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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지난 2016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지난 2016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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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아침 작전은 서둘러 무리했고, 소방차 한 대 없이 무대비였습니다. 시너에 대한 정보 준비도 없어 무지하고, 좁은 데 병력을 밀어 넣어 무모했습니다. 용산에서 벌어진 컨테이너형 트로이 목마 기습 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졸속 그 자체였습니다. 법과 질서라는 목표에만 쫓긴 나머지 실행 프로그램이 없었고, 특히 철거민이건 경찰이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두리째 빠져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09년 1월 20일 클로징 멘트)

'서둘러 무리'하여 뾰족해지는 도시에서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8년 전 경찰은 '서둘러 무리'했고, 용역 깡패들은 뻔뻔하고 대담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망루로 올라갔고, 그곳에서 지옥을 만났다. 8년이 지났지만, 용산의 지옥은 현재진행형이다. 망루의 불똥은 서울 곳곳에 퍼져 크고 작은 화염을 만들어냈다. 강제 집행된 신사동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창'에서 새벽 5시부터 서두르고 무리하는 경찰 병력을 보았고, 남의 가게에서 칼을 들고 천막을 찢고 내려오는 뻔뻔한 용역 깡패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지하실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또다시 이렇게 외쳤다. "여기 사람이 있다." 이렇게 쫓겨나는 서울은 아직도 세입자와 철거민이 디딜 땅은 점점 뾰족해지는 잔인한 도시다.

반복되지 말아야 하는 비극의 반복

서울시는 용산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2012년 동절기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그 이듬해에는 이주 과정에서 조합과 철거민이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이 예방대책에 따르면 "법원이 정한 집행관이 정당하게 진행하는 강제집행은 막을 수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철거민들이 동절기 강제집행에 대해 항의하자, 담당자는 강제철거는 막을 수 있으나, 강제집행은 막을 권한이 없다고 대답했다. 쫓겨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강제철거냐 강제집행이냐는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용산참사를 보며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지만, 2009년이나 2016년이나 법대로 하면 모두가 쫓겨나는 슬픈 결말은 바뀌지 않았다. 2016년 옥바라지 골목에서, 아현포차에서, 신수동에서, 우장창창에서, 이수역에서 쫓겨났던 이들은 모두 합법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적으로 철거되었다. 8년이 지난 후에도 동절기 강제집행을 막는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용산이다.

쫓겨난 자리는 비어있다

남일당 건물이 철거된 후 철거된 부지엔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았다. 비워둘 것이었으면 무엇 때문에 5명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30년을 장사해온 아현포차가 없어진 자리도 비어있다. 포장마차 자리에 옮겨진 화단에서 꽃들만 애꿎게 죽어간다.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창이 쫓겨난 자리도 비어있다. 곱창을 굽던 자리가 펜스로 막혀있을 뿐이다. 이수역 노점상들을 내쫓은 자리에도 텅 빈 쓰레기 적재함만 남아 있다. 동작구청이 백여 명의 용역 깡패들을 동원하여 처절하게 사람을 끌어낸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도대체 왜 그렇게 처절하게 쫓아냈는가. 이렇게 둘 것이면 대체 왜 내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는가. 8년 전 용산의 물음 그대로다. 쫓아내는 이들은 답을 하는 대신 돈을 챙긴다.

가로수길 우장창창이 쫓겨나고 건물주 리쌍은 건물을 내놨다고 한다. 시세차익만 수십억에 육박한단다. 리쌍은 귀족 세입자라며 우장창창을 손가락질했지만 본인은 수십억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과천 철거민에게 절대 보상해줄 수 없다던 삼성은 과천 개발로 수백억의 이익을 남겼다. 빠르게 쫓아낼수록 더욱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사람들은 2009년 용산처럼 신속하고 무리하게 쫓겨나고 있다.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서울은 계속해서 비워지고 있다.

폭력은 합법, 생존은 불법

2009년 용역 깡패와 경찰들이 트로이 목마 삼아 숨어서 진압작전을 펼치던 컨테이너는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선명하다. 그 후에도 용역 깡패를 실은 컨테이너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끊임없이 등장했다. 동작구청은 3억이 넘는 돈을 용역 깡패에게 쥐여주고 노점상들을 밀어냈다. 서울시 각 구청은 2016년 한 해 동안 어마어마한 행정대집행 예산들을 책정해왔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용역 깡패에 의한 폭력을 구매하여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온 것이다. 중구청은 6억 원, 종로구청 3억 4861만 원, 서초구청 1억 7419억 원 등을 책정해 용역 깡패들을 고용했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 뒤에 숨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용역 깡패들은 아직도 행정대집행이라는 합법 뒤에 숨어있다. 8년 전과 다름없이 국가의 뒤에 숨어있는 용역 깡패들을 없애지 않고서는 이 도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8년이 지나 광장의 촛불과 함께 용산을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가치가 우선시되는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수익과 폭력이 우선되는 도시인가, 사람과 생존이 우선되는 도시인가. 법과 질서, 그리고 돈이라는 목표만을 좇으며 사람은 없었던 용산의 지옥이 그만 끝날 수 있도록 촛불이 쫓겨나는 이들 옆에 있기를 바란다.



태그:#용산참사, #김석기, #이명박, #재개발,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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