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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 현충원 도착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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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를 지지한다."
"한중 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12일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안보를 강조하며 "(한국이) 사드 배치에 합의한 것이고 저는 지지한다"라고 말했고, 외교관 신분을 강점으로 내세우려는 듯 "한중 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의 중국통 및 전문가들은 "UN사무총장 경륜에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으로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다운 답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가진 반 전 총장이 사드 관련 질문에도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빠져나갔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송영길 "UN사무총장 경륜에 맞지 않는 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베이징 외교부 감람청에서 송영길 의원(왼쪽) 등 민주당 의원 7명을 만나 사드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베이징 외교부 감람청에서 송영길 의원(왼쪽) 등 민주당 의원 7명을 만나 사드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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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3일 오전 송영길·김영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의원, 김종대 정의당 의원에게 "반 전 총장의 사드 관련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송영길 의원과 김영호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각각 지난 4일과 지난 해 8월 사드 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다녀온 바 있다. 송 의원은 왕이 외교부장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격) 등 중국 지도부를, 김영호 의원은 학계 인사와 한국 교민 등을 만나 현지 상황을 청취했다. 김종대 의원은 대표적인 군사 전문가이다.

송 의원은 "(반 총장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UN사무총장의 경륜에 맞지 않는 말"이라며 "사드 문제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인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고 말해) 미·중 대립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의원은 "사드 배치 이후에는 SM3(요격미사일) 도입 등으로 발전할 건데, 이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반발할 것"이라며 "청일전쟁·러일전쟁 때처럼 단순히 서해바다에서의 남북 간 긴장의 차원을 넘어 중·러-미·일의 군사력 대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난 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사드 배치 질의하는 김종대 의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난 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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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은 "예상했던 발언이고, 반기문다운 발언이다. 반 전 총장이면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이미 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엎어진 물이 돼 버렸는데, 그 심각성을 알고 이야기한 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사드 발언은 긴장 완화·위기 관리·평화 정착 등이 아닌, 긴장이 고조되는 나쁜 질서의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다. UN 정신에도 반하는 사고"라며 "단순히 찬반 의견이 아닌, 본인의 사고와 철학이 중요한데 반 전 총장은 나쁜 질서에 편승해 동북아 긴장 격화를 방관하는, 제3자적 입장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호 의원은 "(사드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순간) 중국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라며 "사드 지지를 이야기하면서 중국과의 문제는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김영호 "사드 찬반 아니라 국회 비준동의 거론했어야"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지난 해 8월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 사드 압박 속 야당 의원들 방중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지난 해 8월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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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이 국회 비준동의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송 의원은 "반 전 총장의 (한·중 외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드 찬반이 아닌) 국회의 비준동의를 먼저 말하는 게 맞다"라며 "사드는 비용이 들고, 국가주권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다. (반기문 발언은) 찬반을 떠나 프로세스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의원도 "사드 찬반을 이야기하기보다,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다"라며 "(사드는)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를 설득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가는 게 국익"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이 10년 간 UN사무총장으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종대 의원은 "북핵 관련해서 (반 전 총장의) 역할도, 노력도 없었다"라며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를 회피해온 분이다. 외교라는 건 적극적으로 만나고, 기획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반 전 총장은 전혀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말했듯)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독재정권 지도자를 만났다고 하는데, 왜 북한(의 지도자들)은 못 만나나"라며 "북한과 관련해서 외교적 사고가 아닌 냉전적 사고, 닫힌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발언을 접하는) 중국 입장에선, 반 전 총장을 박근혜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로 볼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원대한 비전이 나와야 한다. 그게 UN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으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도 "10년 동안 북한 한 번 방문해보지 못했으면서, (동북아 평화 관련해) 뭘 노력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UN사무총장 임기 막판 잠깐 북한 관련 이야기를 하고, 이후 (한국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겠다고 하는데, 딱 대선용이다. 이제야 뭘 이야기한다는 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태그:#사드, #반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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