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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나 댓글에서 요즘 '고양이 나만 없어, 진짜 다 고양이 있는데 나만 없어'라는 우스갯소리나 '짤'들이 유행처럼 돌아다니는 걸 자주 본다. 체감상으로도 몇 년 전에 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무척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하여 유기동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는 약 8만 마리라고 한다. 8만 마리가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사실 이 숫자도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이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버려지는 고양이의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버려지는 동물들의 이야기

배고팠는지 눈밭에서 허겁지겁 밥 먹는 길고양이
 배고팠는지 눈밭에서 허겁지겁 밥 먹는 길고양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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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의 유기동물 수는 개의 경우 전년도 대비 7% 증가했으며 고양이는 무려 18%가 늘었다. 다들 고양이를 키우는데 그만큼 또 많이 버린다는 뜻이다.

특히 다가오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휴가철과 함께 유기동물 발생 수가 가장 급증하는 시기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김에, '막상 키워보니 너무 번거롭고 귀찮은데'를 실행으로 옮기는 타이밍인 것이다. '우리 개도 집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시골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좋을 거야'라는 자기합리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명절에 시골로 데리고 갔다가 두고 오기도 하고, 가는 길에 도로에 무작정 버리는 경우도 있다.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호텔에 맡겼다가 연락이 뚝 끊이는 것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기 방법이다. 겨우 연락이 닿으면 '알아서 해 주세요'라는 무책임한 한마디만 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마이크로칩 인식표를 심어둔 강아지라 주인에게 연락해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거나 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단다.

동물들의 잘못이 아니다 

데려올 때는 분명 앙증맞고 사랑스러웠을 반려동물이 왜 이제는 집 밖으로 버려지는 신세가 되어야 했을까? 그냥 보기만 할 때는 예뻤지만 함께 생활해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르다. 배변을 못 가리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 시끄럽고, 털이 너무 많이 빠지고 집안 가구를 망가뜨린다.

동물을 키우는 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나, 하다가 결국 무책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을 수용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나 센터도 점차 포화 상태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다루기 힘든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그 동물들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하며 새로운 가정의 규칙을 만들어가듯이, 강아지와 살아가기 위해서도 우리만의 규칙과 합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아닌 다른 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하거나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물들이 본능을 누르고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길 원하는 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동물들이 자신의 말을 안 듣는 걸 견딜 수 없으면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낫다.

'강아지는 시골에서 사는 게 나아', '고양이는 길에서도 잘 사니까'라고 자기 위안하며 버린 동물들은 쉽게 병에 걸리거나 죽는다. 농담으로라도 '고양이(강아지) 나만 없어'서 나도 키울 수 있을 것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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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반려동물은 어떻게 하지?

집을 비우게 되는 명절에 반려동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고민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동하는 것이 익숙한 강아지라면 데려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 데려가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내 반려동물의 성향은 가족이 가장 잘 알 테니, 그에 따라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 집에 두고 가도 된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로 짧게 집을 비운다면 보통 성견, 성묘는 혼자서도 집에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릇을 몇 개 더 준비해 물과 사료를 충분히 준비해 주고, 화장실 자리도 넉넉히 만들어 주도록 한다. 혹시 다칠 수 있는 유리컵 등 위험한 물건은 서랍 안에 모두 치워두는 것이 좋다.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반려동물을 지켜보기 위한 홈CCTV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2. 호텔을 이용한다

많은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고양이 호텔은 운영하고 있고 강아지나 고양이의 특성에 맞춰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반려동물 호텔도 많이 생겼다. 산책, 목욕을 비롯해 보호자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으니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성향에 맞게 선택하여 이용하면 된다. 호텔에 맡길 때는 대개 예방접종 상태와 건강 상태를 체크하니 애견수첩을 지참하는 게 좋다.

3. 펫시터

호텔과 비슷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반려동물을 맡아 주기도 한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이 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호자와 교육받은 펫시터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호텔에 비해 함께 지내는 동물의 수가 적고 익숙한 가정집의 환경이라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간혹 보호자의 신분증 사본 등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가장 풍요롭고 따뜻해야 할 명절에, 가족이라 믿었던 이들에게 버려져 외로운 추위를 견디는 생명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태그:#유기동물, #고양이, #강아지,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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