 했는데?"

아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딸내미도 보따리를 꺼냅니다.

"전 떡국은 못 끓였어도 김밥을 말았네요! 아마 떡국보다 김밥 싸는 게 더 힘들 걸! 아빠, 그렇죠?"

딸아이는 김밥을 싸느라 애를 썼습니다.
 딸아이는 김밥을 싸느라 애를 썼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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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는 아빠가 김밥을 좋아하셔서 특별히 준비했다며 넉살을 떱니다. 우리는 한바탕 웃음꽃을 피웁니다.

소소하게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먼저 며느리가 끓인 떡국 맛을 봅니다. 갖은 솜씨를 부렸습니다. 뽀얀 국물이 제법입니다. 어젯밤에 육수를 내어 떡살과 만두를 넣고 끓였다 합니다. 계란도 풀고, 고명 김은 따로 가져왔습니다. 소고기도 들어 있어 씹히는 맛도 있습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딸아기가 싼 김밥에도 정성이 가득합니다. 며늘아기가 김밥을 맛보더니 칭찬을 합니다.

"아가씨, 김밥 맛이 일품이에요. 난 이렇게 맛있게 못 하는데... "

딸아이는 새언니 칭찬에 자기가 만들다 찍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시금치나물이 핵심이고, 깻잎이 들어가 맛있을 거라며 자화자찬입니다.

며늘아기는 설날 떡국, 딸아이는 김밥을 쌌습니다. 있는 솜씨를 발휘하였습니다.
 며늘아기는 설날 떡국, 딸아이는 김밥을 쌌습니다. 있는 솜씨를 발휘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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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설날 가족의 기쁨의 세배를 받았습니다.
 아내와 나는 설날 가족의 기쁨의 세배를 받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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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떡국과 딸아이의 김밥을 아내도 달게 먹습니다. 비록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설명절을 보냈지만 가족이 함께하니 행복합니다. 가족은 행복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아내가 식사 마침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 저희 가정을 성가정으로 지켜주시고, 건강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손하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우리는 모두 감사의 박수를 쳤습니다.

아내가 입원할 때의 걱정과 시술 받을 때의 두려움이 박수소리와 함께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설날을 기해 건강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삶속에는 감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태그:#설날, #떡국,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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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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