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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사를 싫어하는 이유, 제사는 양반 흉내다.

17.01.28 10:3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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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사를 싫어하는 이유

제사는 양반 흉내다. 1894년 갑오경장 이후 우리나라는 신분제를 타파했다. 임시정부 김구의 호는 백범이다. 백범의 뜻을 아는가? 백정과 범부다. 즉 임정에 기원을 둔 대한민국은 한줌 양반의 나라가 아니라 백정과 범부가 평등하고 남녀 차별이 없는 민주공화국임을 헌법에 못박았다.

그런데도 족보세탁을 거쳐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양반의 후예라고 생각하며 명절과 3대 조상 기일에 제사를 지낸다. 난 누가 내 성씨로 어디 류씨요, 파는 뭐요 하고 물으면 족보세탁한 백정의 자식이라고 답한다. 내 조상이 진짜 양반이었으면 부끄럽고 백정 또는 범부였으면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내 조상이 진짜 양반이었는지 따져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나이로 따지면 내 친가와 외가 고조 부모님들은 1870년대 언저리에 사셨다. 그 시절 양반이었을 확률은 낮다. 양반이었으면 자영농이거나 지주였을 것이다. 난 내 고조 부모들이 양반이 아니었기를 늘 소망한다.

임진왜란 (=조일전쟁) 이후 조선의 신분제는 급격히 약화되었다. 양반 신분과 가짜 관직을 사고 팔면서 신분세탁이 성행했다. 5퍼센트도 안되던 양반계급이 늘어나더니 구한말에는 양반이 30 퍼센트나 되었다 한다. 여기에 성리학이 교조화되고 여성을 차별하고 옥죄는 종법제도니 뭐니 하는 것이 강화되며 양반은 많아지는데 여성은 억압받는 해괴한 세상이 되었다. 일제를 거쳐 대한민국이 서고는 민주공화국이라면서도 모두가 양반 흉내내며 명절 때마다 남편집에 모여 제사 지내는 우스꽝스런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차례와 제사라는 것도 조선시대 양반들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제사는 양반만 지낼 수 있는 특권이었고 제사음식은 남자 양반님네들이 준비했다. 그런 제사법이 언제인가부터 큰집 아낙과 며느리의 고역으로 뒤바뀌었다. 온갖 전을 부치고 홍동백서, 좌포우혜, 조율이시 젯상 차리기 코미디가 벌어졌다. 박정희가 백정과 범부의 후예들에게 젯상 차리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제사가 농민들에게 끼치는 폐단 하나. 난 여러가지 농사를 짓는다. 그 중에 젯상에 올라가는 사과농사도 짓는다. 제상에 오르는 대표적인 과일인 사과와 배는 추석과 설 명절을 대목으로 본다. 선물과 제수용품 수요가 이 때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 때는 크기가 아주 큰 과일이 높은 값을 받는다. 저절로 농민들은 과일을 크게 만들려고 호르몬제와 착색제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래서 의식 있는 농민들은 명절과 제사가 없어져야 과일 농민들이 살 수 있다는 자조적 탄식을 한다. 크고 땟깔 좋은 과일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 작은 과일은 똥값이 되기 때문이다.

명절 때 음식 낭비는 또 얼마나 심한가? 천편일률적인 탕과 산적, 전에 들어가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달걀 소비가 기하급수적이다. 명절 동안 인간의 기름진 젯상을 위해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진다. 대개 대량생산 방식에 따른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소와 돼지, 달걀을 인간은 명절 제사음식이라며 아내와 며느리 노동의 희생으로 야단법석 준비하여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너무 먹었다고 소화제까지 먹어가며.

이런 바보짓을 언제까지 하려는 걸까? 촛불이 천만이라도 전통풍습이라지만 실제는 거짓습속을 바꾸기는 너무도 어렵다. 민주공화국의 이념에도 맞지 않고, 전통적 근거도 없으며,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여성노동을 착취하여 음식 낭비하는 제사 그만 지내자. 오랫만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소박한 밥 한끼 나누는 것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새해맞이 아니겠는가?

사족 : 가족과 사회의 습속이 족보와 제사를 중심으로 가부장제를 벗어나지 못하니 혈연, 지연, 학연이 판치고 대통령을 왕으로 여기는 거다. 민주공화국 되려면 아직 멀었다.

글쓴이 /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 농민회장

페이스북 원문 :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412998398741411&id=10000093794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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