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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KBS에서 생방송으로 방송된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KBS에서 생방송으로 방송된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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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3일 최근 한일 위안부 관련 질문을 한 기자들을 "나쁜 놈들"이라 발언한 일을 공식 사과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한 보수주의"라며 보다 선명한 색채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0시 KBS 특집 <대선주자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된 사안들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우선 18일 대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를 계속 물은 기자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표현한 일을 두고 "해당 언론인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관련 질문에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날은 "제가 감정적인 표현을 한 면이 있어 후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언론이 늘 묻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체 중 하나다, 깊이 명심하고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반치킨' 몰라도 '반반행보' 논란엔 종지부 찍어

반 전 총장은 또 자신이 "확고한 보수주의"라며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1월 12일 귀국길 기내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11일간 행보를 살펴보면 진보와 보수 양쪽을 아우르기 보다는 양쪽을 왔다갔다한 '반반행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23일 대담 진행자도 이 부분을 언급하며 '반반치킨'을 아냐고 물었고, 반 전 총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반반행보' 비판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우려를 잠재우려는듯 "누가 뭐래도 저는 확고한 보수주의다, 평생 공직자로 살며 그러한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다만 "어떤 사람을 진보냐, 보수냐 확연하게 구분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분열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약자를 대변하고 도와주는 것은 보수주의자들도 한다"며 "보수도 현실에 맞게 진화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안보와 대북문제에서도 보수 성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당분간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훨씬 더 예측이 어려운 사람"이라 평가하며 "(대화가) 더 어려워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영유아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면에서도 '따뜻한 보수'임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정책 방향을 '따뜻한 시장경제'로 정한 이유를 "구조를 고쳐 모든 사람에게 따스한 미래가 보장되는 행복한 삶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며 ▲ 성장동력을 다시 찾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연구에 투자하고 ▲ 중소기업을 육성시켜야 하며 ▲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한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 노사간 분쟁이나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측과 노측 조금씩 양보해 대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이나 '빅텐트론' 등 현안 관련 발언은 기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1987년 제정된 헌법은 우리가 몸이 컸는데 옷은 맞지 않는 것과 같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대선 전에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선 전 개헌했으면, 문재인 '정권연장'발언은 논리 비약"

또 헌법 개정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안도 포함시켜 선거 때마다 국론이 나뉘고 보수와 진영이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러한 정치 개혁을 위해 주요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계속 대화해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돈이 없어 정당에 들어가겠다'는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도 다시 한 번 해명했다. 특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는 거듭 "100% 거짓이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를 형사고소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일단 정정보도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주현씨의 뇌물․사기 혐의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꼽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곧고 자기 일을 충실히 잘하는 분이라는 기억을 갖고 있다"면서 문 전 대표를 칭찬했다. 하지만 자신의 당선이 '박근혜 정부 연장'이라는 문 전 대표 발언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저는 새로운 사람이다, 이제 나라를 확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라이벌이나 여론조사 등을 의식하지 않고 "할 일 뚜벅뚜벅해서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 된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다졌다.


태그:#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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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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