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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한 토요일인 제11차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던 1월 7일 광화문캠프촌은 전날부터 분주하게들 움직였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무대와 공연장을 빼앗긴 연극인들을 위한 천막극장을 세우는 작업이 있었다. 전날 경북 청송으로 달려가 무대를 해체하는 작업부터 진행한 캠프촌의 입주민들은 저녁 무렵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오후 10시 무렵엔 이미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은 하나 둘 각자 텐트로 찾아들어 피곤한 몸을 뉘었다.

1월 8일 새벽,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들렸다.

"어제 한 60대 시민이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분신을 했어!"
"밤 10시 30분 스님 한 분이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분신을 했어."
"정원스님은 설마 아니겠지?"

이런 말들이 무수하게 SNS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그 순간 정원스님의 페이스북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친구관계를 끊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웃는 사진 남기려 했는데…"란 짧은 글이 7일 오후에 있었구나 싶었다. "천명만 빨리 오면 뚫을 수 있는데…"를 끝으로 보았을 때 스님은 청운동에 계셨고, 난 경복궁 담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올라가 경찰 차벽 앞에 있었는데 그때 친구관계를 정리하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시작된 1월 8일은 광장은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조용했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 바로 옆에서 벌어졌고, 광장에서 많은 이들이 스님이 입원하신 서울대병원에 가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자주평화실천연대(자평통) 활동을 함께 하시기도 했던 정원스님께서 1월 7일 오후 10시 30분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란 쪽지를 남기신 상태로 몸에 불을 붙였고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연명치료를 평소 거부하여 상당히 위중한 상태다.
▲ 정원스님 소신공양 자주평화실천연대(자평통) 활동을 함께 하시기도 했던 정원스님께서 1월 7일 오후 10시 30분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란 쪽지를 남기신 상태로 몸에 불을 붙였고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연명치료를 평소 거부하여 상당히 위중한 상태다.
ⓒ 광화문캠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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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서야 광장 캠프촌과 인연이 있으신 스님의 소신공양에 따른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박근혜-황교안, 당장 멈춰야 사람이 산다
정원스님 소신공양에 대한 광화문캠핑촌 입장

1월 7일 밤 10시 반 새해 첫 범국민행동의 날이 개최되던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한 시민이 분신했습니다.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라는 쪽지를 남긴 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던 정원스님. 스님은 생명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해 온 시민이었고, 항상 고통 받는 현장에 몸을 바쳐 함께해온 시민이었습니다.

정원스님은 분신 전에 남긴 메모에서 "한국은 몇몇 탐욕에 의해 불태워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은 그 불길 속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청와대와 재벌 사이에 오간 추악한 거래의 현주소였습니다. 최소한의 정의와 민주주의조차 지키지 않은 채 노동자•서민들의 삶을 파괴한 부패한 권력의 민낯이었습니다. 1,000만이 거리로 나오는 이 비상한 저항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가진자들의 몽니였습니다.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은 박근혜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음에도 박근혜 정책들이 멈추지 않고 추진되는 것에 대한 분노이자, 1000만 촛불의 준엄한 명령에도 폭주하는 박근혜-황교안 체제에 대한 항의입니다. 박근혜 이전과 박근혜 이후 세상이 달라야 한다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며, 절망의 시대를 촛불과 이를 넘어선 횃불로 밝혀나가자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우리 광화문 캠핑촌 촌민들은 정원스님의 뜻을 이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정원스님의 뜻을 이어가는 길은 우리가 든 이 촛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함께 만든 이 광장을 완강하게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이라는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내는 것을 넘어 한일 군사협정을 비롯한 반민주・반민생 정책들을 청산하는 길을 걷는 것이 정원스님의 뜻을 이어나가는 길입니다. 정원스님이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2017.1.9.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 촌민들

이 땅에 더 이상의 분신도 소신공양도 필요 없는 참다운 질서가 바로 잡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원스님, #소신공양, #박근혜 국정농단, #공권력,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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